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돋보기] 홍명보가 박주영을 뽑지 않았다면?
입력 : 2012.08.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던 1291일동안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A대표팀과의 23세 이하 선수 차출 문제, J리거 차출 난항, 18명 최종 명단 발표, 본선 선발 구성 등 늘 갈림길의 연속이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이라는 결과를 놓고 보면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만약 다른 답을 적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 박주영을 뽑지 않았다면?
출항 당시에는 김신욱, 이근호와 같은 컨디션 좋은 공격수를 발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여겼다. 박주영이 병역 연기 논란과 지난 시즌 제한된 출전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감독의 부름을 받은 그는 조별리그 스위스전과 3/4위전 일본전에서 선제골을 쏘며 우려를 불식했다. 병역혜택과 동음이의어인 동메달 획득이 걸린 일본전에선 뜬금없는 타이밍에 '원맨쇼'로 환상골을 터뜨리며 조국에 메달을 안겼다. 원톱 공격수로 6경기 2골은 기대치에는 부족한 수치지만 최전방에서 보여준 헌신적인 움직임과 정신적 지주 역할을 놓고 볼 때 박주영이 없었다면 지금의 영광도 없었을 지 모른다.

# 정성룡이 영국전에서 다치지 않았다면?
와일드카드 문지기 정성룡은 5일 개최국 영국 단일팀과의 8강전에서 후반 17분 상대편 수비수 마이카 리차즈와의 충돌로 어깨를 다쳐 이범영과 교체됐다. 1-1로 동점이던 전반 38분 애런 램지의 두 번째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좋은 활약을 했던 터라 아쉬웠다. 그러나 백업 골키퍼 이범영은 1-1 무승부에 이은 승부차기에서 영국의 다섯번째 키커 대니얼 스터리지의 슈팅을 막으며 정성룡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단 한 개의 페널티킥도 막지 못하는 등 페널티킥에 약점을 보인 정성룡이 그 자리에 섰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지 모른다. 반대로 브라질전에 그가 나왔다면 호물루의 선제골도 쉽게 허용하진 않았을 듯하다.

# 브라질전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면?
0-3 완패에도 할 말이 '조금'은 남아있는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이다. 전반 초반 기선을 제압한 가운데 지동원이 골문 부근에서 김현성의 헤딩 횡패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주앙의 발에 얼굴을 맞았다. 후반 3분 후방 침투 패스에 발맞춰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달려가던 김보경이 산드루의 발에 걸린 듯했다. 하지만 당시 주심은 두 번 모두 페널티킥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완패하라는 걸 인정해야겠지만, 만약 전반 초반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무실점으로 지키는 경기를 했다면 기적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 브라질전에서 정우영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홍 감독은 브라질전 후반 14분 주장 구자철을 빼고 정우영을 투입했다.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한 것은 18명 전원 출전의 숨은 의도가 담겨있었다. 병역법상 1초라도 뛰어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홍 감독은 한일전에서 2-0으로 앞선 후반 43분 구상대로 유일한 미출전 선수인 김기희에게도 출전 기회를 줬다. 이로써 동메달과 함께 18명 전원은 병역 혜택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또 하나의 가정을 하자면 와일드카드 정성룡, 김창수가 다치지 않았다면 제한적인 교체 카드 때문에 홍 감독의 머릿 속은 더욱 복잡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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