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두현, R리그 개막전에서 '욱'한 사연
입력 : 2012.03.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김두현(30, 경찰청)이 경기장 위에서 후배 교육을 실천했다.

김두현은 29일 서울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U-23팀과의 2군리그 개막전 후반 40분경 중앙선 부근에서 자신의 발목을 향해 백 태클한 9년 후배 김원식(22)에게 보복성 반칙을 했다. 누운 상태로 다친 발목을 부여 잡은 채 분을 참지 못하고 후배의 종아리에 발을 댔다.

누가 봐도 명백히 페어플레이에 위배된 행위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잉글랜드 미드필더 데이비드 베컴이 넘어진 상태에서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반칙한 장면과 흡사했다. 주심이 두 선수를 퇴장 명령한 결정은 옳았다. 김두현도 잘못을 인정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여기서부터 교육이 시작됐다. 김두현은 김원식의 뒷머리를 흔들며 격려했다.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지만 꾹 참으며 후배를 감싸 안았다. 이미 자신이 심한 반칙을 한 뒤고 대선배가 화가 난 상황을 감지해 기 죽은 후배를 위한 행동이다.

김원식이 선수 대기실에 찾아와 고개 숙여 사과하자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따끔하게 한 마디만 하고 돌려 보냈다고 한다. 과거 뒷문 폭력이 성행하던 때 같으면 욕설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대선배로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다리를 절며 뒤늦게 경기장을 빠져 나온 김두현은 “정말 아프다.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하마터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보복 행위를) 하면 안됐지만 경고의 메시지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후배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난과 징계를 감수하고 시행한 보복성 반칙에는 그 나름의 뜻이 담겼다. 이번 경험은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를 꿈꾸는 유학파 김원식에게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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