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선배의 원포인트 레슨에 입이 쩍
입력 : 2012.02.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귀포] 윤진만 기자= 프로 2년차 감독 유상철(41, 대전 시티즌)이 시즌을 준비하면서 돈 주고는 못 살 선배의 가르침을 받았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2012 시즌 준비에 한창인 13일 저녁. 식사를 하던 유상철 감독의 휴대전화에 벨이 울렸다. 지인의 전화였다. 유 감독은 전화기를 들고 자리를 떴다. 20분 남짓 시간이 지나고 유 감독이 돌아왔다. 그런데 나갈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왔다. 자리에 앉던 그는 “와, 이게 정말. 이런 게 있구나”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자초지종을 물었다. 유 감독은 “원 포인트 레슨이라고 해야 하나. 신의 한 수를 배운 것 같네요”고 말을 시작했다. 동갑내기 지인과 통화를 하는 유 감독의 수화기 저편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경신중·고 선배 김병수 현 영남대 감독이(42) 지인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병수 감독은 어린 시절 우러러 보던 선배였다. 유 감독이 “병수 선배의 플레이를 따라하며 프로 꿈을 키워나갔다”고 할 정도. 1988~1992년 국가대표를 지낸 김병수 감독은 과거 뛰어난 실력에 ‘축구 천재’로 불렸지만 부상으로 빛나지 못한 비운의 축구스타다.

유 감독은 “시즌 준비에 한창인 저를 위해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사자성어를 꺼내시더라고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으면 누구나 아는 얘기를 한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같은 말도 병수 선배가 하니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우리 팀 선수를 잘 파악하라고 하시면서 감독 유상철 만의 색깔을 내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수비하면서 역습하는 건 어느 감독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와, 정말 확 와 닿네요”라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멕시코 해외 전지훈련과 제주 훈련으로 정신·육체적으로 녹초가 된 유상철 감독의 눈빛이 이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김병수 코치의 말 한마디가 의욕을 불타오르게 한 셈. 유 감독은 “감독의 위치에서 모든 선수를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참 힘든 직업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시즌이 다가오니까 설레는 건 똑같은 것 같습니다.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됩니다. 병수 선배 말씀을 들으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시즌을 맞고 싶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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