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오 감독'의 화려한 변신...전북 살린 이흥실의 뚝심
입력 : 2012.05.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이제 자존심 싸움이다. 다음에는 꼭 이겨야지”

두고 보자는 사람은 안 무섭다고 했나? 옛말이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약속을 지키는 이도 있다. 전북 현대의 이흥실 감독대행은 지난 3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광저우 헝다와의 2012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1-5로 패한 후 한 약속을 그대로 지켰다.

이 대행이 이끄는 전북은 1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광저우와의 ACL 조별리그 5차전 경기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선제골을 내주고, 조성환까지 퇴장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를 거둔 전북은 H조 1위로 올라섰다.

전북의 상승세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전북은 1, 2차전에서 내리 1-5로 패하면서 조 최하위로 떨어졌고, 일각에서는 “ACL을 포기하고 K리그에 전념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대행의 지도력이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당연하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감독대행의 한계’, ‘독자적인 선수 구성의 부조화’ 등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뚝심을 발휘한 이 대행이 있어 전북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이 대행의 뚝심은 이날 경기에도 잘 나타났다. 외국인 선수를 모두 빼고 경기를 시작했고, 오른쪽 측면에도 최철순이 아닌 전광환을 넣었다. 그리고 후반에 에닝요와 드로겟을 넣으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 감독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그는 경기가 끝나고 한 인터뷰에서 “K리그의 자존심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물론 이 대행은 이런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계산 없이 무모한 엔트리를 냈을 리는 없다. 철저한 계산과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누구보다도 지는 것을 싫어하는 이 대행이 광저우에 빚을 갚고 K리그와 전북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불면의 밤을 보낸 결과물이었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온화해 보이지만 마음 속에는 엄청난 악바리 근성이 있다. 여기까지 온 원동력”이라고 귀띔했었다.

이제 전북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 연달아 1-5 패배를 당하며 ‘일대오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 대행의 화려한 변신이다. 물론 이 대행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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