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K라운드업] 이동국 최다 공격 포인트...대전, 6전 전패
입력 : 2012.04.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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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신기록이라고 마냥 다 반가운 것은 아니다. 2012시즌 현대오일뱅크 K리그 6라운드에는 역사와 흐름을 뒤흔드는 기록이 속출했다. 웃은 자도 있고 운 자도 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인생사다. 축구에는 그런 인생이 녹아있다.

때로는 순위표 윗자리보다 아랫자리가 더 흥미롭다. 강등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2012시즌 K리그에서는 순위표 최하단을 주시해야 하는 순간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시작부터 흥미롭다. 6라운드가 끝난 현재 K리그 순위표의 가장 마지막 자리를 깔끔한 기록으로 독주하고 있는 이름은 ‘축구특별시’ 대전 시티즌이다. 강등제가 시작된 특별한 시즌에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개막 이후 6전 전패, 클럽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을 세우며 사상 첫 강등팀이라는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실점하며 ‘힘겹게(?)’ 완벽한 연패의 기록을 이어갔다.

5라운드까지 유일하게 무패행진을 달리던 돌풍의 광주는 울산 현대 호랑이의 철퇴에 쓰러졌다. K리그의 대표 골잡이이자 국가대표팀의 중심 기둥으로 각광 받고 있는 198m의 진짜 ‘기둥’ 공격수 김신욱이 헤딩슈팅으로 광주 원정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패스 축구를 구사하며 ‘삼바 축구’를 앞세운 대구에 제주 칼바람의 무서움을 알려줬고, 서울 역시 안방에서 상주를 가볍게 제압했다.

K리그에서 많은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성남 일화 천마와 포항 스틸러스의 ‘클래식 매치’는 포항의 2-0 완승으로 끝났다. ‘슈퍼 매치’에서 서울을 제압한 수원은 전남 원정에서 비기며 기세가 주춤했고,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 모터스는 경남 원정 승리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라이언킹’ 이동국은 꾸준한 득점 행진으로 168호 공격포인트(121득점, 47도움)를 달성하며 K리그 역사상 최다 공격 포인트 신기록을 세웠다. 본인이 보유 중인 K리그 최다골 기록도 자체 경신했다.

▲ 6라운드 경기 결과
대전 0-1 부산
강원 2-1 인천
제주 2-0 대구
전남 1-1 수원
성남 0-2 포항
광주 0-1 울산
경남 0-2 전북
서울 2-0 상주

▲ 최고의 경기: 서울 2-0 상주
안방 3전 전승을 달리던 서울과 원정 5연속 무패를 달리던 상주가 상암에서 충돌했다. 서울 주장 하대성, 상주 미드필더 하성민의 친형제 맞대결로도 큰 관심을 모은 대결이다. 둘은 피를 나눈 사이임에도 냉철한 대결을 펼쳤다. 경기 내내 한 마디도 주고 받지 않으며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했다. 상주에는 최효진, 김치곤, 김치우, 백지훈 등 서울과 인연이 깊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많은 화제가 집중됐다. 승부의 균형추를 흔든 것은 데얀의 머리였다. 전반 40분과 후반 42분 집중력이 흐트러질 시점에 두 골을 성공시켜 서울의 승리를 이끌었다.

▲ Man of the 6 Round: 데얀 (FW)
지난시즌 K리그 득점왕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마침내 골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5라운드까지 한 골을 넣는데 그쳤던 데얀은 지난달 10일 전남전에 시즌 첫 골을 넣은 뒤 29일 만에 멀티골 득점으로 시즌 3호골을 기록했다. 강력한 헤딩 두방으로 원정 경기에서 도깨비로 활약하던 상주를 제압했다. 데얀의 멀티골이 서울의 안방 4연승으로 이어졌다. 데얀은 “나는 여름에 잘 뛰는 체질”이라며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서울은 데얀의 부활로 수원전 패배의 기억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 말말말

“연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강팀과 약팀이 없는 평준화다. 우리의 공격 축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독수리’로 한국 축구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최용수가 FC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로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기자회견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원 블루윙즈와의 슈퍼 매치 패배 이후 상주전 승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최용수는 ‘짧지만 굵은 멘트’로 특유의 자신감을 표출했다.

“문제는 목표 의식과 정신력이다.”
시즌 세 번째 패배를 당한 상주 박항서 감독이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꼴찌’ 대전 시티즌과 7라운드에서 맞붙는 박 감독은 하위권 팀들이 고전하는 이유를 궁금해한 기자와 팬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상주는 올시즌 대전과 함께 강등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 럭비 선수 티보우가 예수께 바치는 의미로 하는 세레머니를 따라한 것이다. 티보잉은 미국 전역 열풍을 만들었다.”
울산 골잡이 김신욱이 광주전 결승골을 넣은 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케 하는 골 세레머니를 펼쳤다. 대체 왜? 경기 종료 후 질문이 쏟아졌다. 답은 더 걸작이었다. 준비된 골부터 준비된 세레머니까지. 김신욱은 정말로 축구계의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미식축구리그(NFL) 덴버 브롱코스 소속 쿼터백 팀 티보우는 멋진 골을 성공하거나 게임이 끝날 때 즈음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세레머니를 한다. ‘티보잉’이라는 단어가 정식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는 찬스를 주고 찬스를 갖는 경기다.”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였던 포항 황선홍 감독은 안경을 쓰고 감독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지적인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제 무리뉴급이다. 성남 원정에서 난타전 끝에 2-0 완승을 거둔 황 감독은 치열했던 경기의 이유를 담담하게 풀이했다. 축구는 원래 그런거야~!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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