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전투’서 벌어진 칭찬 릴레이…왜?
입력 : 2012.07.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류청 기자= “악수할 때 두 손으로 정중하게 해야겠네”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2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양 팀 감독이 서로를 칭찬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시작한 쪽은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이었다. 이 대행은 함께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원 삼성과 서울 중에서 서울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서울이 아무래도 더 기술적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체력 면에서 수원보다 유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서울은 패스를 중심으로 플레이하고, 경기를 봐도 기복이 심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이 수원보다 조금 유리하다고 본다”라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 대행은 “그럼 전북과 서울 중에서 패스가 더 좋은 팀은 어디냐?”라는 질문에 “비슷하다고 본다”라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기자들로부터 이 소식을 전해들은 최 감독은 “하하하”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그는 “동업자끼리 덕담을 하는 이런 부분들이 좋은 것 같다”라며 “(좋다고) 춤을 출 수도 없고”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최 감독도 칭찬을 시작했다. 그는 “정말 최강희 감독님과 함께 전북을 여기까지 만들어 오신 분이다. K리그 최고의 참모”라며 “시즌 초반에 위기를 겪을 때의 인터뷰를 봐도 선수들이 동요가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사실 초반에 위기가 빨리 왔을 때, 오히려 걱정을 했었다. 어차피 올라올 팀인데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8연승을 달리고 있다”라며 은근한 경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양 팀 수장은 경기에 앞서 만났을 때도 반갑게 악수를 했다. 물론 경기가 시작된 뒤에는 보이지않는 그림자 다툼을 벌였다. 각각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뜨겁게 선수들을 지휘했다. 경기는 득점없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다. 이 대행이 후반 추가시간에 전북 벤치 앞에서 신발 끈을 고쳐 메던 고요한의 머리를 공으로 살짝 치면서 양 팀 선수들간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흘렀었다. 이 때 최 감독이 직접 와서 선수들을 말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무슨 상황인지 보진 못했지만, 이흥실 감독님께서 그렇게 흥분하실 정도면 뭔가 건드렸구나 싶어서 그랬다”고 말한 뒤, “상황을 확인해보고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흥실 감독님께 전화 드려서 사과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흔히 축구 경기를 전쟁에 비유하고, 감독을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장수들의 배려가 더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었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