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바르셀로나(스페인)] 홍의택 기자= 백승호(18, FC 바르셀로나)가 대중 앞에 나선 건 지난해 4월 수원 JS컵이 마지막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소속으로 공식 인터뷰에 응한 게 전부였다.
이후 바르사B 프리시즌에 합류하며 승격 절차를 밟았다. 1군 훈련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수록 더욱 꽁꽁 싸맸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누차 '때'를 강조했다. 아직 그럴 순간이 오지 않았다는 게 선수 본인의 판단이었다. 조명에 노출될 때마다 바짝 숙였고, 묵묵히 칼만 갈았다.
우리는 백승호를 잘 모른다. 스스로 입을 열지 않은 터라 외신 보도와 같은 2차 가공물에 의존해야 했다. 그마저도 추측에 매몰돼 넘겨짚은 부분이 많았다. 겉핥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 일도 반복됐다.
바르사 정식 등록을 완료한 뒤라면 한 번쯤 소통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숙고 끝에 시작한 인터뷰는 담담하면서도 차분했다. 그리고 몇 번씩이나 역설했다. "저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전부이고요. 정말 조명받아야 할 때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인터뷰는 선수 등록을 앞둔 지난 5일 진행.

▤ 1월 두 번째 주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선수 등록 절차를 마무리할 테고, 그 이후에는 아무 제약 없이 경기를 뛰며 경쟁할 수 있어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짧은 시간일 리는 없었고.
"3년···. 이해 못 하시겠지만, 그게 너무 빨리 갔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빨리 간 3년이 아닌가 해요. 게임을 못 뛰었는데도요. 하루하루는 '시간이 안 간다' 싶다가도, 지나고 보면 일주일이 후딱 가 있고. 다시 돌아봐도 '너무 많이 남았다'보다는 '일주일이 또 지났네' 그런 느낌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 공식 리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뛴 게 2013년 2월이었잖아요. 중간중간 연습 경기나 대표팀 경기는 오갔어도 모든 걸 해갈하기에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고요.
"공식 리그를 못 나선 게 만 3년이 다 됐죠. 경기 출전으로만 따지면 작년(2015년) 프리시즌 때 잠깐 뛴 정도? 그나마도 U-19 대표팀, U-18 대표팀 드나들면서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간 게 아닌가 싶어요."
▤ 개인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백승호에 관한 현지 평가를 체크해왔어요.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요. 그런데 경기를 못 뛰는 데다 스스로 노출까지 꺼리면서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느낌도 받았거든요.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제 생각은 그래요. 바르셀로나에 있으니 팬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당연한 일 같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해요. 좀 이르다는 거죠. '몇 세는 돼야 한다'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도, 프로에서 자리 잡고 인정을 받을 때 제대로 된 평가도 따랐으면 좋겠어요. 여기저기 입에 오르는 것도 너무 조심스럽고요."
▤ FIFA(국제축구연맹) 징계가 본인에게도 번졌죠. 결국 경기도 못 뛰게 됐고요. 그 통보를 바르사 측에서 부모가 아닌 선수에게 먼저 알렸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고1이었을 때인데요. 정서상 너무 잔인했던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만 16세 되기 직전에 경기에 못 나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어요.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아요. 실감이 안 난다 해야 하나. 내가 징계는 당했다는데, '이게 사실인가?' 그러고 말았어요. 뛰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매주 홈 경기를 가서 봤어요. 가까운 원정 경기도 꼭 챙겼고요. 안 가도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팀이라는 생각에 가서 친구들 하는 걸 보고 그랬죠."
▤ 하루 이틀도 아니었잖아요? 2015년 3월 17일이 되어서야 만 18세가 됐고. 선수 등록이 불가능했던 팀 징계는 2016년 새해가 밝고 나서야 풀렸고요. 자유로운 몸이 되기까지 3년이나 걸렸어요. 손으로 꼽을수록 시간은 더 안 갔을 텐데. 기다리는 게 힘들진 않았는지요.
"일부러 그렇게 안 셌어요. 디데이(D-Day) 같은 것도 안 맞춰놨고요. 그냥 날짜만 딱 찍어놓은 게 전부에요. 그런데 2016년 되고 난 뒤 이번 주 일주일이 진짜 안 가네요(웃음). 저는 오늘이 수요일인 줄 알았어요(인터뷰한 날짜는 현지 시각으로 5일 화요일). 주위 사람들도 제게 더 할 말이 있었겠어요. 그냥 '얼마 안 남았다', '안 남았다' 해주셨죠. 제 멘탈 속에도 그런 조급한 게 없지는 않았어도, 신경을 많이 안 썼어요. 그냥 준비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엄청 빨리 간 것도 같아요."

