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블라터 FIFA 회장, “2014 WC에서 골라인 판독 도입”
입력 : 2012.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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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ESM 특약] 전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단연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 셉 블라터 회장이다. 1998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절묘한 정치력과 사업 추진력으로 FIFA의 몸집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가장 논란에 휩싸인 ‘위험한 남자’이기도 하다. 2001년 월드컵 마케팅 대행사 ISL의 파산 이후 불거진 검은 거래 의혹에서부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월드컵 개최지 관련 비리 연루설로 악마화되기까지 한다.

독일 축구 전문매체 ‘키커’와 마주한 블라터 회장은 여전히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다. ‘스포탈코리아’는 유럽스포츠언론연합(ESM, European Sports Media)의 회원사 자격으로 입수한 블라터 회장의 인터뷰를 국내 독점 공개한다.

FIFA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뵈니 굉장히 편해 보이시더군요. 최근 있었던 논란에 대해서 마음을 정리하셨기 때문인가요?
‘황제’ 펠레,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우어 그리고 리오넬 메시와 함께한 자리였어요. 게다가 샤키라 같은 팝스타까지 초대되어 시상식 분위기가 정말 근사했습니다. 축구는 축제예요. 감성이자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입니다. 스위스 지역 신문들조차 이번 시상식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렸어요. FIFA가 일을 잘했다는 뜻입니다.

샤키라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주제곡도 불렀어요. FIFA와 좋은 친구가 된 것 같군요.
시상식에서 샤키라는 FIFA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죠. 그녀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과 함께할 수 있다면 FIFA로선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FIFA 식구’ 중에는 당신을 ‘공공의 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떠신가요?
2011년6월1일 FIFA 총회에서 있었던 회장 투표에서 제게 반대표를 던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91%라는 득표율은 전세계 축구 가족의 일체감을 나타냅니다. 총회가 폐막되었을 때, 제가 제안했던 개혁안은 98%의 신임을 얻었어요. FIFA 회원들은 저를 신뢰합니다. 저와 FIFA 집행위원회가 함께 우리 조직을 다시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거라고 그들 모두 믿고 있어요. 상황이 시끄러워지면 사람들은 FIFA가 그 동안 해왔던 긍정적 성취에 대해선 쉽게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긍정적 성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축구는 전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사랑 받습니다. 3억 명 이상의 지구인이 축구를 즐기고 있어요. 축구 시청자수는 10억 명을 상회합니다. 축구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과 사람을 이어줘요. 특히 전쟁이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가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아프카니스탄을 보세요.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자축구리그가 출범했어요. 리비아 대표팀이 아프리칸 네이션스컵 본선에 진출했고요. 축구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위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갖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바로 우리 생활 속에서 사회-문화적 요소를 만드는 일입니다. 축구는 원칙과 존중 그리고 페어플레이에 바탕을 둔 인생 속의 학교와 같아요.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가족 관계, 사회, 정치 속에서 축구의 그런 힘을 발휘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돈도 많이 벌 수 있죠.
축구는 거대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돈이 쌓여있을 뿐 아니라 도박꾼들도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어요. 도박꾼들을 제도권 하에 묶어두기가 정말 쉽지가 않아요. FIFA는 선수들 스스로가 롤모델이 되어주길 원합니다. 1988년 독일의 프랑크 오르데네비츠가 페어플레이 부문에서 상을 받았어요. 경기 중 주심이 그에게 물었고, 그는 자신의 핸드볼 반칙을 인정했습니다. 그게 바로 순수한 스포츠예요. 이번 시상식에서는 이탈리아의 시모네 파리나가 상을 받았어요. 승부조작 유혹을 거절했을 뿐 아니라 주동자들을 고발하는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20만 유로의 현금 제안을 거부했어요. 이게 바로 오늘날의 축구입니다. 세상에 파리나 같은 선수들이 좀 더 많다면 FIFA가 굳이 인터폴과 공조할 필요도 없어지겠죠.


