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중 실집계 후 오히려 증가세…비결은?
입력 : 2012.04.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귀포] 배진경 기자= 제주 축구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권으로 올라선 성적에 웃고 홈경기 관중수가 는 것에 박수치고 있다.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관중수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이번 시즌부터 K리그가 관중 실집계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반적으로 관중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7라운드까지 소화한 현재 지난 시즌보다 평균 관중수가 증가한 팀은 대구와 제주 뿐이다.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제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구가 개막전에서 2만명에 가까운 관중을 모은 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폭을 보인 것에 비해 제주는 꾸준한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개막전에 6,202명이 찾았고 네 번째 홈 경기였던 11일 울산전에는 7,086명이 입장했다. 이번 시즌 평균 관중수는 6,193명. 관중수를 다소 부풀렸던 지난 시즌(4,609명)보다 실집계 후 오히려 증가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의미있다. 제주의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은 서귀포에 있다. 서귀포시민들은 대부분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해 경기일에 축구장을 찾기 쉽지 않다. 제주시민들이 경기 관람을 위해 서귀포로 이동하는 것도 일이다. "산을 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관중수가 증가한 것은 가족 단위 팬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시즌권도 4천여장 팔렸다. 고정적인 팬층이 생겼다는 뜻이다.

관중 증가 비결로는 '좋은 성적'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네 차례의 홈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3승1무). 경기 내용도 좋았다. 오밀조밀한 패스워크와 빠른 템포의 공격 축구로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현재까지 최다득점(13골)을 기록하고 있다. 역동적인 경기에 관중들의 몰입도도 높다. 상대 문전에 볼이 이르기까지 관중들의 함성과 장탄식이 번갈아 경기장을 울린다. 관중들의 호응은 고스란히 다시 그라운드 위로 전달된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축구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제주에 7천 관중이 온 것은 엄청난 일"이라면서 "관중석 분위기가 떠들석한 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연습경기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썰렁했는데 올해는 다르다. 관중들 덕에 나와 선수들 모두 승리로 보답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단의 마케팅도 한몫 거들고 있다. 아예 제주시 상근 직원을 두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제주시내 사업체와 각종 단체들을 방문해 경기를 홍보하는가 하면 직원들 스스로 경기 안내 포스터가 되어 구전 홍보를 펼친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판매율을 자랑하는 소주업체와 협약을 맺고 5경기 단위로 경기안내표를 붙이는 등 신선한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에게는 '스킨십 마케팅'으로 한발 더 다가선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작전명 1982'를 시작했다. 홈경기 때마다 1982명에게 먹거리를 쏘는 이벤트다. 3월 24일 수원전에서는 전태현이 닭날개를 1982명에게 나눠줬고 대구전에서는 권순형이 떡볶이를 돌렸다. 울산전에서는 홍정호와 박경훈 감독이 비빔밥 1982인분을 비벼서 관중들에게 제공했다. 경기 후에는 '오늘의 선수'가 팬들과 포토타임을 갖는다. 특히 여중고생들의 반응이 좋다. 30~40분씩 걸리는 일이지만 선수들은 물론 감독도 낯 한번 찡그리지 않고 성의있게 동참한다.

성적이 좋으니 관중이 늘고, 관중이 늘어나니 내용이 더 좋아진다. 말 그대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남 마케팅 팀장은 "가족 단위 팬들이 늘어난 것이 고무적"이라면서 "이제야 조금씩 여가 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경훈 감독도 "관중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다"며 성의를 보였다. 또 "2010년에 준우승을 했을 때도 이렇게 많은 관중이 오지는 않았는데 올해는 큰 힘을 얻고 있다. 좋은 내용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경기, 승리를 통해 팬들에게 더욱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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