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왜 한국 선수들은 특징이 없을까?''
입력 : 2012.02.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치유안(중국)] 류청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중국 치유안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허정무 감독이 회상에 잠겼다.

타임머신은 축구화 한 족이었다. 허 감독은 22일 광저우 헝다 연습구장에서 랴오닝 훙윈과의 연습경기를 준비하다 의자 밑에 있는 축구화를 집어 들었다. 그는 “요즘 축구화는 정말 가볍고 편하다. 예전에는 스터드를 축구화에 직접 못으로 박아서 썼다. 그래서 못이 중창을 뚫고 나와 발을 찌르는 일이 다반사였다”라며 과거로 가는 기차의 문을 열었다.

허 감독은 “예전에는 환경이 안 좋았다기 보다는 열악했다. 해외 원정을 나가면 바로 택시를 타고 체육사로 향했다. 좋은 축구화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라며 “요즘에는 정말 환경이 좋아졌다. 잔디 운동장이 있고, 좋은 장비가 있다. 여기에 더할 게 뭐가 있나? 선수들은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과거로 가는 열차는 ‘아쉬움’ 역에 잠시 정차했다. 허 감독은 “환경은 좋아졌는데 선수들의 의지와 노력은 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안일하다고 해야 하나? 목표 의식이 떨어진다. 실력이 좋지 않은 게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는다. 조금만 더 하면 명예와 부가 따라오는 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특징이 없다”라고 했다. 전반적으로 기량이 고르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장기가 없다는 것. 그는 “옛날 선수들은 체격이 작아도 나름의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영무 전 기술위원장은 박지성을 능가하는 체력으로 신체적 약점을 넘어섰고,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좋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를 자랑했었다. 모두 개인 운동의 결과”라고 했다.

허 감독의 지적은 ‘옛날에는 이랬는데”라는 식의 옛날 타령이 아니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체험담이 녹아있다. 허 감독은 과거 선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데,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기술은 지금도 자신 있다”라며 “늦게 축구를 시작해서도 좋은 기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단한 개인 운동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랴오닝과의 연습경기가 가까워 오면서 과거 열차는 종착역을 향해 달렸다. 허 감독은 인천 선수들뿐 아니라 후배들이 더 높은 곳에 다다르길 바랐다. 허 감독이 고집스럽게 새벽 자율 운동을 열어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형식은 구식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메시지만은 분명하다. 정직한 땀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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