▤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귀한 선물도 받았어요. 훈련장 나가고, 학교 수업 듣던 조용한 일상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죠. 어떻던가요?
"1군이랑 운동하는 거요?(웃음). 당연히 설렜죠. 그냥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해야 하나. 설명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직접 해봐야 알지.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얘기하는 것의 차이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 처음에는 A매치 데이 소집된 선수들 빈자리를 메운다는 느낌 정도였는데요. 이후에는 공식 경기를 앞두고도 곧잘 불러줬어요. 특히 유스 선수 중 유일하게 엘 클라시코 직전 운동에 콜업됐죠. 본인을 조명하는 빛이 급작스레 강렬해졌다 해야 할까요.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훈련 사진이 바르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라오고 하면 어쨌든 팬분들은 관심 있게 봐주실 테고요. 감내해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후베닐 A때는 1군이랑 운동하는 거 상상도 못 했죠. 사실 내년 시즌(2016/2017)에나 잘하면 운동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기회가 빨리 왔어요. 아니, 1군 감독님이 기회를 빨리 주신 거죠. 그냥 감사해요."
▤ 미니 게임에서 골키퍼 브라보 상대로 골 넣었다고 아이처럼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진에 MSN(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 다 실바)이 함께 나오고, 이니에스타나 라키티치도 등장하고. 어째서 정상급 자원들로 즉시 전력감만 꾸리는 자리에 열여덟 번이나 불러줬을까요?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라 단정 짓기도 어려울 테고요.
"첫인상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가서 음···. 잘했죠. 좋았어요, 어쨌든(웃음). 제가 운동을 하기 전에는 긴장을 해도 할 때는 또 집중해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잘된 것 같아요. 같이 운동하는 순간에도 그 선수들 보면 속으로 '와~'하죠. 저희끼리 막 슈팅하는 시간도 있잖아요? 그럴 때 보면 놀라요."
▤ 사실 기량도 기량인데, 결정적으로 멘탈의 차이잖아요. 제 실력을 아낌없이 내보일 수 있느냐의 문제고요. 그래도 주눅 들지 않고 잘했던 모양이에요. 지난해 9월에 들었던 내용이 생각납니다. 다들 "팩(Paik)"이라 부르며 챙겨줬다면서요.
"몇 번 가다 보니 친근하게 대해주더라고요. 처음에 저에 대해 '팩'이라고 소개를 해주던데, 그 이후에도 선수들이 기억하는 거예요. 어느 날에는 옆 구장에서 B팀 소속으로 운동하는데 멀리서 다니 알베스가 '팩!' 이러면서 아는 척해줘요. 괜히 좋잖아요. 하지만 일단은 A팀이든, B팀이든 어디서 훈련하느냐에 상관없이 하나하나 배우고 공부하고 있어요."

▤ '경기 체력'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훈련에 열심히 임해도 경기 상황을 100% 같게 만들 수도 없고요. 힘을 쓰는 상황, 방식 등에서도 훈련과 실전은 차이가 있다고 봐요. 공식 경기를 근 3년 만에 뛰는데 걱정되는 건 없을까요?
"제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게 없지는 않죠.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도 올라올 거라 봐요. 준비도 잘했고요. 계속 게임 뛴 애들과 차이가 날 수는 있어도, 들어가서 뛰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거예요. 훈련에서도 90분을 의식하면서 일부러 힘을 100% 이상 쓰려고 했어요."
▤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될 겁니다. 이미 지난해 가을 프로 계약을 완료했음에도 알리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숨기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더 높은 차원에서 뛰며 겪게 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요.
"음···. 저는 제일 잘하려고 항상 열심히 하고 있고, 언젠가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에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다양하게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저희 친구들 모두 두루두루 말이에요."
▤ 대중과의 만남을 심적으로 준비할 때도 됐을 텐데, 본인은 아직 조심스럽다고 보면 될까요?
"저는 더 묵묵히 하려고요. 정말 조명받을 시기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홍의택 기자, 바르셀로나
[홍의택의 제대로축구] '1,058일의 기다림' 백승호가 돌아온 그 날(클릭)(2016.01)
[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백승호의 등장, 그 강렬했던 순간에 대해(클릭)(2014.10)
이후 바르사B 프리시즌에 합류하며 승격 절차를 밟았다. 1군 훈련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수록 더욱 꽁꽁 싸맸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 누차 '때'를 강조했다. 아직 그럴 순간이 오지 않았다는 게 선수 본인의 판단이었다. 조명에 노출될 때마다 바짝 숙였고, 묵묵히 칼만 갈았다.
