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리그 노력 망치는 경기장 폭력 대책 시급
입력 : 2012.03.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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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인천] 홍재민 기자= 과유불급(過猶不及)이었다. 팀을 생각하는 열정이 너무 지나쳐 볼썽사나운 경기장 폭력으로 이어졌다.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치러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인천이 대전에 2-1 승리를 거뒀다. 개막 3연패 뒤에 쟁취한 시즌 첫 승이어서 인천 쪽은 안도와 기쁨이 어우러진 분위기로 경기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후 시한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인천의 마스코트 유티가 대전 팬들 앞에서 지나치게 승리를 만끽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발끈한 대전 팬 두 명이 경기장에 난입해 유티에게 폭행을 가했다. 보안 요원이 곧바로 진압하긴 했지만 대전 선수들이 끼어든 탓에 관중석에 남아있던 대다수의 대전 팬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대전 서포터석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반대편에 있던 인천 서포터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소수의 대전 팬들은 인천 팬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보안요원을 비롯한 현장 안전요원까지 나섰지만 접근 경로가 다양해 양측을 격리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현장을 수습하려고 노력했지만 곳곳에서 험악한 패싸움이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20여분 이상 지나서야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이성을 잃지 않은 양측 팬들의 노력 덕분에 충돌 상황은 수그러들 수 있었다.

이번 폭력사태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가깝다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장점이 악용되었다. 이날 인천-대전 경기 도중에도 인천의 한 팬이 경기장에 난입해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새 경기장 운영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인천 구단의 미흡한 대처도 아쉽다. 당시 현장 보안 요원들은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채 쩔쩔맸다. 대전 선수들의 개입을 방치했다는 게 단적인 예다. 물론 선수들은 자제시키기 위해 나섰지만 군중 심리상 이런 경우 선수들은 절대적으로 팬들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현장 관리의 책임 소재가 결국 구단에 있는 탓에 인천이 면피하긴 힘들다.

하지만 인천 측만 탓할 수도 없다. 인천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설계 특성을 감안해 일찌감치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홈 개막전이었던 11일 수원전에서는 원정 서포터와 홈 관중 사이를 경찰 병력으로 격리시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찰 당국이 발을 뺐다. 자칫 강압적인 시위 진압병력처럼 비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한 것도 그나마 인천 구단의 신고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였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정말 고민 많이 해서 잘하려고 했는데 경찰 협조를 얻기가 너무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규정이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경기장 운영 및 군중 통제의 책임은 규정상 홈경기 주최자인 구단 측이 져야 한다. 하지만 경찰 협조나 공권력 투입에 대한 내용이 없다. 해당 구단이 개별적으로 지역관할 경찰에 일일이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탓에 업무 진행상 어려움이 많다. 공권력이 없다 보니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에 대한 법적 조치도 힘들다. 구단보다는 연맹 차원에서 현장 운영 매뉴얼에 대한 재검토 및 경찰 당국과의 포괄적 업무 협조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연맹은 해당 장면이 담긴 동영상 자료를 현장에서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선수와 팬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해주고 현실성 있는 관중석 규모를 갖춰 K리그 발전을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소프트웨어가 아직 부족하다. 프로축구 발전을 위하는 일선 담당자들의 노고와 팬들의 축구 사랑이 퇴색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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