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맨유-리버풀, 훈훈한 응원문화 선보이나?
입력 : 2012.01.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낳은 앙숙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주치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댔다. 2000년대 들어 맨유가 우승 트로피를 대거 수확해 격차가 벌어졌지만 여전히 두 구단은 최고의 라이벌로 손꼽힌다. 일명 '레즈 더비'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8일 잉글랜드 FA컵 32강전을 앞두고는 앙숙 관계가 더욱 심화됐다. 리버풀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인종차별 발언에 따른 출전 정지 징계가 발단이다. 수아레스는 지난해 10월 15일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상대 레프트백 파트리스 에브라를 향해 인종차별 폭언을 한 것이 들통나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8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2월이 되야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폭언 한 마디가 자신과 클럽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리버풀 팬은 팀의 핵심 공격수 수아레스를 감싸 안는다. 그 감정은 고스란히 맨유를 향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한 성미하는 맨유 팬도 잔뜩 벼르고 있다.

FA컵 32강전을 앞두고 혹여나 욕설이 담긴 응원이 상대 선수에게 날아들까 협회와 양 구단 모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FA컵이 볼썽사나운 응원 문화 때문에 망치면 안된다는 공통된 생각을 한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먼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10월 리버풀 원정에서 우리 팬들은 훌륭한 행동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이어가달라. 여러분이 명성을 쌓고 있는 대로 긍정적이고 재치가 넘치는 응원을 보내는 데 중점을 두라"고 맨유팬에 편지로 호소했다. 리버풀 이언 아이레 단장도 "증오심을 빼고 라이벌전으로서 이 경기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협회는 중대한 경기를 앞두고 두 구단이 화해 무드를 보이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다고 흡족해하고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병 안의 내용물을 알 수 있다. 양 팬들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그랬듯 서로를 힐난하는 응원을 펼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단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을 갖고 있는 서포터스가 양 구단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면 자신의 팀만을 목청껏 응원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창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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