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만의 만만한 축구]감독들의 라커룸 천태만상
입력 : 2012.07.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경기 개시 40~50분 전. 감독실 문이 열린다. 국내 취재진이 단체 입장한다. 경기의 관전 포인트와 선수단 동향에 대한 ‘소스’를 뽑고 그간의 안부를 묻는 시간이다. 기사거리를 얻고, 감독과 얼굴 도장을 찍을 수 있는 필수 취재 코스다.

대개 이시간은 선수를 워밍업 시키고 경기장 환경, 상대의 전술 대응법 등 90분 동안 일어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느라 여념이 없는 시각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감독은 사전 인터뷰가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반대로 쾌활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즐기는 감독에겐 즐거운 시간이다. 사전 인터뷰시 감독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 “웬일로 이 먼 곳까지”형
“어~ B기자. 웬일로 이 먼 곳까지 왔습니까. 잘 왔습니다. 자주 좀 봅시다.” 얼굴을 마주한 순간,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반기는 감독은 기자 입장에서도 반갑다. 쾌활형에 속하는 이 감독들은 대부분 스스럼없이 구단 사정 및 선수단 동향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 지루하지 않게 ‘하이 개그’도 섞는다.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되고 호감이 생긴다. 감독-기자, 선수-팬 모두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람에 끌리게 되어있다. 구단 입장에도 사람 좋고, 말 잘하는 감독이 무뚝뚝한 전술가보다는 백배 낫다.

# “일찍 좀 다녀”형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감독은 친밀감 있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꺼낸다. 늦게 방문한 기자에게 일찍 다니라고 충고도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근 취재 환경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주로 젊은 감독들이 이런 형태를 보이는데 감독이 취재진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기자-감독간 벽이 허물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세상 모든 일은 다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 “세월아 네월아”형
주로 할 말 많은 노장 감독이 보이는 행태다. 한번 말을 시작하면 끝날줄 모른다. 얘기는 중간에 다른 노선을 타기도 한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과거 선수시절 얘기가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단답형 감독보다는 훨씬 낫다. 긴 질문에 “그렇죠”, “네”와 같은 대답이 돌아오면 힘 빠진다. 연륜 있는 감독들의 이야기에는 새겨들을 말도 많다.

# “꼼지락, 뻐꿈”형
물론 16개 구단 감독이 모두 하나같이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A 감독은 취재진 앞에서 신발을 벗고 손으로 발가락 사이를 만지고, 콧털을 뽑기도 한다. B 감독은 예민한 여기자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담배를 태운다. 감독실이 감독만의 장소이긴해도 기자들이 그들만의 장소인 기자석에서 금연하는 것처럼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글=윤진만 기자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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