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선수 데뷔골·PK 적중…신통방통 '유비 도사'
입력 : 2012.06.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대전 시티즌 유상철 감독(41)에게 신(神)이 내렸다.

지난해 6월 프로 감독 부임 후 1년째를 맞는 요즈음 미래에 일어날 일을 맞히는 데 도가 텄다. 감이 오기 시작한 건 지난 14일 강원 원정부터다. 유 감독은 경기 전 전술, 전략 지시를 하면서 페널티킥 키커에 대해선 함구하곤 했다. 경기 중 페널티킥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그는 경기 양상, 선수 개개인의 킥 정확도, 심리적 부담 등을 고려해 경기 중 선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날은 페널티킥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2-0으로 앞선 후반 4분 케빈이 페널티킥을 얻었다. 김형범이 강하게 찼으나 골대 위로 떴다. 17일 전남과의 홈경기 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적중. 후반 3분 케빈이 페널티킥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날도 실축하며 0-1로 팀은 패했다. 20일 상주 상무와의 FA컵 16강을 앞두고 유 감독은 지난 두 경기를 회상하며 “생각한대로 된다. 기분이 이상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상주전 역시 그의 감이 적중한 경기였다. 전남전에서 나은 경기 내용에도 발목이 잡힌 유 감독은 마음을 가다듬고 상주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핵심 선수 김형범, 이현웅, 지경득의 컨디션 난조를 확인했다. 24일 정규리그 일정으로 이들을 과감히 명단 제외하기로 마음먹고 훈련했다. 이현웅과 지경득은 각각 김태연과 황명규로 메우면 되지만, 김형범의 측면 공격 자리가 문제. 선수 구성을 고민하던 때, 뇌리 속에 ‘강우람’의 얼굴이 스쳤다. 올 시즌 영입 후 교체명단에도 포함된 적 없는 측면 수비수지만 유 감독은 과감하게 공격수로 선발 기용했다. 명단을 보고 일부 구단 직원조차 고개를 갸웃할 정도의 파격 기용이다. 강우람은 한국 나이 스물일곱에 맞이한 프로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유 감독은 “요새 정말 신기가 있나보다. 우람이가 일을 저지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상주전 승부차기에 대한 선견지명은 그가 주장하는 ‘신기’가 단순한 운이 아닌 경험의 축적에인 것으로 보인다. 유 감독은 상주전 경기 전날 전남과 강원전에서 연속 실축한 페널티킥을 연습시켰다. 코칭스태프와의 상의를 통해 다섯 명의 선발 키커와 후보 키커를 정해 집중 훈련을 했다. 구단 훈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빼먹을 수 있는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겼다. 그 준비 과정에 대한 보상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연장 포함 120분을 2-2로 마쳐 승부차기에 돌입한 것이다. 키커는 연습대로 김태연, 김창훈, 한그루, 알렉산드로가 순차적으로 나왔고 모두 골을 성공했다. 반면 상주는 2, 4번째 키커인 방대종과 김용태가 실축했다. 유 감독은 “왠지 페널티킥을 맞이 하거나 승부차기에 갈 것 같았다"며 "연습 때 보니 선수들이 공을 포인트에 찍자마자 차려고 하더라. 심리전도 할 겸 차기 전에 2~3초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코스는 본인이 가장 자신있는 부분으로 차라고 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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