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래의 눈] ‘박은선 논란’, 흥행 부족 WK리그의 제 살 깎아먹기
입력 : 2013.11.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성래 기자= 박은선(27, 서울시청)이 때 아닌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구단들이 박은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박은선을 내년 WK리그에 뛸 수 없게 해 달라는 결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여자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는 5일 한국 여자축구연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 간담회서 박은선을 내년 WK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는 결의를 채택했다”며 “박은선을 계속 경기에 뛰게 한다면 리그를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오는 6일 WK리그 구단 단장회의에서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이 이와 같은 주장에 서면 결의를 하겠다고 알려졌다.

박은선은 180cm, 74kg의 건장한 체격과 함께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성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박은선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2005년 성인 무대에 데뷔한 이후에도 줄곧 여자 무대에서 뛰어 왔고, 2003년 아시아 여자선수권과 미국 여자 월드컵,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 등에서도 여자 대표팀 소속으로 뛰었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에 여자로 등록되어 있는 박은선의 경기 출전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K리그 구단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적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박은선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훈련에 자주 불참하고 팀을 이탈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고, 경기력도 들쑥날쑥했다. 그러나 올 시즌 환골탈태한 박은선은 홀로 19골을 득점하며 득점왕에 올랐고, 중위권에 머물던 팀을 정규리그 2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팀으로 이끌며 맹활약을 펼쳤다.

박은선의 활약에 나머지 성적의 위기를 느낀 감독들이 박은선과 서울시청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이런 논란을 수면 위로 내놓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체 없는 의문은 단지 소문일 뿐이다. WK리그 6개 구단의 감독들이 모두 뜬 소문만 믿고 이러한 논란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무언가 확실한 증거가 있기에 이런 의혹을 제기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은 자신들이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확실한 증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박은선과 서울시청은 공식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유전자 검사 및 신체 검사를 받고 이를 한국여자축구연맹 및 6개 구단에 밝히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뒤끝이 없는 방법이다. 이 검사 결과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박은선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던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WK리그 6개 구단들은 그에 상응하는 명예 훼손 등의 법적 조치를 받게 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은 WK리그 구단들의 의혹보다 먼저 박은선의 자존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여자로 살아오고 있는 박은선에게, 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은 그 의혹 자체로도 치욕스러울 수 있다.

너무나 아쉽다.

박은선은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구단과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여자로 뛰었다. 겨우 마음을 다 잡고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보내려 하는 박은선에게 이러한 의혹은 축구에 대해 겨우 열렸던 마음을 다시 닫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은 나머지 WK리그 6개 구단이 바라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흥행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도 모자를 시간이다. 그러나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들은 당장의 성적 하락 때문에 한국 여자축구의 대들보가 될 수도 있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박은선을 여자 축구계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박은선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박은선은 더욱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해명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의혹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자신을 여자로 확인해준 대한민국과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연맹을 불신하는 WK리그 구단들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사진= 차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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