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 정지훈 기자의 1급 심판 도전기
입력 : 2012.12.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키 180cm가 되고 싶은, 몸무게 약 75kg이라고 주장하는 ‘D라인의 소유자’ 정지훈 기자가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 축구심판 1급에 도전한다. 이번에는 대망의 마지막 편. 실기 테스트다.

2일 오전 8시 30분, 서울시 노원마들스타디움에서 ‘제34기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 축구심판 양성 교육’ 3차 실기테스트가 실시됐다. 운동장 곳곳에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풀고 있는 교육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떨리는 마음을 숨기려고 함성을 지르는 교육생부터 기도를 드리는 교육생까지. 저마다 큰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시험을 준비했다. 필자도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함께 몸을 풀었다.

실기테스트는 그야말로 실전이다. 3명의 시험 생들이 한 조가 되어 실제 경기에 투입되고 세 명의 감독관들이 경기를 보면서 꼼꼼하게 채점한다. 시험 생들이 투입되는 경기는 ‘2012 KIKA컵 생활체육 심판 사정대회’다. 이 대회는 1년에 한 번씩, 1급 심판들의 시험을 위해 치러지고 각 구별로 한 팀씩 나와 우승컵을 놓고 경쟁한다. 3명의 시험 생들은 주심 한 번, 부심 두 번을 돌아가면서 보게 된다.

2번째 경기에 배정받은 기자는 준비 운동후 심판 복으로 갈아입고 준비를 마쳤다. 평소에 클럽과 조기 축구회에서 명심판으로 이름을 날렸기에 걱정은 없었지만 막상 순서가 다가오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또, 감독관들의 매서운 눈매와 선배 심판들의 격렬한 항의가 예상돼 더욱 더 긴장감이 들었다.

드디어 필자의 차례가 돼 경기에 투입됐다. 초반부터 거친 파울과 함께 항의가 쏟아져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여유롭게 대응했을 텐데 시험이라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이후 횡설수설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갔지만 중반부터는 안정되게 경기를 진행했다. 간혹 기성 심판들의 항의와 불만이 이어졌지만 큰 사고 없이 경기를 마쳤고 매서웠던 경기 감독관의 눈빛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총 다섯 경기가 차례로 끝이 났고 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급 심판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처음 도전했을 때 자신 있게 무한도전을 외쳤지만 점점 무모한 도전이 되고 있음을 알았고 도전을 쉽게 봤던 내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필자의 합격 여부는 금방 발표됐다. 결과는 불합격. 역시 D라인의 소유자답게 체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렇게 모든 도전이 끝이 났다. 1급 심판을 도전하면서 모든 심판들이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심판이라는 위치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을 먹는 직업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심판들도 결국은 사람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도 축구의 일부분이다. 그동안 심판에 대한 불평불만을 가지고 살았던 내 자신을 반성하며 이 무모한 도전을 마치려고 한다. 내년에는 불룩한 뱃살에 왕자를 새겨 다 시 한번 도전할 것임을 다짐한다.

글/사진= 정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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