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가 세계 1위 나달을 이긴 까닭
입력 : 2013.11.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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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테니스피플 제휴] 박원식 기자=라파엘 나달은 힙(hip)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쓰는 스타일이다. 노박 조코비치는 힙을 부드럽고 길게 쓰는 스타일이다.

라켓을 휘두르는스윙을 살펴보면 나달은 스윙이 작은 반면, 조코비치는 나달에 비해 스윙이 크다.

이러한 스윙을 장착한 조코비치가 부드럽고 깊게 볼을 보내는 바람에 나달은 때리기 어려웠다. 조코비치가 나달의 약점인 포핸드쪽 높은 볼(일명 moon 볼)을 보내 좌우로 갈라치는 나달로 하여금 제대로 볼을 때릴 수 없게 만들었다.

조코비치가 경기 중간 중간 잠시 빠르고 강하게 치는 볼을 구사했지만 그때마다 나달에게 당했다. 그래서 나달을 이기는 방법으로 볼을 조금은 부드럽고 길게 그리고 몸쪽으로 볼을 보내는 것으로 택했다. 약 5% 정도 힘을 빼고 치는 식의 수비전형으로 나달을 대했다. 즉공격하지 않고 볼을 치는 것으로 전략을 세우고 부드럽게 볼을 쳤다. 조코비치는 프로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거 류현진과 두산 유희관 투수에 비유할 수 있는데 부드럽게 볼을 던지듯 스윙을 하고 임팩트를 했다. 간결하면서도 부드럽게 볼을 다뤄 나달을 상대한 것이 승리 요인으로 꼽힌다. 조코비치의 부드럽고 임팩트에 충실한 볼을 상대하는 나달은 이 부드러운 볼을 위력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3-6 4-6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조코비치가 볼을 세게 때리면 나달은 더 강하고 각이 좋은 리턴을 보냈다. 그래서 조코비치는 부드럽게 볼을 보내 나달이 상대 힘을 이용해 더 강한 리턴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만약 조코비치가 볼을 성급하게 처리하려 했다면 나달의 역전도 가능했다. 2세트 리드하고 있을때 조코비치가 화려하고 힘찬 볼을 구사하자 나달은 자신의 색깔 볼을 만들어낸다. 땀은 안내면서 극도로 긴장하면서 볼을 보내 나달을 이길 수 있었다.

실내코트이고 하드코트라 해서 나달이 불리하지는 않다. 올해 10승을 하면서 하드코트 우승도 많이 한 선수가 나달이다. 결코 나달이 런던 경기장이라해도 불리하진 않았다. 다만 조코비치의 볼을 처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조코비치의 부드러움이 나달을 이긴 첫번째 요인이라면 두번째는 조코비치의 태도다.
세계 1위 나달의 공격력을 인정하면서 볼을 친 것이 조코비치였기 때문이다.

조코비치가 2세트 막판에 잠시 빠르고 강하고 각이 깊은 볼로 조기 승부를 내려 하는 순간 나달이 되치기를 해서 자칫 역전패 당할 위기도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상대가 세계 1위고 강한 볼에 더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다시 볼을 몸쪽으로 조금은 묵직하게 보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대를 보고 쉽고 빨리 볼을 결단하지 않고 경기를 쉽게 마무리 한다는 생각을 안하고 게임을 풀어나간 것이 조코비치의 이날 승리의 두번째 요인이다.

나달은 이날 경기중 첫세트에서 게임이 안 풀리자 라켓을 바닥에 던지려는 자세를 잠시 취했다. 평소 코트 매너가 좋고 자신의 기질을 잘 다스리는 나달은 이날 평소와 다른 행동을 잠시 보였다. 그만큼 조코비치의 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생각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조코비치의 전술과 전략이 통한 날이다.

별로 멋 부리는 샷을 부리지 않는 조코비치는 그동안 별 부상없이 테니스를 하고 톱 3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1위도 오래하고 그랜드슬램 우승도 길게 할 선수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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