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수첩] 미얀마 대표팀 감독 박성화의 ‘무한 도전’
입력 : 2012.11.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방콕(태국)] 류청 기자= 경기 분위기는 뜨거운 방콕의 겨울처럼 후끈했다. 결과는 0-4 참패였다. ‘2012 AFF 스즈키컵(이하 스즈키컵)’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미얀마는 아쉬움을 삼키고 돌아섰다. 공동개최국인 태국에게 대패했지만, 미얀마 대표팀을 이끄는 박성화 감독은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24일 저녁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는 스즈키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열렸다. 공동 개최국인 태국과 미얀마가 맞붙었다. 평일이었지만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는 양국을 응원하는 팬들로 가득했다. 축구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태국팬들과 돈벌이를 위해 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이 각자 자신들의 승리를 바라며 관중석에 앉았다. 크게 “오오오호호~ 타일랜드”를 외치는 태국팬들과 박수와 함성으로 맞불을 놓는 미얀마팬들 사이에 앉았다.

경기는 싱거웠다. 예상을 깨고 태국이 너무나 쉽게 승리를 따냈다. 미얀마는 후반에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대량실점을 했다. 미얀마 팬들은 0-4가 되자 속속 자리를 떴다. 스즈키컵 예선전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미얀마는 본선 두 번째 경기에서 첫 패배를 당하며 1무 1패로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4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서는 오는 30일 벌어지는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하고, 베트남이 비기거나 패하길 기다려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축구열기를 확인하고 놀라웠지만, 박성화 감독을 취재할 생각을 하니 조금 답답해졌다. 기우였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박 감독은 생각보다 밝았다. 경기에 패한 아쉬움을 아주 지울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실망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FIFA랭킹 156위다. 같은 조에 속한 베트남(138위)과 필리핀(143위) 태국(152위)보다도 떨어진다. 박 감독은 쓰라린 오늘을 딛고 내일로 향하길 바랐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토너먼트 진출도 포기하지 않았다. 필리핀을 잡고, 2전 전승으로 이미 4강행을 확정 지은 태국이 베트남을 잡아주길 바랐다. 지난해 12월 지휘봉을 잡은 후 계속해서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이번 대회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스즈키컵은 1996년 조직된 이후 2년마다 열리고 있는데, 미얀마는 2004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준결승전에 진출했었다. 박 감독은 8년 만에 다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박 감독은 엘리트다. 한국 국가대표팀을 거쳐 K리그 원년 MVP, 프로팀 감독 그리고 올림픽대표팀 감독까지 역임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반짝했던 미얀마 축구와는 궤적이 전혀 다르다. 조금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선 격이다. 박 감독의 길이 가치 있는 이유다. 그는 취임 하면서 “축구의 한류가 되겠다”고 했다. 이미 박 감독은 미얀마에서는 유명인사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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