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분요드코르, ‘더 이상 갑부는 아니지만 축구공은 둥글더라’
입력 : 2012.03.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김동환 기자= 우즈베키스탄의 강호 분요드코르가 포항 스틸러스와의 대결에서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분요드코르는 포항 스틸야드에서 개최된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서 투라예프와 무르조예프의 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었다.

분요드코르의 입장에서 포항에서 거둔 승리는 값지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아시아 원정에만 나서면 0-3(2008년 애들레이드), 1-4(2009년 포항)로 대패를 거뒀던 악몽을 지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홈에서 가진 애들레이드(호주)와의 1차전에서 1-2로 패했지만, 어려운 포항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여기에 최근의 어려운 팀 사정을 고려하면 분요드코르가 포항에서 승리를 거두고 크게 환호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 2009년 포항과 맞붙을 당시와 비교해 팀의 주머니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갑부 구단주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을 영입하며 공격적인 운영을 했지만, 최근에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투자를 중단했다.

분요드코르에게 포항 원정길은 멀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출발해 태국 방콕을 거쳐 김해에 도착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을 달려 포항에 여장을 풀었다. 방콕에서의 환승 대기시간을 포함해 모두 20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지난 2009년 포항과의 경기를 위해 전세기를 이용했을 당시 비행시간이 7시간 30분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 때 분요드코르는 유럽 무대에서 중동 갑부 구단주를 등에 업고 돈을 물 쓰듯 쓰던 첼시나 맨시티 등이 부럽지 않았다.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다’는 속설을 믿었다. 하지만 구단주의 인내심 역시 첼시와 맨시티를 닮았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분요드코르의 구단주는 돈만으로는 결코 우승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갑은 굳게 닫혔다. 더 이상 세계적인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승리를 일궈냈다. 포항의 공격진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끈끈한 수비로 맞섰고, 빠르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분요드코르의 미르자랄 카시노프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어려운 포항과의 원정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지시를 잘 따랐다.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당당하게 승리의 기쁨을 나타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포항 스틸야드를 떠나는 분요드코르의 언론담당관에게 3년 전과 달라진 상황을 물었더니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그는 “자금 사정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공은 정말 둥글다. 오늘 포항과의 경기에서 증명된 것 같다”며 “돈으로 승리를 살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돈이 없어도 승리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더라”며 아시아 무대에서 분요드코르의 활약을 지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