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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스페인 성공시대, 바르사 의존증은 없다

기사입력 : 2012.07.16      기사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네이버 북마크  구글 북마크  페이스북 공유  사이월드 공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스포탈코리아] ‘무적함대’ 스페인의 우승 행진이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클럽 무대에서 이어진 FC 바르셀로나의 우승 행진과 더불어 지금 세계 축구는 ‘티키 타카(tiki-taka, 탁구공이 오가듯 빠르게 공을 주고받는 축구 스타일을 일컫는 스페인식 표현)’가 정복했다.

사상 초유의 메이저 대회 3연패(유로2008-2010 월드컵-유로2012)로 성인 축구를 평정한 ‘라 로하(La Roja, 붉은 색을 뜻하는 스페인 대표팀의 별명)’ 군단은 연령별 대회에서도 계속해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다. 19세 이하 청소년 팀은 2002년 이후 무려 6차례나 유럽 챔피언을 차지했다. 2011년과 201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유럽 정상에 오른 21세 이하 대표팀은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온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 축구는 연령별 그랜드 슬램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성공은 유소년 시절부터 일관된 철학 속에 발을 맞추며 성장해온 FC 바르셀로나의 성공이 근간이 되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실제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 출전한 14명의 선수 중 8명이 FC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다. FC 바르셀로나가 집요하게 추구해온 ‘볼 점유’와 ‘패스 축구’가 현 스페인 대표팀의 성공에 밑바탕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스페인 성공의 모든 것이 FC 바르셀로나의 공은 아니다. 2004년 스페인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FC 바르셀로나가 펩 과르디올라 체제에 접어들기 이전에 이미 소유와 연결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스페인 축구 스타일을 대표팀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지역과 클럽에 따른 경쟁의식으로 뭉치지 못하던 스페인 선수들을 하나로 묶었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이루어진 연령별 대표팀 강화 정책은 아라고네스의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 주었다. 각기 다른 출신이지만 어린 나이에 청소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자란 선수들은 위화감과 거리감 없이 융화되었다. 축구 스타일도 공유하기 쉬웠다. 스페인 대표팀의 성공 역시 FC 바르셀로나의 성공과 마찬가지로 유소년과 청소년 레벨에서 이미 철학과 유대감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은 장기 플랜으로 운영되고 있다. 후안 산티스테반은 무려 20년 동안 스페인 각급 청소년 대표팀을 지휘했고, 아르만도 우파르테는 청소년 대표팀 감독과 성인 대표팀 코치로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냐키 사에스는 12년 간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과 국가 대표팀을 위해 일했고, 히네스 멜렌데스 역시 만 10년 째 스페인 청소년 대표팀과 일하고 있다.

현 올림픽 대표 감독 루이스 미야는 2008년 19세 팀을 맡아 5년째 매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해왔다. 이 외에도 수 많은 협회 지도자들이 청소년 대표팀을 위해 오랜 시간 연속성을 가지고 힘을 쏟고 있다.

초기에는 먼저 이 같은 방식으로 선수를 키워온 FC 바르셀로나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점차 다른 클럽의 선수들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유로2012 MVP는 FC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수상했지만, 대회 최다 공격 포인트(2골 3도움)를 올린 다비드 실바(발렌시아 유소년 팀/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한 사비 알론소(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팀/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카를라스 푸욜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전천후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세비야 유소년 팀/레알 마드리드 수비수)의 공헌도 결정적이었다.

15일 유럽 정상에 오른 스페인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의 20명 엔트리 중 바르셀로나 선수는 두 명(제라르 데울로페우,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뿐이다. 두 선수 모두 18세, 16세의 나이로 환상적이 기량을 과시하며 맹활약했지만 득점왕을 차지한 헤세 로드리게스는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이며, 주장 후안미 히메네스는 말라가 소속이다. 이 밖에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틱 빌바오, 세비야, 레알 베티스, 데포르티보 등 스페인 전국 각지에서 고른 분포로 연령별 최고의 재능이 배출되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나설 스페인 올림픽 팀 명단에도 바르셀로나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스페인 대표팀이 FC 바르셀로나에 성공의 빚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스페인 축구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위협적인 이유다. 연령별로 정상을 경험한 선수들은 차례로 성인 대표팀에 승선할 것이다. 매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다.

유로2012 대회를 앞두고 다비드 비야와 카를라스 푸욜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스페인 축구의 전성시대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일부 주전 선수들이 늙고 은퇴할 경우 전싱 시대의 종언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일부 핵심 선수 이탈로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반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 기반은 시간이 갈수록 더 견고해지고 있다.

1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스페인은 ‘급진’이 아닌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며 진화해왔다. 감독이 바뀌거나 코칭 스태프가 바뀌고 기술위원장이 바뀐다고 해도 개혁은 없었다. 현재의 철학과 운영 방식을 유지, 보수해가며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 그 작은 티끌이 모여 태산같은 성과를 냈다.

축구계에는 사이클이 있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프랑스 등 축구 열강은 번갈아가며 전성기와 쇠퇴기를 맞았다. 하지만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찾아온 스페인의 전성시대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 세계 축구는 누가 스페인을 꺾는가를 화두로 전개될 것이다. 과연 대결의 승자는 누가 될까?

글=한준 기자
사진=스페인 대표팀 유로2012 우승(상단), 청소년 대표팀 루이스 미야 감독(중간) ⓒ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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