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덜랜드 카터몰의 굴욕과 오닐의 여유
입력 : 2012.07.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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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수원] 한준 기자= 2012 피스컵 수원이 18일 리셉션 행사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2003년 국제축구연맹의 승인을 받아 시작된 피스컵은 지난 9년 간 세계 우수의 명문클럽이 참가해 그 위상을 높여왔다. 프리시즌 기간 열리는 최고의 토너먼트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다.

수원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규모로 보면 역대 최소지만 컨셉트는 분명하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의 소속팀이 한 자리에 모여 쉽게 현장을 찾지 못하는 국내 팬들에게 선을 뵈는 무대가 됐다. 잉글랜드의 선덜랜드는 지동원, 독일의 함부르크는 손흥민, 네덜란드의 흐로닝언은 석현준이 뛰고 있는 팀이다. 국내 클럽 성남 일화 천마와 더불어 4개 클럽이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18일 오후 수원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2 피스컵 수원' 리셉션 행사장에서 가장 어색한 시간을 보낸 것은 잉글랜드 클럽 선덜랜드다. 한국 선수들이 다수 활약해 인지도와 관심도가 높은 선덜랜드지만 이번 대회에 지동원이 참가하지 못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참가를 위해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됐기 때문이다.

리셉션 행사 도중이 열린 기자 회견에서 질문은 한국선수들에게 집중됐다. 성남 수비수 홍철과 손흥민, 석현준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인 코멘트 대신 "무사히 돌아가지 못할 것(홍철)", "죄송하지만 트로피는 저희가 가져가겠다(손흥민)", "무사히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석현준)"는 재치있는 말로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흐로니언은 구단주가 한국말 인사를 준비했고, 함부르크는 토어스텐 핑크 감독이 손흥민 기회 문제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지동원이 빠진 선덜랜드는 리 카터몰(24)을 인터뷰 선수로 내세웠다.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 미드필더 출신인 카터몰은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미들즈브러에서 활약해 전북 현대 모터스 공격수 이동국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2009년 선덜랜드 이적 이후엔 지동원과 호흡을 맞추고 있어 국내 팬들에겐 친숙한 선수다. 중원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과감한 공격력을 겸비해 프리미어리그의 철학을 잘 구현하는 선수 중 하나다.

하지만 기자 회견에서는 찬밥신세가 됐다. 카터몰은 기자 회견에서 입을 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제한된 시간, 제한된 질문 기회로 인해 국내 취재진은 카터몰에게 질문을 던질 여유를 갖지 못했다. 결국 카터몰은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아마 이날의 굴욕으로 인해 19일 성남 일화 천마와 개막전 경기는 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카터몰은 그라운드 위에서 충분히 자신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수다.

카터몰이 굴욕을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닐 감독 역시 발언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노련하게 대처했다. 신태용 감독과 주고 받은 경기 출사표에서 위트를 발휘했다. 신태용 감독이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말하자 "신태용 감독의 말이 틀리길 바란다.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응수하며 "성남이 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컵 대회도 챙겼지만 최근 리그 성적이 좋지 않더라"며 재치를 담은 도발을 하기도 했다.



지동원이 불참했지만 진행자 서경석의 짧은 질문에도 지동원의 장점과 단점, 향후 그의 기용 문제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기자 회견이 끝난 뒤에도 리셉션 행사를 즐기고 환하게 웃으며 환담을 나눴다. 2009년 안달루시아 대회에 애스턴 빌라 감독으로 참가해 우승을 경험했던 오닐 감독에게 피스컵은 즐거운 추억이다. 당시 피스컵에서 애스턴 빌라는 유벤투스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불리한 조건 속에도 노련미를 과시한 오닐 감독은 이번 대회 기자회견장에서도 당당히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닐 감독은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피스컵 우승은 선덜랜드에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어드벤티지가 될 수 있다. 선덜랜드는 유럽 리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며 지난 시즌을 13위로 마쳤다. 객관적 지표로 본다면 참가하는 팀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 역대 4차례 대회에서 잉글랜드 클럽이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선덜랜드는 지동원의 부재로 리셉션에서는 조연이었지만 대회에서는 주연이 되기 충분한 팀이다.

2012 피스컵 수원은 19일 성남일화와 선덜랜드의 경기로 개막한다. 성남-선덜랜드(잉글랜드)전 승자는 20일 함부르크(독일)-흐로닝언(네덜란드)전 승자와 22일 결승전을 치른다. 두 경기 패자는 같은 날 3-4위전을 벌인다. 경기는 모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선덜랜드가 22일 어느 위치에서 대회를 마무리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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