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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대한민국
  • 작성자:totti0502
  • 등록일:2010-07-16
  • 조회수:3116
  • 추천:763

31일간의 열전으로 펼쳐진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8년전 자국에서 열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일궈내고도 외국 언론으로부터 오심과 어드벤티지 덕분이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4년전에는 아쉽게 16강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표팀은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속한 B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 조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록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 축구는 충분한 가능성을 남기며 유쾌한 도전을 마무리 했다.  

 

허정무의 My Way

 

2007 아시안컵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일관했던 베어벡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자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새로운 감독 선임에 힘을 기울였다. 이번에도 외국인 감독이 우선 순위였다. 심지어 울리에, 맥카시 감독과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두 감독 모두 고사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축구협회에서는 불과 하루 사이에 허정무 감독을 선임해 급한불 끄기에 나섰다. 그러나 차선책에 불과한 대한축구협회의 처사에 국내 축구팬들은 분노했다. 이미 7년 전에 실패를 맛봤던 허정무 감독은 취임 인터뷰에서 "내 축구 인생의 모든걸 걸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정무감독은 시작부터 변화를 추구했다. 여지껏 선수들에게 무서운 호랑이 감독으로 통했던 허정무 감독이 긍정적인 사고 방식과 자율성을 강조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부여하고, 조직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주력하며 팀을 만들어 나갔다. 3차예선을 3승 3무로 통과한 대표팀은 이란, 사우디, 북한, UAE와 편성된 죽음의 조에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북한전에서 졸전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고, 실수를 범한 김남일의 대표팀 제외로 박지성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게 했다. 박지성의 주장 선임은 성공적이었다. 박지성을 통해 선수들이 원하는 부분을 수용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도록 했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단합할 수 있었다. UAE전 대승으로 분위기를 바꾼 뒤 19년 동안 사우디 원정에서 무승 징크스까지 깨뜨린 대표팀은 4승 4무를 기록,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많은 질타 속에서도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조용형, 김정우를 중용했고, 아직 미완의 대기라는 평가를 받은 기성용과 이청용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출전시켜 점진적인 세대 교체의 성공을 가져왔다. 2월에 열린 동아시아대회에서 중국에게 0-3 패배를 당하며 크게 흔들릴 듯 보였지만 숙적 일본을 3-1로 격파해 뚝심을 발휘했다.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전 승리와 스페인전에서도 선전하는 등 성공적인 모의고사를 치룬 허정무호는 자신감을 가지고 남아공에 입성했다. 정성룡 골키퍼를 과감하게 선발 출전 시킨 모험을 감행하는 등 결단력 있는 모습을 발휘했다.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한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게 충격적인 1-4로 대패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파부침주의 자세로 나이지리아전에 임한 허정무 감독은 끝내 16강 진출이라는 꿈을 실현했다. 2년 7개월 동안 팬들의 비난에도 강한 베짱과 승부사적인 기질을 앞세운 허정무식 My Way는 국민들에게 값진 선물을 안겨줬다. 

 

해법은 압박, 세트 피스

 

