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차 이순재 ''대사 못외우면 배우 관둬야해'' 유연석∙엄정화 울컥 [Oh!쎈 포인트]
입력 : 2024.05.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최이정 기자] 69년 차 배우 이순재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드러내 후배들을 감동케 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방송인 신동엽, 배우 수지와 박보검의 진행으로 ‘60회 백상예술대상’이 개최됐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에 데뷔하고 올해로 69년 차인 이순재는 이날 '대중문화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특별 무대를 선사했다. 

이순재는 연극 무대 오디션에 접수한 참가자로 등장, "늙은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올해로 90살이 된 이순재"라며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고 드라마 175편, 영화 150편, 연극 100편여에 출연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대사량이 많은데 외울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대본을 외우는 건 기본이다"라며 "외우지 않고 어떻게 연기하냐. 배우의 생명은 암기력이 따라가느냐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미안합니다 다시 합시다'를 여러 번 하면 그만둬야 한다"라고 연기자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야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라며 "거기에 혼을 담아야 하는데 대사를 못 외우면 혼이 담기겠냐. 대사 못 외울 자신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건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왜 아직도 연기에 도전하냐는 질문에는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다. 몸살을 앓다가도 큐사인이 떨어지면 일어난다. 그게 배우의 생명력이다"라면서 "그런데 연기가 쉽진 않다. 평생을 해오는데 안 되는 게 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공부한다. 항상 새로운 작품, 역할에 대한 도전도 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배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야 새로운 역할이 창조된다.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 이만하면 됐다 하는 배우들이 수많이 없어졌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도전이다. 그렇게 노력한 사람들이 지금 남아있는 거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게 이거다.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즉석에서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을 선보였다. 지난해 이순재는 전 세계 최고령 '리어왕'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외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 이안 맥컬리가 80세에 리어 왕을 맡은 게 기록이었으나 89세의 이순재가 맡아서 모든 회차를 전석 매진시켰던 바다.

이순재의 연기에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배우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특히 유연석과 엄정화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에 대한 질문에는 "오늘 오신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다 함께 해보고 싶다"면서 특히 최민식을 언급했다. 이순재는 최민식에 대해 "영화 '파묘' 잘 봤다. 정말 애썼고 열연했다. 언제 그런 작품을 같이 해 보"라며 "내가 산신령 역을 하든 귀신 역을 하든 같이 해보면 좋겠다"리고 말했다. 이에 최민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순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이병헌에게는 "우린 액션을 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 치고받을 순 없으니 한국판 '대부'를 찍자"라며 "내가 말론 브랜도 역할을 하고, 이병헌 배우가 알 파치노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라고 말해 장내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최근 이순재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더 출연, 자신의 배우로서의 철칙을 전하기도 했던 바다. 그는 "촬영장은 늘 일찍 간다. 그게 관객과의 약속이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촬영 중이었고,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저는 또 불효를 했다. 아이들 행사는 뒷전이었다”라며 가족보다 더 열렬히 불태운 연기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물론 그것을 전할 때 그에게서는 인간 이순재로서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흐르기도 했다.



또 이순재는 “배우란 그 나라의 언어다. 장단음을 구분해서 읽을 줄 당연히 알아야 한다”,  “배우의 언어는 박사나 무학이나 시골 사는 사람이나 모두가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연기력 논란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연예계, 브라운관, 스크린 등을 생각하자면 폭넓은 지적이라고 생각되는 대목이라 큰 울림을 안겼다. 

/nyc@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