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황태자' 김치우, 최강희호에서 갱생되나
입력 : 2012.02.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영암] 홍재민 기자= ‘왼발의 마술사’ 김치우(28, 상무)는 부침이 극명한 선수다. 황태자란 애칭에도 불구하고 2010년 월드컵 본선에서는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젠 다르다. 김치우는 이영표의 몫이었던 ‘작은 거인’이란 대표팀 애칭을 물려받으려 한다.

1983년생 김치우는 FC서울의 2010시즌 우승 직후 상무에 입대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올해 늦가을이면 제대를 한다. 만 28세의 나이와 정교한 킥 능력. 팬들 사이에선 ‘잊혀진 공격형 측면 자원’으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김치우 본인의 다짐을 전혀 다르다.

2004년 인천에서 프로 데뷔한 김치우는 2007년 허정무 감독 휘하에서 FA컵 우승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스승’ 허정무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자 김치우는 새로운 대표팀의 황태자로 불렸다. 그러나 일장춘몽이었다. 철석같이 믿었던 허정무 감독이 월드컵 본선 23인 명단에서 결국 김치우를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무대에 남아 2010년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FC서울의 우승을 이끌었지만 월드컵 엔트리 탈락의 아픔을 씻을 순 없었다. 그리곤 트레이드 마크인 단발머리를 짧게 자르고 상무에 입단했다.

조광래 체제 하에서 배제되었던 김치우에게 갱생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최강희 감독이었다. 전남 영암의 대표팀 소집훈련에서 김치우를 단순히 국내파 중용이란 정책의 수혜자로 치부하긴 힘들다. 몸 상태가 너무 좋은데다 최강희 감독이 심혈을 기울이는 세트피스에서 자신의 장점인 킥 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본인도 자신감에 차있다. 23일 훈련 전 인터뷰에서 김치우는 “한상운도 잘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과 자신감의 사이를 오갔다.

최강희 감독은 훈련 중 4-2-3-1과 4-4-2 전술을 혼용 실험 중이다. 매일 행해지는 전술 연습에서 김치우는 4-4-2 전술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자리잡았다. 최강희 감독은 애써 미니게임의 팀 구분 의미를 깎아 내린다. 하지만 누가 봐도 주전과 비주전팀으로 확연히 갈려있는 상태다. 김치우는 4-2-3-1 전술에선 풀백인 박원재에게 밀린다. 김치우의 평가는 4-4-2 포메이션에서 급격히 좋아진다. 대각선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보다 4-4-2 전술에선 측면을 따라 위아래로 오가는 왕성한 체력과 킥 능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치우의 프리킥 능력이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김치우는 데뷔 초부터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이 최대 장점으로 평가 받았다. 포지션상 다득점은 불가능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2005년을 제외하곤 매 시즌 골을 기록했다. 풀백의 득점력치곤 높은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김치우는 왼발 코너킥과 프리킥을 전담하고 있다. 실제 연습 중에도 김치우의 정확한 킥 능력 덕분에 대표팀의 장신 선수들은 효과적으로 세트피스 연습에 임할 수 있다. 29일 쿠웨이트전의 중요도를 감안하면 정상적인 필드 플레이보다 세트피스의 ‘한 방’이 더 기대된다. 김치우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김치우는 이번 영암 캠프에서 최강희 감독의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다. 프리킥을 찰 때마다 “이렇게 저렇게 차보라”는 최강희 감독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김치우의 능력에 대한 ‘최강희호’의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