허정무 감독은 상대팀 전략에 맞서 4-4-2와 4-2-3-1 전술을 유연하게 혼용했다. 일치감치 조용형을 중심축으로 활용해 수비 조직력을 다듬었고, 창의적인 선수를 곳곳에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강한 압박으로 중원을 장악하는데 중점을 뒀다. 압박은 무엇보다 혼자 힘으론 불가능한 전술이다. 상대 선수가 볼을 소유했을 때 협력 수비로 패스 루트를 차단하고, 숫적인 우위를 점하는게 포인트다. 기동력에서도 상대팀을 훨씬 능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10Km 이상의 활동량을 선보였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좌우 윙어 박지성과 이청용은 앞선에서 최후방까지 압박에 동참했다. 박주영 - 염기훈 투톱 역시 적극적으로 1선에서 상대를 압박해 공격 템포를 늦췄다. 가장 중요했던 첫 경기 그리스전은 대표팀의 강한 압박이 가장 잘 이뤄진 경기였다. 대표팀은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하며 그리스를 요리했다. 카라구니스는 철저하게 봉쇄되어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고, 개인 전술에서도 한계를 보인 그리스는 단순한 롱패스에 의존해야 했다. 그리스전 승리는 16강 진출에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대표팀은 세트 피스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발휘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세트 피스 훈련을 중점적으로 다졌는데 이러한 노력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넣은 6골 가운데 무려 4골이 세트 피스에서 나왔다. 기성용 - 이정수 콤비의 득점 방정식은 그리스전에 선취골에 이어 나이지리아전에서도 터져나왔다. 반대편 골문 근처로 올려주면 뒤에서 빠르게 쇄도하며 골을 결정짓는 패턴이었다. 또한 박주영은 나이지라아 골망에 환상적인 프리킥을 꽂아 넣으며 아르헨티나전의 설움을 만회했다. 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6대회 연속 직접 프리킥 골이라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대표팀에게 월드컵에서의 프리킥 득점은 언제나 중요한 옵션이였다. 

 

완벽한 신구 조화

 

이번 대표팀 멤버의 구성을 보면 신예와 노장이 잘 어우러진 것을 알 수 있다. 젊음과 경험의 완벽한 조화는 16강 진출의 원동력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못지 않게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단합했고, 이러한 팀워크를 노장들이 잘 이끌어갔다. 노장의 중심에는 이영표, 이운재, 안정환, 김남일, 박지성이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대표팀의 캡틴을 맡은 박지성은 선수들과 코칭 스테프와의 가교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선수들이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감독에게 대신 의사를 전달하거나 후배들을 일일히 챙기는 세심함도 보였다. 비록 센터백은 아니지만 이영표는 조용형과 함께 수바 리인을 적절하게 컨트롤했다.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통해 후배들과 교감을 나누고, 위기를 맞았을 때는 강하게 호통치며 집중력을 높이도록 했다. 비록 1분도 뛰지 못한 이운재, 안정환은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불만 없이 선배로써의 역할을 도맡았다.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으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에 반해 기성용, 이청용, 이승렬과 같은 젊은피들은 패기와 자신감을 앞세워 팀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 넣었다. 에전 선배들과 달리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도전에 임했다. 이러한 자신감은 100%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각각 2도움, 2골을 기록해 16강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또한 신예 이승렬의 활약은 23인 엔트리 선발을 앞둔 시점에서 기존의 공격수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비록 그리스전에서 3분 밖에 출전하지 못햇지만 이번 월드컵을 발판 삼아 더욱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후임 감독 선임, K리그 사랑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 놓으면서 이제 차기 대표팀 감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국내 지도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당장 내년초에 열릴 2011 아시안컵을 겨냥해 감독 선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빠른 판단 대신 좀더 신중한 자세로 감독을 검토한 뒤 선임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이후 어김 없이 등장하는 'K리그를 보자'라는 광고로 축구팬들을 유혹하지만 이러한 특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98 프랑스 월드컵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그나마 K리그 특수로 관중 몰이에 성공했지만 2006 독일 월드컵은 이러한 효과조차 누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월드컵 특수가 아닌 꾸준한 K리그 사랑이 뒷받침 되어야만 4년 뒤, 혹은 그 이후에도 대표팀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길거리 응원에 나선 국민들 대부분은 축구 사랑이 아니라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야외에서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심지어 월드컵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일도 이제는 비일비재하다. 이번 대회의 성공이 해외파의 힘이었다는 반응이지만 이제는 내실을 잘 다져야 할 시기다. 실질적으로 박지성, 설기현을 제외하고는 유럽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K리그를 거쳐갔다. 축구를 4년에 한 번만 즐길 것이 아니라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자신의 연고팀의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http://minihp.cyworld.com/21720396/151365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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