우리는 백승호를 잘 모른다. 스스로 입을 열지 않은 터라 외신 보도와 같은 2차 가공물에 의존해야 했다. 그마저도 추측에 매몰돼 넘겨짚은 부분이 많았다. 겉핥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 일도 반복됐다.
바르사 정식 등록을 완료한 뒤라면 한 번쯤 소통할 기회를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숙고 끝에 시작한 인터뷰는 담담하면서도 차분했다. 그리고 몇 번씩이나 역설했다. "저는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전부이고요. 정말 조명받아야 할 때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인터뷰는 선수 등록을 앞둔 지난 5일 진행.

▤ 1월 두 번째 주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선수 등록 절차를 마무리할 테고, 그 이후에는 아무 제약 없이 경기를 뛰며 경쟁할 수 있어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짧은 시간일 리는 없었고.
"3년···. 이해 못 하시겠지만, 그게 너무 빨리 갔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 가장 빨리 간 3년이 아닌가 해요. 게임을 못 뛰었는데도요. 하루하루는 '시간이 안 간다' 싶다가도, 지나고 보면 일주일이 후딱 가 있고. 다시 돌아봐도 '너무 많이 남았다'보다는 '일주일이 또 지났네' 그런 느낌으로 살아온 것 같아요."
▤ 공식 리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뛴 게 2013년 2월이었잖아요. 중간중간 연습 경기나 대표팀 경기는 오갔어도 모든 걸 해갈하기에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고요.
"공식 리그를 못 나선 게 만 3년이 다 됐죠. 경기 출전으로만 따지면 작년(2015년) 프리시즌 때 잠깐 뛴 정도? 그나마도 U-19 대표팀, U-18 대표팀 드나들면서 시간이 조금이라도 빨리 간 게 아닌가 싶어요."
▤ 개인적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백승호에 관한 현지 평가를 체크해왔어요. 국내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요. 그런데 경기를 못 뛰는 데다 스스로 노출까지 꺼리면서 존재가 희미해진다는 느낌도 받았거든요.
"관심에서 멀어진다?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제 생각은 그래요. 바르셀로나에 있으니 팬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당연한 일 같거든요.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해요. 좀 이르다는 거죠. '몇 세는 돼야 한다'고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워도, 프로에서 자리 잡고 인정을 받을 때 제대로 된 평가도 따랐으면 좋겠어요. 여기저기 입에 오르는 것도 너무 조심스럽고요."
▤ FIFA(국제축구연맹) 징계가 본인에게도 번졌죠. 결국 경기도 못 뛰게 됐고요. 그 통보를 바르사 측에서 부모가 아닌 선수에게 먼저 알렸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나이로 고1이었을 때인데요. 정서상 너무 잔인했던 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만 16세 되기 직전에 경기에 못 나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어요. 아무 생각 없었던 것 같아요. 실감이 안 난다 해야 하나. 내가 징계는 당했다는데, '이게 사실인가?' 그러고 말았어요. 뛰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어요. 매주 홈 경기를 가서 봤어요. 가까운 원정 경기도 꼭 챙겼고요. 안 가도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팀이라는 생각에 가서 친구들 하는 걸 보고 그랬죠."
▤ 하루 이틀도 아니었잖아요? 2015년 3월 17일이 되어서야 만 18세가 됐고. 선수 등록이 불가능했던 팀 징계는 2016년 새해가 밝고 나서야 풀렸고요. 자유로운 몸이 되기까지 3년이나 걸렸어요. 손으로 꼽을수록 시간은 더 안 갔을 텐데. 기다리는 게 힘들진 않았는지요.
"일부러 그렇게 안 셌어요. 디데이(D-Day) 같은 것도 안 맞춰놨고요. 그냥 날짜만 딱 찍어놓은 게 전부에요. 그런데 2016년 되고 난 뒤 이번 주 일주일이 진짜 안 가네요(웃음). 저는 오늘이 수요일인 줄 알았어요(인터뷰한 날짜는 현지 시각으로 5일 화요일). 주위 사람들도 제게 더 할 말이 있었겠어요. 그냥 '얼마 안 남았다', '안 남았다' 해주셨죠. 제 멘탈 속에도 그런 조급한 게 없지는 않았어도, 신경을 많이 안 썼어요. 그냥 준비에만 몰두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엄청 빨리 간 것도 같아요."