사진=ⓒAlexander Hassenstein - FIFA/FIFA via Getty Images

FIFA 집행위원회 내부에서도 잡음이 들렸는데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된 2010년에 우리도 그 사실을 발견했어요. 집행위원의 절반이 유치 후보들과 접촉을 가졌더군요. 그들 중 일부가 영국의 교활한 언론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버렸어요. 어쨌든 빛난다고 해서 모든 게 황금이 아니라는 게 확실해졌습니다. FIFA 윤리위원회가 즉시 개입했어요. 향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권을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FIFA 전체 회원에게 주기로 제가 결정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회원국 대부분 이 변화를 환영했어요. 조직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감시를 위해서 네 개의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습니다. 테오 즈바지거 회장이 윤리위원회를 이끌고, 프란츠 베켄바우어 회장이 ‘풋볼 2014’ 프로젝트를 이끌기로 했습니다. FIFA 조직의 거버넌스(협치, 協治)와 부패방지를 위한 최고의 전문가 마크 피스 교수를 거버넌스 독립위원회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그 위원회들의 독립성은 어떻게 보장되나요?
모든 태스크포스팀들은 높은 투명성을 갖고 조직 개혁에 앞장설 겁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 일정은 잡혔나요?
이번 개혁안의 대부분은 오는 5월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통과될 예정입니다. 현재로선 개혁안 완료를 2013년(모리셔스 총회)까지로 보고 있어요.

스위스 주크(Canton of Zug) 대법원은 2001년 파산한 ISL(FIFA 마케팅대행사) 관련 서류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FIFA는 이를 거절하고 있는대요. 이유가 뭔가요?
저는 오래 전부터 ISL 관련 자료를 공개하려고 했습니다. 법원이 동의한다면 지금도 공개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정리되는 1월말이면 공개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자료 내용을 알고 계시는군요?
자세히는 아니고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ISL 사업과 관련해서 돈을 받은 적이 없어요. 2010년 6월에 법원에서도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관련자는 알고 계시는 거죠?
그들 중 몇몇은 이미 FIFA를 떠났어요.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스위스 국내에선 2007년까지 관련 법조항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상 범죄에 해당되지 않아요. 관련 법규정이 2007년에야 생겼어요. 물론 ISL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입법 전에 제공된 현금에 대해서 반환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렸어요. 그 점에 대해서 FIFA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TV중계권과 용품 계약에 따라 발생한 모든 대금을 지불 받았고, 그 돈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자료 공개의 파장이 미미할 것이란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혼란은 없을 겁니다. 잭 워너 전 부회장은 1998년 제가 처음 FIFA 회장이 되었을 때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TV중계권을 1달러에 제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TV중계권 판매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어요. 워너 전 부회장은 OTI(남미 방송사업자)로부터 중계권을 획득했습니다. 그런 거래는 지역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졌어요. 그런 부분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점은 제 실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998년 회장직에 오른 뒤에 그런 부분들을 개선시켜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어요.

당신은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카타르에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카타르에 표를 던졌는데요.
저는 제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말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플라티니 회장은 카타르에 투표했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플라티니 회장의 선택이 궁금하다면 그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죠.

독일축구협회의 테오 즈반지거 회장이 FIFA 집행위원으로 선출된 직후 월드컵 개최지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를 조용하게 만들었는데요.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되었을 당시 그는 아직 FIFA 집행위원이 아니었어요. 최근 저는 위원회에서 FIFA는 내부적으로 반드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정적인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 최소한 FIFA는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월드컵 동절기 개최 가능성은 아직도 남아있는 건가요?
플라티니 회장이 그렇게 더운 곳에선 아무도 뛸 수 없다고 한 발언 때문에 그 질문을 한 것 같군요. FIFA는 6월과 7월에 대회를 개최한다는 대전제 하에 개최지를 결정했습니다. 만약 개최 시점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건 카타르가 FIFA에 직접 대회기간 변경을 요청해야 합니다. 최소한 지금까진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요청이 접수된다면 FIFA 집행위원회나 총회에서 요청의 가부를 결정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아요. 우리는 조만간 2014년 이후의 A매치 일정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드컵이 언제 개최되는지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합니다.

