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왕’ 최은성, “K리그 우승, 선수 생활의 종지부”
입력 : 2012.06.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요즘 즐기면서 재미있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14년간 정들었던 대전 시티즌을 떠나 올 시즌 전북 현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베테랑 골키퍼 ‘수호천왕’ 최은성(41)의 얼굴은 활기가 넘쳤다.

최은성은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전남 영암에서 진행된 전북의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그는 13일부터 재개되는 K리그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렸다. 볼 캐칭 하나하나 진지하게 잡아내면서 팀 훈련에 집중했다. 하지만 중간에 후배 골키퍼들과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딱딱할 뻔했던 훈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최은성은 시즌 개막 후 전북에 입단했지만, 팀에 완전히 녹아 든 모습이었다.

최은성은 선수생활 말년에 처음으로 타 팀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다. 분명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그는 “팀에 적응하는데 전혀 불편한 것이 없었다. 전북이라는 좋은 팀에 왔기에 행운이라 생각했다. 후배들이랑 잘 지내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최은성이 전북에 입단하면서 우려가 됐던 부분은 경기력이다. 수비수들과 동계훈련을 같이 하지 않아 호흡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적 과정에서 훈련을 잠시 쉬어 경기력 저하도 예상됐다.

그러나 주위의 불안한 시선은 모두 사라졌다. 자신의 명성만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초반에는 다소 실점이 높았지만 점차 안정을 찾았고, 최근 2경기에서는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그는 “K리그에서 오래 뛰었기에 상대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안다. 3월 한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도 조금씩 몸을 만들며 준비했다. 후배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며 철저한 노력과 준비에서 비결을 꼽았다.

최은성은 전북에 오면서 가장 걱정한 것이 팬들의 시선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프로에서 첫 이적을 하면서 전북 팬들이 최은성이라는 사람을 받아 줄 지 걱정했었다”고 당시 부담을 크게 느낀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최은성의 걱정은 기우였다. 첫 홈 경기였던 지난 4월 27일 광주전에서 팬들은 최은성을 연호해 환영했다. 응원에 힘을 얻은 듯 그는 5-2 승리를 선사하며 팬들에게 큰 절을 했었다. “나를 진심으로 전북의 일원으로서 받아주고, 관심을 주셔서 팬들에게 감사했다”며 열렬한 응원에 감격했다.

올 시즌 초까지 전북의 뒷문은 김민식(27)이 책임졌다. 우승을 노리는 전북은 김민식의 기량에 다소 아쉬움을 표했고, 이는 최은성의 영입으로 이어졌다. 최은성의 가세로 김민식이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은성의 생각은 달랐다. “민식이에게 기술적 조언은 최인영 코치님이 하실 일이다. 경기하면서 내가 느낀 것을 민식이와 공유하고, 어려운 부분을 물어볼 때 도와 준다”고 조언자보다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 동료이자 가까운 선배 역할을 했다.

최은성은 2003년에 이후 9년 동안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북에 오면서 ACL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지만, 조별리그 선수등록 시한을 넘겨 참가할 수 없었다.

전북이 ACL 8강에 진출하면 추가 등록을 통해 가능했다. 하지만 전북은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최은성의 ACL 출전도 무산됐다.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시와전을 경기장에서 봤다. 속으로 열심히 응원했었다.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고 씁쓸해했다.

최은성은 ACL의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대신,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K리그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K리그 우승은 마지막으로 달리고 있는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과 같다. 모든 선수들이 열망하듯이 우승을 한다면 나에게 큰 영광일 것이다”며 우승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K리그 500경기 출전 욕심은 없었다. 현재 K리그 통산 470경기를 뛰었기에 남은 K리그 30경기를 모두 출전하면 500경기를 달성할 수 있다. 그는 이것에 대해 고개를 내저으며 “개인적인 욕심은 버렸다. 욕심을 부리면 끝도 없다.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기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고 말했다.

최은성과 전북의 계약은 올해 말까지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시즌에도 현역으로서 불꽃을 불태우고 싶어했다. “기회가 된다면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고마울 뿐”이라고 활짝 웃으면서 작은 소망을 꺼냈다.


기사제공=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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