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리더십? 형님 ‘NO’ 관리 ‘YES’
입력 : 2012.1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결과적으로 우승을 거뒀으니 가장 좋은 리더십인거 같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우승을 확정 지은 후 FC서울 주장 하대성이 한 말을 주목해야 한다. 정식 부임 첫 해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용수 감독의 리더십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은 바로 관리다. 치밀한 계산으로 경쟁자들을 넘어섰다.

최 감독은 현역시절에 독수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헤딩에 능했고, 몸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이 우아하고 정교한 플레이로 인정을 받았다면, 최 감독은 투박한 쪽이었다. 그건 선수시절이었다. 강원FC 김학범 감독은 “선수 시절 스타일과 지도 스타일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라고 했다. 최 감독도 그랬다.

인터뷰장의 최 감독은 즐겁다. 유행어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선수들이 동석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선수들의 재미있는 버릇과 성향을 언급하면서 웃음을 피워 올리는 재주가 있다. 그저 웃기려는 행동이라 볼 수 있지만, 관리의 한 부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친근감을 높이고, 대외적으로 따뜻함을 내보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전형적인 관리도 한다. 최 감독은 영화감독과 같이 치밀하게 대본을 짠다. 매 경기에 시나리오를 들고 나오고, 선수들에게 100%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7월 11일 전북 원정 경기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수비전략을 들고 나왔다. 꽁꽁 잠그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승점 1점을 얻었다. 당시 멤버로 치고 받아서는 승산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최 감독은 “당시에는 이야기를 안 했지만 전북 선수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웠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략이었다. 수비축구를 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시즌 후반기에 승점 계산을 할 때 승점 1점의 위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모든 경기를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승점을 최대화 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결국 서울은 유일하게 연패가 없는 팀이 됐다.

선수 시절의 경험도 값진 자산이었다. GS스포츠 한웅수 전무는 “최 감독이 선수 시절에 조금 ‘삐딱한’면도 있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베스트11이 아닌 다른 선수, 불만을 가지기 쉬운 선수들을 적절하게 아우르면서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제어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도를 완벽하게 넘었다는 사실이다. 하대성은 우승을 거둔 후 한 “감독님이 상황이 급박해지는 후반기로 갈수록 조금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았는데”라고 털어놨다. 물론 진통은 없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고, 우승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최 감독은 개성이 뚜렷한 두 명장을 보필했다. 공격적이고 화끈한 축구를 추구하는 세뇰 귀네슈 감독과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전술을 쓰는 넬로 빙가다 감독 옆에 있었다. 최 감독은 두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배웠지만, 길은 새로 냈다. 그는 “실리를 택했다”라고 했다. 최 감독이 실리를 거둔 방법은 관리였다. 최용수의 관리축구가 2012년을 제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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