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김남일, 베테랑이 만들어낸 '합작골' 의미
입력 : 2012.03.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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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역사상 처음 달 표면에 찍힌 작은 발자국은 인류의 위대한 도약으로 기억된다. 2002년 4강 전사 설기현(33)과 김남일(34)이 만들어낸 한 골도 숫자 ‘1’ 이상의 커다란 의미를 지녔다.

인천은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치른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경기에서 대전을 2-1로 제압했다. 후반 8분 설기현이 시원한 선제 축포를 쐈고, 그로부터 8분 뒤 페널티킥까지 성공시켜 팀에 값진 시즌 첫 승을 선물했다. 인천 입단 후 처음 설기현과 동시 선발에 나섰던 김남일은 설기현의 첫 번째 골을 완벽한 패스로 도왔다. 격랑에 휘말려 침몰 일보 직전이었던 팀을 구해낸 승리라는 점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너무나 귀중했다.

이날 경기는 ‘단두대 매치’로 불릴 만큼 벼랑 끝 승부였다. 인천의 상황이 대전보다 더 절박했다. 유니폼 디자인부터 선수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개막 전부터 허정무 감독의 입지가 극도로 좁아졌다. 설상가상 구단 경영악화로 선수단 급여 지급이 늦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던 인천으로선 발생 가능한 거의 모든 악재가 겹친 셈이었다. 개막 3연패로 몰리자 구단 안팎에서는 “대전 경기에서 결과가 나쁘면 허정무 감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설기현의 선제골이 터지자 많았던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없어진 듯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 전까지 불안해 보이던 인천 선수들은 ‘두 형님’의 작품이 나온 이후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았다. 추가골도 이런 상승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동안 잠들었던 자신감이 갑자기 깨어난 느낌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의 모든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경기 후 설기현과 김남일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첫 승 거두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 알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었다. 김남일은 “설기현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을 때 솔직히 불안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만큼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김남일은 “슛할 때 다른 선수에 가려 보질 못했지만 골네트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됐다’ 싶었다”며 당시의 긴박한 심리상태를 회상했다.

두 선수의 부담감은 부득이한 현실이다. 이름값, 몸값, 기량 등 모든 면에서 설기현과 김남일은 팀의 얼굴인 동시에 중추다. 특히 허정무 감독 개인의 노력으로 데려온 케이스인 터라 보는 눈들이 많다. 두 선수의 활약 여부는 곧 허정무 감독에 대한 평가항목 중에서도 매우 높은 위치를 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시즌 첫 승을 만들어낸 두 선수의 합작품은 자기자신들은 물론 허정무 감독까지 수렁에서 건져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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