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기축구회에서 재기한 K리그 선수를 아시나요?
입력 : 2012.03.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구] 류청 기자= “할 줄 아는 게 축구 밖에 없어서”

조기축구에서 몸을 만든 선수가 프로무대에서 골을 터뜨릴 수 있을까?

답은 ‘예스’다. 대구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홈 개막전이 벌어진 4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누구보다 활짝 웃은 선수가 있다. 바로 전반 13분 FC서울을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린 강용(33)이다. 강용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수비에 맞고 오른쪽으로 흐르자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대구는 몰리나에게 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강용은 경기MVP에 꼽혔다.

강용은 지난 해 하반기에 대구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시즌이 끝난 후 강원FC에서 방출된 후 1년 6개월 동안 무적선수로 지내다 테스트에서 이영진 전 감독에 눈에 들었다. 강용은 지난 시즌 9경기에 출전했고,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다.

무적선수였을 때, 강용은 개인훈련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조기축구에서 활약했다. 그는 “흔히 말하는 조기축구, 클럽 축구에서 뛰었다”라며 “구리, 망우리 쪽에서 공 좀 찬다는 팀에서 운동을 같이 했었다. 대회 같은 것은 나가지 않고 훈련만 같이 했었다. 나이도 있고, 솔직히 프로에 간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라고 했다.

조기축구에서 몸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강용은 지난 2010년 2월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기로에 서기도 했다. 그는 갈림길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축구를 그만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부상을 당한 후에도 혼자 헬스장에서 몸을 만들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할 줄 아는 건 축구 밖에 없다. 팀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고 있다.”

고생 끝에 어느 정도 낙이 찾아왔다. 대구에 입단했고, 새로 부임한 모아시르 감독에게도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 그는 “국내 지도자와 다른 면이라면 선입견이 없다. 실력만 가지고 선수를 평가한다”라며 “나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도에 많이 영향을 받는데, 이번 감독님은 나를 많이 믿어준다”라고 했다.

그는 올 시즌 다른 측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같이 삼십 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이동국과 선배 김상식의 활약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내 또래가 많지 않다.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다. 이동국과 김상식의 활약을 보면서 대리 만족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님도 나이든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으신 것 같다.”

강용은 경기 전 날 인터뷰 하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인터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용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강용은 “대구가 작년보다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이 강팀이지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느낀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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