▤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귀한 선물도 받았어요. 훈련장 나가고, 학교 수업 듣던 조용한 일상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죠. 어떻던가요?
"1군이랑 운동하는 거요?(웃음). 당연히 설렜죠. 그냥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해야 하나. 설명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건 직접 해봐야 알지.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얘기하는 것의 차이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 처음에는 A매치 데이 소집된 선수들 빈자리를 메운다는 느낌 정도였는데요. 이후에는 공식 경기를 앞두고도 곧잘 불러줬어요. 특히 유스 선수 중 유일하게 엘 클라시코 직전 운동에 콜업됐죠. 본인을 조명하는 빛이 급작스레 강렬해졌다 해야 할까요.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훈련 사진이 바르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올라오고 하면 어쨌든 팬분들은 관심 있게 봐주실 테고요. 감내해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후베닐 A때는 1군이랑 운동하는 거 상상도 못 했죠. 사실 내년 시즌(2016/2017)에나 잘하면 운동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생각했던 것보다 기회가 빨리 왔어요. 아니, 1군 감독님이 기회를 빨리 주신 거죠. 그냥 감사해요."
▤ 미니 게임에서 골키퍼 브라보 상대로 골 넣었다고 아이처럼 좋아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사진에 MSN(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 다 실바)이 함께 나오고, 이니에스타나 라키티치도 등장하고. 어째서 정상급 자원들로 즉시 전력감만 꾸리는 자리에 열여덟 번이나 불러줬을까요? 단순히 보여주기식이라 단정 짓기도 어려울 테고요.
"첫인상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 가서 음···. 잘했죠. 좋았어요, 어쨌든(웃음). 제가 운동을 하기 전에는 긴장을 해도 할 때는 또 집중해서 아무렇지 않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잘된 것 같아요. 같이 운동하는 순간에도 그 선수들 보면 속으로 '와~'하죠. 저희끼리 막 슈팅하는 시간도 있잖아요? 그럴 때 보면 놀라요."
▤ 사실 기량도 기량인데, 결정적으로 멘탈의 차이잖아요. 제 실력을 아낌없이 내보일 수 있느냐의 문제고요. 그래도 주눅 들지 않고 잘했던 모양이에요. 지난해 9월에 들었던 내용이 생각납니다. 다들 "팩(Paik)"이라 부르며 챙겨줬다면서요.
"몇 번 가다 보니 친근하게 대해주더라고요. 처음에 저에 대해 '팩'이라고 소개를 해주던데, 그 이후에도 선수들이 기억하는 거예요. 어느 날에는 옆 구장에서 B팀 소속으로 운동하는데 멀리서 다니 알베스가 '팩!' 이러면서 아는 척해줘요. 괜히 좋잖아요. 하지만 일단은 A팀이든, B팀이든 어디서 훈련하느냐에 상관없이 하나하나 배우고 공부하고 있어요."

▤ '경기 체력'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리 훈련에 열심히 임해도 경기 상황을 100% 같게 만들 수도 없고요. 힘을 쓰는 상황, 방식 등에서도 훈련과 실전은 차이가 있다고 봐요. 공식 경기를 근 3년 만에 뛰는데 걱정되는 건 없을까요?
"제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게 없지는 않죠.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도 올라올 거라 봐요. 준비도 잘했고요. 계속 게임 뛴 애들과 차이가 날 수는 있어도, 들어가서 뛰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거예요. 훈련에서도 90분을 의식하면서 일부러 힘을 100% 이상 쓰려고 했어요."
▤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될 겁니다. 이미 지난해 가을 프로 계약을 완료했음에도 알리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숨기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더 높은 차원에서 뛰며 겪게 될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고요.
"음···. 저는 제일 잘하려고 항상 열심히 하고 있고, 언젠가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자신해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에도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다양하게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저희 친구들 모두 두루두루 말이에요."
▤ 대중과의 만남을 심적으로 준비할 때도 됐을 텐데, 본인은 아직 조심스럽다고 보면 될까요?
"저는 더 묵묵히 하려고요. 정말 조명받을 시기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홍의택 기자, 바르셀로나
[홍의택의 제대로축구] '1,058일의 기다림' 백승호가 돌아온 그 날(클릭)(2016.01)
[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백승호의 등장, 그 강렬했던 순간에 대해(클릭)(20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