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범, “무암바 정말 좋아하는 선수였는데…”
입력 : 2012.04.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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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재민 기자= 기록 수가 적은 축구에는 ‘숨은 주인공’, ‘언성 히어로(Unsung Hero)’ 등의 표현이 자주 쓰인다. 슈퍼매치를 잡아낸 박현범(25, 수원)이 대표적이다. 슈퍼매치의 주인공이라곤 하지만 그의 해당 경기 기록은 달랑 ‘1골’이 전부였다. 박현범은 기록지보다 팬들의 가슴 속에 훨씬 더 진하게 남는 선수다.

청소년대표팀 이미지가 여전하지만 박현범도 어느새 프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중견’이다. 2010년 제주로 이적해 기량을 활활 불태운 박현범은 한 시즌 반 만에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수원의 든든한 허리가 되었다. 패싱 게임의 상징 제주에서, 화려한 스쿼드의 수원에서 박현범은 모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수화기 너머로 “파브리스 무암바”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은 박현범과의 인터뷰다.

- 슈퍼매치 승리와 5라운드 MVP 선정 소감부터 부탁한다.
빅매치였기 때문에 많이 준비해서 꼭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자고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겨서 너무 기분 좋았다. 게다가 내가 골까지 넣었고, MVP까지 받았으니 두 배로 기쁜 것 같다.

- 서울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서울전을 위해서 전술 변화가 있었다. 뒤에서 물러서지 않고. 공격선, 미드필드선에서 프레싱을 가해 상대의 공격을 사전 차단했던 것이 주효했다. 상대방 서울은 미드필드를 살려주면 데얀과 몰리나에게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강하게 압박했던 것이 승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앞서 전술적 훈련이 많았다. 우리 지역에서 지키기보다 상대편 미드필더들을 적극적으로 프레싱하게 많이 훈련했다.

-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윤성효 감독에게 칭찬 받았나?
선수들에게 큰 내색을 안 하신다. 경기가 끝나고도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는 “좋은 건 좋지만 서울전은 이미 끝났고 우승한 것도 아니니 다음 경기 신경 써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스포탈코리아: 윤성효 감독은 말수가 적어서 기자들이 애를 먹는다) 우리에게도 비슷하다(웃음). 워낙 무뚝뚝하시다. 하지만 말은 짧아도 표현을 생각하고 원하는 것만 말씀하시는 스타일이다.

- 나란히 서는 이용래와의 호흡은 어떤가?
점차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이야기가 많이 하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잘 맞는다. 서울전을 통해서도 서로 많이 발전했다.

- 2006년 박현범과 2012년 박현범의 차이는?
프로가 얼마나 냉정하고 현실적인 곳인지 알게 되었다. 훈련에서도 집중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로 의식이 많이 생긴 것 같다.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신인 때는 그런 부분을 몰랐다. 제주에 가서 알고 느끼게 되었다. 수원 와보니 또 느끼고 배우고 그런 식이었다. 치열하지만 선의의 경쟁이 있다. 훈련에서도 선수들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한다. 그런 부분들이 습관처럼 된 것 같다.

- 숨겨진 선수라는 이미지를 많이 벗고 표면에 드러나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본인의 생각은?
팀 내에서 입지를 굳히면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수원이란 구단은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직접 느끼는 차이는 없다. 조금 더 내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어가는 것 같다.

- 롤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면?
롤모델은 아니지만 파브리스 무암바(볼턴)를 좋아한다. 내가 터프하고 강한 플레이가 부족해서 그렇다. 볼턴의 무암바를 보면 나이도 어린데 키도 크고 미드필더이면서도 차는 것보다 터프한 면이 있다. 빅스타보다는 그런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번에 그런 일(주: 경기 중 심장마비. 현재 회복 상태에 있다)을 당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 한번 뛰어봤으면 하는 해외 구단이 있다면?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 뛰어보고 싶다. 유럽으로는 자기 명예를 위해서, 선수로서 잘하려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들이 많이 보는 프리미어리그에 가보고 싶다. 약한 리그에서 뛰는 것보다는 강한 리그로 가는 편이 더 힘이 될 것 같고 정신적으로도 달라질 것 같다.

- K리그 활약을 중시하는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이 되었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내가 많은 걸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이제 시즌이 시작했을 뿐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가진 걸 보여주면 기회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용래 형도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 수원 팬들의 기대도 크다.
우리가 경기를 하면서도 우리 가슴 속에서 힘이 나고 벅차다. 매번 설레고 벅찬 기분이 든다. 오늘은 어떤 경기를 할까, 어떻게 승리를 할까 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런 만큼 팬들도 특별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승을 하기 위한 길로 달려가고 있다. 혹시 선수들이 처져있을 때라도 힘 있게 응원하면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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