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묶은 새내기 조영훈, “얼떨떨한 데뷔전이었다!”
입력 : 2012.04.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2012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1지명으로 대구FC에 입단한 조영훈(23)이 후회 없는 데뷔전을 치렀다.

조영훈은 31일 전북 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5라운드에서 후반 25분 선배 강용과 교체 투입되어 2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라이트백 위치에서 루이스, 에닝요를 번갈아 가며 막으며 오버래핑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3-2 역전승에 일조했다. 5라운드가 되어서야 프로무대에 첫 발을 디딘 그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전 승리로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작년 챔피언을 상대로 할 건 다 했다”며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데뷔전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드래프트 1순위로 화려한 조명 속에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브라질 전지훈련을 앞두고 팔을 다쳤다. 브라질 출신 모아시르 감독 부임 후 동료들이 새 감독 앞에서 눈도장을 찍을 때 그는 조금씩 뒤쳐졌다. 강용이 주전 라이트 백 위치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하며 조영훈을 더욱 조급하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아시르 감독은 강용의 경고 누적에 따라 중앙 미드필더 최호정을 라이트백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조용훈은 2라운드 인천전을 제외하곤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5라운드 전북전을 앞두고서야 기회가 찾아왔다. 최호정이 고열로 출전이 어렵게 되자 코칭 스태프가 서울로 외박을 가는 조영훈을 급하게 호출했다. 얼떨결에 대구-서울-전주로 이어지는 전국일주를 마치고 “설마 내가 뛰겠어”라는 무덤덤한 마음 가짐으로 전주에 도착한 그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혹시나’는 ‘역시나’로 변했다. 7,400여명이 들어찬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후반 25분 강용과 손을 부딪힌 채 힘차게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K리그 무대는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정신 없이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전북의 대표급 선수를 보니 얼떨결 했다. 그는 “선수들을 보는 게 신기했다. TV에서만 보던 선수들 아닌가”라며 웃었다. 조영훈은 전북 공격형 미드필더 루이스, 에닝요를 막았고 국가대표 레프트백 박원재와 마주했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들과 맞대결하는 게 도움이 됐다. 조영훈은 “부담 없이 내 플레이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 시간도 20분 정도만 주어졌다. 처음에는 호흡이 터지지 않아 고생했는데 죽기 살기로 했고, 팀 동료들이 잘해서 경기도 역전이 됐다”며 웃었다.



조영훈은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로 공격을 도왔다. 조영훈의 가세로 대구의 우측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2-1 상황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동점골에 기여하기도 했다. 대구는 후반 막판 김기희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최고의 데뷔전이었다. 그는 “정말로 뛸 줄은 몰랐다. K리그 경기를 아무나 뛸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K리그 최고의 팀을 상대로 이겨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예전부터 데뷔전에 나간다면 꼭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영훈은 이날 후반 인저리 타임에 경고까지 받았다. 동점골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오던 루이스를 방어와는 와중에 강하게 부딪혔고 주심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프로 데뷔전 데뷔 경고인 셈. 그는 “정말 할 건 다했다”며 혀를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에닝요, 루이스와 실제로 붙어보니 듣고 보던 대로 공을 쉽게 쉽게 잘 차더라”라며 이 경험을 토대로 프로 적응과 실력 향상을 통해 완벽하게 막는 날을 꿈꿨다.

경기 후 축하 메시지가 끊이질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화 등으로 축하 세례를 받았다. 갑작스레 전주에 내려간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과 첫 투입 기회를 준 모아시르 감독도 축하 릴레이에 동참했다. 특히 모아시르 감독은 “정말 데뷔전이 맞냐?”고 물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영훈은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얼떨떨하게 데뷔전을 마쳤는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실력을 더 키워 올림픽 본선도 바라보겠다”라며 향후 맹활약을 다짐했다.

사진=대구FC, 이연수 기자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