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송구-좌월 3루타’ 이운재, ‘야구왕’ 변신
입력 : 2012.02.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광양] 윤진만 기자= 전남 드래곤즈 베테랑 골키퍼 이운재(39)가 야구왕으로 변신했다.

이운재는 26일 오전 10시 30분 팀 훈련 중 실시한 발 야구 대회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공격시 통쾌한 장거리포를 날리며 득점을 올렸고 수비시에는 3루수 위치에서 안정적인 캐치와 1루를 향한 정확한 송구를 선보였다. 활약의 백미는 좌월 3루타다. 장거리 골킥에 일가견이 있는 골키퍼답게 왼발등에 얹힌 공은 힘있게 좌익수 키를 넘겼다. 그는 부지런히 뛰어 3루를 찍었고, 이후 후배의 적시타로 홈까지 밟았다. 전남 관계자와 취재진은 이운재의 활약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운재는 선수이자 코치였다. 발야구 훈련에는 KBO의 룰이 그대로 적용됐다. 축구에만 매진한 일부 후배는 야구 룰을 몰라 헤맸다. 그때마다 이운재는 직접 행동을 섞어 가며 알기 쉽게 설명했다. 공이 사이드 라인을 따라가다 베이스 도달 전에 선 밖으로 넘어갈 때는 파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후배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박박 우길 때에도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때로는 직설적이고 강한 어법을 쓰기도 했다.



이운재의 활약에 힘입은 김도근 코치 팀은 윤덕여 코치 팀을 5-3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정해성 감독팀을 동전 던지기 끝에 누르고 올라온 조진호 코치 팀. 하지만 결승전에서도 준결승전때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영리하게 단타와 장타를 섞어가며 맹공을 펼친 조진호 코치 팀을 혼자의 힘으로 넘기엔 무리였다. 이운재는 경기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룰을 망각하고 실수한 상대팀 선수를 나무라는 데 집중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전남 관계자와 상대팀 선수는 그런 모습에 한바탕 웃었다.

발야구 대회로 분위기 'UP'
이운재를 필두로 모든 선수, 코칭스태프, 관계자까지 합심한 발야구 대회의 취지는 정해성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정해성 감독은 25일 자체 연습경기를 마치고 안이한 집중력을 보인 1군 선수들을 크게 나무랐다. 그 후 선수들의 훈련 의욕을 끌어 올리기 위해 부천SK 감독 시절 사용한 발 야구 훈련으로 1시간 30분을 보냈다.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다.

발야구 대회 룰은 프로야구 룰을 기본으로 축구의 기본기를 첨가했다. 투수는 발을 사용해 공을 홈 방향으로 굴리고 타자에 해당하는 상대팀 키커가 공을 찬다. 수비의 방법은 두 가지. 공중볼을 두 손으로 잡으면 원 아웃, 가슴+헤딩 트래핑 후 잡으면 투 아웃, 가슴+허벅지+헤딩 트래핑 후 잡으면 쓰리 아웃이다. 단순한 발 야구 게임이 아닌 선수들의 트래핑 실력을 키우려는 의도도 담긴 훈련이다.



정해성 감독은 발 야구 대회에 상금까지 걸어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남 김영훈 단장과 함께 거금 100만 원을 총 상금으로 걸었다. 우승팀 50만 원, 준우승팀 30만 원, 3위팀 20만 원이다. 최하위는 훈련 정리의 벌칙이 주어졌. 치열한 경합 끝에 조진호 코치 팀이 우승을 정해성 감독 팀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해성 감독은 직접 참가해 승부욕을 불태웠지만 투 아웃에 해당하는 범타를 세 차례나 날려 선수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2012년 스플릿 시스템 도입으로 15개 구단이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정해성 감독의 전남은 즐거운 놀이로 한 템포 쉬어갔다. 훈련 시간과 성과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신인 선수들은 어색한 선배들과 한데 뒤엉켜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1~3위 팀은 소량의 용돈까지 챙겼다. 정해성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의 투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훈련은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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