클럽들이 FIFA의 A매치 일정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데요.
지금도 그 일을 FIFA가 단독 처리하지 않습니다. 대륙별 인사가 참여하고 있어요. A매치 일정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봅니다. 여러 제안과 의견도 수렴합니다. 그 결과 토요일, 일요일, 수요일로 되어있는 일정을 금요일과 화요일로 옮기기로 했어요. 선수들에게 더 많은 회복시간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죠. A매치 일정 수립 논의는 클럽과 국가별 축구협회간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서 행해집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간과되곤 하죠.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까요?
물론 이해관계가 상충되긴 합니다. 클럽이 자기 방향으로만 가면 국가대표팀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이 없는 축구란 상상하기 힘들어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대표팀은 공공재가 되었습니다. 자국민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국가를 대표합니다. 예를 들어 27개국이 합쳐진 ‘유럽 대표팀’이라는 걸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 팀을 응원할 사람도 없고, 또 그런 팀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유럽’이란 이름으로 우주선은 만들 수 있어도 단일 대표팀은 만들 수 없어요.


사진=ⓒKicker

클럽과 국가별 축구협회간 갈등이 오직 돈 때문일까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클럽은 자기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응할 의무가 있어요. 축구협회는 그에 대한 보험을 들지만 클럽 입장에서는 충분치가 않아요.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FIFA는 선수 차출 대가로 각 클럽에 4천만 유로(약 585억원)를 지급했습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7천만 유로(약 1,024억원)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클럽들은 지금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의 선수 차출 보상금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요구하고 있어요. 유러피언 클럽 대표기구(ECA)의 칼-하인츠 루메니게 회장과 이 부분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는 올 1월 해당 협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어요.

루메니게 회장를 언급하셨는데요, 그가 당신을 가리켜 ‘장어’라고 했어요. 손으로 다루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의미였는데요. 불쾌하지 않으셨나요?
그에 대해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습니다. 장어가 물고기잖아요. 제 생일이 물고기자리거든요. 직접 만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그러다가 독일로 돌아가기만 하면 한 방씩 쏴대죠.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전 수도원에 들어가 있어야겠죠.

바이에른 뮌헨의 율리 회네스 회장이 FIFA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제가 굳이 회네스 회장을 상대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합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바로 직전에 제가 뮌헨의 크리스티안 우데 시장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율리 회네스와 그의 일파가 2010년 월드컵에 나섰던 남아공을 중상 모략했다고요. 파리가 2012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이유도 마찬가지였어요. 아프리카 쪽 표심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그 점도 우데 시장에게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아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이 프란츠 베켄바우어에게 “아프리카 회원국은 단 한 곳도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뮌헨에 투표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아프리카의 월드컵 개최 꿈을 어떻게 파괴하려고 했는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어요. 하야투 회장이 맞았습니다. 아프리카의 12표 없이는 절대로 올림픽을 유치할 수 없어요.

골라인 판독장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가상의 적들과 싸우고 있는 느낌입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골라인 판독장치가 도입될 겁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벌어졌던 실수가 반복되어선 곤란합니다. 독일전에서 잉글랜드의 동점골이 무효 처리되었잖아요. 그걸 보고 저는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골라인 판독장치의 도입을 위해 심판의 추가 배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골라인 판독장치의 도입은 그리 복잡한 문제가 아니에요. 심판들은 음성 신호를 받게 되어있어요. 또 다른 심판을 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는 3월 2일과 3일에 있을 국제축구협회이사회(IFAB)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심판의 추가 배정은 별개 사안입니다.

몇 명의 심판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는 총 7명의 심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FIFA에서는 서너 명으로도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심판을 추가 투입시킬 순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가에는 심판 숫자가 그리 충분하지 못합니다. 6심제의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클럽도 사실 그리 많지 않아요. 지금 UEFA가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멕시코에서는 이미 그 테스트가 종료되었어요. 그런 경기에 투입될 만한 심판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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