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로 돌아온 '공익근무요원' 황지수, 아시아를 꿈꾼다
입력 : 2012.03.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김동환 기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남자 운동 선수에게 병역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신성한 국민의 의무로 당연히,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전성기를 맞이한 시점에 그라운드를 떠나 국방부 시계를 바라보며 총과 삽을 들라고 하면 반가울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
여러 가지 해법이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병역을 면제받거나, 부상으로 병역을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 운동은 잘 하지만 학력 미달로 군대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능력이 된다면 해외에서 활동하며 합법적 장기체류를 통해 10년 정도 병역 이행을 연기할 수도 있다.

물론 이행하는 방법도 있다. 군 체육부대인 상무 또는 경찰청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관문은 결코 쉽지 않다. 지원자가 워낙 많다. 또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그냥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다.

'포항의 가투소' 황지수가 병역을 이행한 방법
한때 잘 나가던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황지수가 그랬다. 2004년 포항에 입단한 황지수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팀을 이끌던 시절 포항의 중원을 지배한 주인공이었다. 국가대표팀에도 소집될 정도였다. 하지만 2009년 10월, 예상치 못하던 공익근무 소집 통지서를 받았다. 팀의 승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그만 경찰청과 상무 입대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많은 고민과 유혹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황지수는 평소 성격대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꼼수는 없었다. 2004년 부터 2009년까지 K리그에서 165경기를 소화한 황지수는 잠시 축구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경기도 동두천 광암동사무소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새출발을 했다.

2개월, 복귀를 위한 승부수
공익근무요원으로 K리그와 멀어졌지만 그는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복무를 마친 후 복귀하겠다는 일념으로 지냈다. 아침 8시에 출근해 동사무소에서 복사 업무와 독거노인을 위한 쌀 배달 등을 주요 업무로 소화했고, 저녁 8시에는 챌린저스리그(3부리그격) 양주시민축구단에 나가 땀을 쏟았다.

그리고 지난 2011년 11월, 포항으로 복귀했다. 병역 의무 시작과 함께 정지되었던 포항과의 계약은 2개월. K리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황지수는 그 기간 동안 모든 것을 보여줘야 했다. 실전 기회는 없었지만 훈련을 통해 황선홍 감독에게 가능성을 보여야 했다. 황지수는 동계훈련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았다.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황지수가 공익근무요원 생활을 하며 양주시민축구단에서 활약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원격 관리’를 한 포항은 황지수가 복귀한지 한 달 만인 지난 해 12월, 32세의 황지수와 3년 계약을 했다. 황선홍 감독은 황지수에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시즌은 3월에 시작하니 천천히 준비하자.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황지수에게 황선홍 감독이 보낸 신뢰의 한 마디는 그가 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돌아온 공익근무요원, 이제는 아시아를 넘본다
2009년, 포항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당시 황지수는 논산훈련소에서 '피가 나고, 알이 생기고, 이가 갈린다'는 훈련병 생활을 하고 있었다. TV중계 시청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훈련소 조교가 포항의 우승 사실을 알려줬다. 황지수는 “정말 착잡했다. ‘병역 의무만 아니었다면 나도 저곳에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했다.

비록 2009년 포항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지만, 돌아온 그에게 포항 동료들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준비해놓았다. 다시 한 번 황지수에게 아시아 정상의 꿈이 생긴 것이다. 병역의무를 위해 포기했던 꿈을 다시 꾸게 된 황지수는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황지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는 것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쁨이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 나도 아시아 정상을 맛보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황지수는 지난 17일 부산과의 리그 경기에 출전해 3년 만에 K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20일 분요드코르와의 일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언제라도 황지수를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황지수는 언제라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며 “선발로도 가능하고, 조커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황지수를 향한 신뢰를 보냈다.

황지수는 “아직 포항에서 베스트 멤버가 아니다. 이번 시즌 최선을 다 해 팀의 우승을 돕고, 길게는 최근 은퇴한 (김)기동이 형처럼 철저한 자기 관리로 그라운드 위에서 오래 팬들과 마주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K리그 최정상 선수에서 동두천 광암동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으로. 그리고 기적적으로 K리그로 돌아온 황지수는 이제 아시아를 넘본다. 황지수가 쓰는 '기적'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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