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테베스 이적 대작전
입력 : 2012.01.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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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모든 이적 협상은 은밀하게 진행된다. 혹여 언론에 공개되었다가 일을 망칠까 봐 다들 입을 굳게 다문다. 그런데 여기 그런 관행에서 많이 벗어난 선수가 한 명 있다. 마치 광화문광장에서 공개구혼에 나선 노총각 같은 모습이다. 카를로스 테베스(28)의 이야기다.

테베스는 지금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떠나야 한다. 감독의 교체 출전 지시를 거부해 구단 내부 징계를 받은 상태에서 무단이탈 했다. 구단에선 “넌 이제 끝이다”라고 으르렁거리고 있고, 선수는 “내가 알아서 팀 찾고 연락할 테니 전화나 잘 받으셔”라는 식이다. 테베스는 아르헨티나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의 에이전트만 발바닥 불 나도록 사방팔방 고객의 새 직장을 찾아 헤매고 있다.

덕분에 관련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주 맨시티가 AC밀란에 “안 볼란다!”고 외치자 옆에 있던 인터 밀란이 “저기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웃 사촌의 참견에 약이 올랐는지 AC밀란이 다시 “원래 이적시장에서는 마지막에 지르기만 하면 되는 거 모르니~”라는 듯이 새 제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여기에 신흥 부자 파리 생제르맹까지 끼어들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테베스의 에이전트가 곧 파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실시간 중계되는 이적 협상은 정말 드물다.

기술적으로만 따지면 현재 테베스의 이적을 막고 있는 쪽은 맨시티다. AC밀란의 이적료 438억원 제안을 맨시티는 거절했다. 하지만 테베스에게 씌어있는 괘씸죄를 누구나 인정하기에 맨시티를 비난하지 않는다. 2009년 맨시티는 테베스를 구매하는 데에만 823억원을 썼다. 이후 2년 넘게 매달 13억8천만원 이상 지불해왔다. 각종 보너스와 수당까지 합치면 그것보다 훨씬 커진다. 그런 만큼 맨시티는 지금 구단 권위에 대든 장본인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한 푼도 손해 볼 수 없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베스가 빅클럽이 군침을 흘릴 만큼 확실한 골잡이라는 사실이다. 맨시티에서 테베스는 84경기 52골을 기록했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급은 아니지만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확실한 스트라이커다. 매 시즌 20골 이상을 보장해주는 공격수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이적료를 득점수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리버풀의 캐롤은 1골당 가격이 102억원, 첼시의 페르난도 토레스의 1골은 175억원짜리다. 맨시티에서 테베스가 기록한 득점당 가격은 15억원에 불과했다. 빅클럽으로선 반드시 사야 할 폭탄세일 상품이다.

또 다른 걸림돌은 테베스의 이번 거래는 2006년 유럽 진출 이후 처음으로 계약 만료 전에 시도되는 이적이란 점이다. 그 전까지 테베스는 모두 2자 거래에 의해서만 움직였다. 선수의 경제권을 키아 주라브키안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베스를 영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시티는 모두 전 소속팀이 아닌 주라브키안과 협상을 했다. 맨시티가 지불한 이적료 823억원도 주라브키안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표현은 약간 그렇지만 테베스의 현 주인은 맨시티다. 따라서 이번 이적이 성사되려면 맨시티와 이적처 그리고 선수 3자가 모두 합의를 봐야 한다. 놀라운 사업 수완의 주인공 주라브키안이라면 어떻게든 일을 성사시킬 테지만 예전보다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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