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서포터석 폐쇄’…위기의 대전, 홈 2연전 승리 절실
입력 : 2012.03.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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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사상 최악의 출발이다. 2012시즌 K리그에서 아직까지 단 하나의 승점도 쌓지 못한 것은 대전시티즌이 유일하다. 초반 4경기에서 모두 패한 대전은 클럽 역사상 최악의 기록에 근접했다. 대전은 창단 2년차였던 1998년 7월과 8월 사이 6연패를 기록한 적이 있고, 창단 첫해인 1997년 8~9월과 2000년 6~7월과 9~10월, 2008년 7~9월 등 총 4차례 5연패를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시즌 개막부터 내리 4경기를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초반부터 경기장 안팎으로 문제가 많은 대전이다. 개막을 앞두로 ‘레전드’ 최은성이 팀을 떠났고, 이 과정에서 서포터스와 구단 측이 감정 다툼을 벌였다. 끝내 사장이 교체됐다.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벌어진 대전 팬의 마스코트 폭행 사건으로 안방에서 치러질 5,6라운드 경기에 서포터스석 폐쇄 징계를 받았다. ‘초보 감독’ 유상철이 감내하기엔 버거워 보이는 위기다.

▲ 최악의 출발에도 유상철 감독이 만족하는 이유
올시즌 처음으로 풀시즌을 맞이한 유상철 감독은 압박감이 클 상황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팀이 패배하는 와중에도 그는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유 감독은 시즌 출사표를 던지며 8강 이상의 성적을 노리겠다고 말했지만 조급하지 않다. 지난 시즌 15위를 차지했던 대전의 현실적 목표는 ‘잔류’다. 유 감독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마지막에 배부르게 끝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유 감독의 색깔이 입혀지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유 감독은 그 부분에서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이 4경기를 하면서 전술적으로 잘 따라주고 있다.” 대전은 네 경기에서 8골을 내줬지만 경남과의 개막전 이후 매 경기 수비조직력이 개선되고 있다. 3경기 무득점으로 부실하던 공격력도 지난 4라운드 인천전 득점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북, 서울과의 경기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4연패라는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 감독 최용수도 “결코 쉽지 않은 승리였다. 우리의 약점을 알고 들어온 준비된 느낌을 받았다”며 경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대전을 4연패에 빠트린 인천 공격수 설기현도 “시민구단이라 좋은 선수를 구성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팀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봤고 직접 뛰어보았을 때 팀을 잘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의 자세도 그렇다. “우리는 모두가 말하는 약팀이다. 그래서 이 팀을 이끄는 것이 더 재미있다. 우리가 한 방 날리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거듭되는 시련은 유 감독의 도전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 마수걸이 골 넣은 허범산, 데뷔전 합격점 받은 남궁도
대전은 3연속 무득점의 고리를 지난 인천전에 끊었다. 주인공은 올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영입된 미드필더 허범산이었다. 유 감독으로부터 “신인 선수 중 프로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다. 1순위로 뽑은 이유는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칭찬과 기대를 받고 있는 허범산은 전북전에 김정우와의 중원 대결에서 완벽한 수비를 펼친 것에 이어 인천전에는 날카로운 슈팅으로 프로 데뷔골이자 대전의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공수 양면에 걸쳐 고른 기량을 보이는 허범산은 당시 득점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아쉬움을 만회했다. 허범산 역시 시련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고 매 경기 자신감을 쌓고 있다.

인천전의 긍정적인 부분은 올시즌 영입한 남궁도의 성공적인 데뷔전이다. 입단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선수단과 함께 발을 맞추며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인천전 전반 19분 케빈이 갑작스런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투입과 동시에 부지런하고 파워풀한 플레이로 안정된 전방 포스트 플레이를 수행했다. 최전방에서 케빈에게만 의존하던 대전 공격은 남궁도의 가세로 보다 다양한 루트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유 감독 역시 “결정력이나 헤딩, 몸써움에 강한 면이 있다. 인천전 경기력에 만족했다”며 향후 중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력한 수비 구축에 이어 부실했던 공격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대전에 승리의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선수단, 브라질산 특급 수비수 가세
오는 주말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앞둔 대전 선수단에는 희소식이 많다. 우선 인천전에 허리 부상을 당한 케빈이 조기 복귀했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브라질 공격수 레우징유 역시 언제든 투입 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3월 예상밖 추위로 인해 한국 적응에 고생했던 레우징유는 날이 풀리기 시작한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몸풀기에 들어갔다. 브라질 특유의 삼바리듬으로 대전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을 자원이다.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던 수비라인에도 브라질 출신의 장신 센터백 알렉산드로가 가세했다. K리그 무대를 누비는 특급 외국인 선수들을 방어하기 위한 카드다. 브라질 명문클럽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에서 데뷔해 10년 간 브라질리그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 안방 2연전, 분위기 반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
서울과 인천을 상대로 연속 원정 경기를 치른 대전은 5라운드 제주, 6라운드 부산전을 모두 홈에서 치른다. 5,6라운드에 서포터스석 폐쇄 징계를 받았지만 골대 뒤에 아닌 다른 곳에서 대전 팬들의 성원은 계속될 것이다. 안방의 이점은 분명하다. 팀이 어려운 만큼 선수단과 팬들 모두 더 강하게 뭉칠 수 있는 시점이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수원 블루윙즈의 연승 행진을 저지한 강팀이다. 세련된 패스 축구로 K리그 열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전으로썬 첫 승의 제물로 삼기 녹록치 않은 팀이다. 안방 2연전은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 팀 역사상 최다연패 기록에 이르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 승점과 승리를 챙겨야 한다. 초반 4연패로 대전은 첫 시행되는 강등제도의 희생양이 되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유 감독의 반전 카드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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