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킹스컵 우승은 약이자 독이었다
입력 : 2012.02.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홍명보 사단 첫 우승 트로피는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지난 1월 15일부터 21일까지 열렸던 태국 킹스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태국, 덴마크, 노르웨이 성인 대표팀을 상대로 2승 1무 성적으로 우승하면서 조명을 받았다. 객관적인 전력이 낮은 태국과 리그 선발팀으로 급조된 덴마크, 노르웨이였지만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를 얻어냈기 때문에 박수 갈채을 받을만 했다. 반신반의하던 팬들도 관심을 갖고 홍명보호의 발걸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상승세는 2월 6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까지 이어지리라 기대를 모았다. 1월 25일 재소집해 카타르 도하에서 발을 맞추며 철저하게 사우디전을 준비한 홍명보호는 실제로 11경기 연속 무패(8승 3무)와 킹스컵 우승에 따른 상승세로 경기 전부터 한국의 승리 기운이 감돌았다.

뚜껑이 열리고 안을 들여다 보니 내용물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지난해 11월 최종예선 3차전 상대 사우디는 180도 다른 팀이 되어 나타났다. 강한 압박, 영리한 파울 플레이, 효율적인 측면 공격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려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올림픽팀은 김보경의 동점골로 가까스로 비기며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요르단, 카타르전 포함 3연속 중동 원정 무승부를 기록한 데에는 사우디 경기력과 중동 환경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킹스컵 우승에 따른 선수들의 자만심이다. 홍명보 감독이 늘 강조한대로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는 23세 이하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뛰었다고 줄지어 고백했다.



선수들의 전언에 따르면, 코칭 스태프, 선수들 모두 농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하기로 유명한 올림픽팀 미팅도 분위기가 무거웠다고 한다. 한 명씩 사우디전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에 대다수의 선수들은 전술과 환경이 아닌 자신과 동료들을 탓했다. 일부 선수들은 “우리에게 자만심이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미드필더 박종우(23, 부산 아이파크)는 “킹스컵 우승으로 너무나 많은 조명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사우디전을 앞두고 나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조금은 안일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회의 때 그 얘기를 했더니 다른 선수들도 공감하더라”고 털어놨다.

프로 축구팀, 더 나아가 국가대표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크고 작은 대회 정상에 오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렇다고 우승이 긍정의 힘만 가진 것은 아니다. 올림픽팀은 사우디전 전후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올림픽 본선 진출 운명을 가를 오만 원정 경기(23일)를 앞두고 젊은 선수들이 초심으로 돌아가려 애쓴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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