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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동' 웃음 두 스푼에 희망 한 스푼 넣은 성장드라마

기사입력 : 2019.12.11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 공유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리뷰]'시동' 웃음 두 스푼에 희망 한 스푼 넣은 성장드라마

"부릉 부릉"으로 시작한다. "부릉 부릉"으로 끝난다. '시동'은 첫 부릉 부릉과 마지막 부릉 부릉, 그 사이를 채우는 영화다. 쓴 블랙커피 같은 드라마에, 마동석이란 설탕 두 스푼, 희망이란 프림 한 스푼을 넣었다.

학교는 이미 때려쳤다. 학교를 때려쳤는데 공부라니. 검정고시 보고 대학 가라는 엄마가 있는 집도 싫다. 머리 노랗게 염색하고 중고나라에서 산 오토바이 타고 부릉 대는 택일은 친구 상필과 그저 하루를 보낸다.

치매 있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상필은 빨리 돈을 벌고 싶다. 그런 상필과 달리 택일은 그냥 이것저것 다 싫어서 집을 뛰쳐나간다. 택일은 무작정 고속버스 타고 찾아간 곳에서 중국집 장품반점을 만난다. 숙식 제공이란 말에 장품반점에서 배달을 시작하지만 무시무시한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이 영 마땅찮다. 집에선 배구 선수 출신인 엄마에게 맞았는데 중국집에선 거성이형에게 맞는다. 맞는다고 바뀌는 건 없는데 계속 맞는다.

상필은 아는 형의 소개로 사채업을 시작한다. 쉽게 돈을 버는 것 같다. 세상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란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었던 택일과 상필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세상과 맞붙게 된다. 계속 맞으면서.

'시동'은 동명의 웹툰을 영화화했다. '글로리데이'로 세상에 부딪혀 깨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최정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베테랑' '엑시트' 외유내강이 제작했다. 그러니 만화 같은 이야기를, 청춘의 아픔을 잘 그리는 감독이, 웃음과 감동을 섞어 만들었단 뜻이다.

택일과 상필은 자꾸 맞는다. 하라는 건 하기 싫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했다가 자꾸 맞는다. 택일은 맞으면서도 계속 덤빈다. 맞는다고 바뀌는 게 없는 것처럼 덤빈다고 바뀌는 게 없는 걸 알면서도 자꾸 덤빈다.

상필은 그저 따른다. 형들 따라 돈 벌고 돈 만지는 걸 잘 따른다. 꺼림칙한 건 생각을 안 하려 한다. 아닌 것 같아도 "누군 좋아서 이 일 하냐, 네가 돈 필요하다고 온 거 하냐, 그럼 그냥 하는 거야. 계속 하다 보면 그게 뭐든 간에 너한테 어울리는 일이 된다고"란 말을 듣는다. 그렇게 택일과 상필은, 청춘의 어떤 표상들로 그려진다. 덤비든가, 따르든가, 그러면서 맞는.

'글로리데이'에서 철저히 세상에 깨진 청춘들의 단면을 그렸던 최정열 감독은 '시동'에선 그러면서도 덤비는 청춘들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에 "자기가 싼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더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길들여지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칫 암울하게 그려질 법한 현실, 그리고 드라마는 만화적인 조합 덕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단발머리를 한 거석이형 마동석의 존재가 그 조합의 정점이다. 마동석이 있는 장품반점은 판타지다. 가출한 청소년에게 일자리를 주고, 아무리 나이 어려도 존댓말을 쓰는 사장. 잘못하면 주먹을 날리고 덩치에 맞지 않게 트와이스 춤을 추지만 어른인 주방장 거석이형. 어눌해도 꿈을 예의있게 쫓는 배달원. 같이 가출한 처지지만 쉬운 길은 피하고 좁고 바른 길로 걷는 경주. 이 판타지 같은 조합이 택일을 성장시킨다. 떼를 쓰거나 불평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애들일 뿐, 좋은 어른은 어떻게든 헤쳐나가려 하고 애들을 이끌려 한다는 걸 '장품반점' 식구들은 보여준다.

식구. 이 영화에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중요한 장치다. 택일의 엄마는 가출한 아들의 밥을 차리며 기다린다. 상필의 치매 할머니는 늘 밥을 먹고 가라고 한다. 장품반점 식구들은 같이 모여 밥을 먹는다. 같이 앉아서 마주 보고 밥을 먹는다는 것. 그렇게 택일과 상필은 식구들로 성장한다.

택일을 맡은 박정민은 언제나 그랬듯 안정적이다. 안정적이어서 덜 극적이지만 이 영화에선 적합하다. 붕붕 떠다니는 다른 캐릭터들 속에서 안정적인 박정민이 중심을 잡는다. 상필 역의 정해인은 비중은 적지만, 맑은 얼굴로 아픈 청춘을 잘 담았다. 그릇이 맑아서 맑은 게 투명하다. 박정민과 정해인이 같이 있는 모습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다. 둘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장하는 탓이다.

거석이형 역의 마동석은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경주 역의 최성은은 빨간 머리로 싸우는 것 외엔 더 드러낼 것들이 너무 적었다. 상필을 사채업으로 이끄는 동화 역의 윤경호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신스틸러 그 이상이다. 택일 엄마 정혜 역의 염정아는 늘 그렇듯 자기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들어냈다. 오른손을 쓰는 배구선수 출신이 아들은 왼손으로만 때린다. 디테일로 캐릭터를 만든다.

'시동'은 성장 드라마다. 무서운 걸 모르는 사람들과 무서운 걸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서운 걸 모른다고 아이도 아니요, 무서운 걸 안다고 어른도 아니다. 모르는 걸 알아가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아도 적어도 자신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세상은 바뀌었다고 말한다. 웃음 두 스푼에, 희망 한 스푼을 넣으면 쓴 블랙커피도 맛있는 커피로 바뀌는 법이다.

12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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