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논란에서 감독직 사임까지… 英FA 사건의 재구성
입력 : 2012.02.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배진경 기자= 인종차별 논란 불똥이 대표팀 주장직으로 옮겨붙는가 싶더니 엉뚱하게 감독직 사임이라는 촌극으로 마무리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이야기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했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9일 오전(한국 시간) 전격 사임했다. 인종 차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존 테리 논란'에서 불거진 결과다. 카펠로가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테리의 법정 공판일이 확정된 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또 유로2012 본선을 4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다. 그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논란의 핵심, 존 테리
일련의 사건들에 단초를 제공한 인물은 존 테리다. 테리는 지난해 11월 프리미어리그 경기 도중 퀸즈파크레인저스의 흑인 수비수 안톤 퍼디낸드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검찰에 기소된 그는 법정에 서야 한다. 첫 공판 일정은 유로2012 대회가 폐막한 후인 7월 9일로 잡혔다.

법정 공판일 확정된 후 FA는 테리의 주장직을 임시 박탈했다. 대회 출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테리가 반발했다. 그는 일관된 자세로 무죄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사법부에서 유죄 판결을 내린 것도 아닌데 오히려 FA가 앞서 자신을 범죄자인양 취급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일단 여론은 FA의 편이다.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선수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대표팀의 주장 완장을 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테리는 인종차별 외에 불륜 스캔들이라는 '전과'도 있다. 불륜 스캔들이 터졌던 2010년에는 주장 완장을 벗었던 사례가 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결백하다는 것이 테리의 주장이다.

카펠로의 이기적인 항명?
테리 논란을 2라운드로 확대한 이는 카펠로다.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FA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테리의 주장직 박탈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게 요지다. 카펠로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직접적인 이유는 FA가 테리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펠로 감독의 발언은 그러나 여론으로부터 역공을 맞는 빌미가 됐다. FA 고위층과의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고립을 자초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실패 이후 지지 기반을 잃은 그는 이번 발언이 활자화되는 것과 동시에 '사령탑 교체설'과 맞닥뜨리는 입장이 됐다. 한편에서는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8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카펠로가 FA를 자극해 해고당한 뒤 보상금을 챙기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카펠로는 전격적으로 사임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임의 형식이지만 실제로는 FA와 합의에 따른 계약해지일 수도 있다. 다만 FA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유로2012 본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감독과 주장을 한꺼번에 교체하고 다시 팀을 꾸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선장 잃은 잉글랜드, 후임은 누구?
자연스럽게 잉글랜드 대표팀의 후임 감독은 누가 될 것인지에 초점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자국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는 게 수순이라는 분위기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힘을 얻기 시작한 '레드냅 대세론'이 유력하다. 또 꾸준히 감독 후보군에 올랐던 마틴 오닐과 21세 이하 올림픽팀 감독인 스튜어트 피어스도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감독으로는 거스 히딩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터키 대표팀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자연인으로 돌아간 히딩크는 토너먼트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승부사다. 히딩크 감독은 측근을 통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되는 것에 관심있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Marc Atkins/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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