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0인 무관중 경기, 다시 경험하기 싫다”
입력 : 2012.06.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인천-포항 선수들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무관중 경기가 연습경기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베테랑 공격수 설기현은 14일 포항과의 홈경기를 마치고 “오랜 기간 해외에서 뛰었지만 무관중 경기를 본 적도 뛴 기억도 없다. 여느 때와 달리 관중의 함성이 없어 마치 연습경기 같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포항의 베테랑 공격수 노병준도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골을 넣고도 조용해 당황스러웠다. 마치 연습경기 같았다”고 말을 거들었다.

선수단 가족, 취재진, 구단 관계자를 제외한 관중이 연맹의 징계로 전원 결장하면서 설기현의 말마따나 경기장은 굉장히 조용했다. 선수들의 기합소리와 주고 받는 대화가 고스란히 기자석에도 들렸다. 주심의 휘슬은 다른 때보다 큰 것처럼 느껴졌다. 인천 주장 정인환은 “후반 지칠 때 원래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오늘은 잘 들리더라”라고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전반 29분 인천의 선제골, 44분 포항의 페널티킥, 후반 추가시간 포항의 동점골을 비롯하여 파울, 파인 플레이 등 함성과 야유가 나와야 할 장면에서도 경기장의 데시벨은 ‘0’에 가까웠다. 선수들이 연습경기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는 환경이다. 연습경기는 통상 전술을 실험하고 전력을 가다듬기 위해 실시한다. 관중을 위한 경기가 아니다. 이날 분위기가 그랬다.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경기 집중도가 낮았다. 동점골 주인공 포항 김원일은 “선수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됐다”고 긍정 요소를 말하면서도 “관중이 없어서 그런지 플레이에 탄력을 받기 힘들었다”고 무관중 경기의 어두운 면을 설명했다. 힘의 원천인 팬의 성원이 없으니 맥이 빠진다는 얘기였다.

한번쯤 해볼만한 경험으로 여기던 선수들도 직접 느껴보고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인천 김봉길 감독대행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기현은 “차라리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기존의 제3지역 개최를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K리그 흥행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며 무관중 경기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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