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연인에서 아내로, 페더러를 황제로 만든 미르카
입력 : 2013.12.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테니스피플 제휴] 박종규 기자=위대한 남자에게는 반드시 위대한 여자가 함께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6위)의 곁에는 그의 테니스 인생을 바꿔놓은 미르카 바브리넥이 있다.

나브라틸로바가 점찍은 테니스 꿈나무

197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출생한 미르카는 2살 때 스위스로 이민하여 스위스 국적을 얻었다. 테니스와의 인연은 9살 때 시작되었다. 여자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만난 것. 당시 그의 팬이었던 미르카의 아버지가 경기장에서 그에게 선물을 건네던 와중에 나브라틸로바는 미르카를 발견했다. 테니스에 적합한 체격임을 알아본 그는 미르카에게 테니스를 배워볼 것을 권유했으나, 미르카는 발레가 더 좋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나브라틸로바는 미르카에게 라켓을 선물하면서까지 테니스를 권유했고, 결국 코치를 소개시켜 주면서 테니스에 입문하도록 이끌었다.

테니스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미르카는 15살 때 스위스 주니어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22살 때인 2000년에는 세계랭킹 100위의 벽을 넘어섰고, 2001년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진출하며 개인통산 최고 랭킹인 76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발 부상으로 인해 짧은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소년 페더러를 만나다

페더러와의 인연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널리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3년 전인 1997년에 처음 알게 되었다.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테니스의 집’ 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미르카에 대한 연모의 정을 품고 있었던 페더러는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함께 선발되면서부터 본격적인 구애를 시작했다. 미르카는 “페더러가 나를 너무 쫓아다녀서 운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은 올림픽이 끝날 때쯤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고 회상한다. 단식과 복식 모두 첫 경기에서 패해 금메달을 딸 기회를 빼앗긴 데다, 페더러에게 자신의 마음까지 빼앗긴 셈이었다.

이전까지 “여자친구보다는 테니스를 선택하겠다” 고 했던 페더러는 당시 19살에 불과했지만, 3살 연상의 미르카를 놓칠 수 없었다. 그 때만 해도 세계무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페더러는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테니스와 사랑의 시너지 효과를 경험했다. 페더러는 “미르카와 함께함으로써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라고 말한다.

페더러 황제 등극의 멘탈 트레이너

미르카는 2002년 은퇴 후 페더러의 전폭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선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 투어 스케줄, 스폰서십 계약, 언론 인터뷰 등 모든 분야를 관리해주는 매니저로 변신한 것이다. 심지어는 연습 파트너 역할까지 소화했다. 페더러를 둘러싼 이들은 미르카의 뛰어난 사업가적 기질에 감탄했다.

미르카의 동행은 곧 페더러의 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했다. 2003년 윔블던 대회에서 페더러는 자신의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테니스 황제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페더러는 셀 수 없이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테니스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미완의 대기였던 페더러는 미르카를 만나면서 비로소 황제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가족, 페더러가 라켓을 놓지 않는 이유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하면서 미르카는 페더러의 투어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페더러는 “투어 생활에 있어 미르카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미르카는 내가 어딜 가든지 함께한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1~2주 동안 함께하지 못해도 서로를 그리워할 정도” 라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미르카가 없었다면 나의 성공적인 선수 생활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아마도 이미 은퇴했을 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다.

9년간의 교제 끝에 2009년 4월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3개월 뒤 쌍둥이 딸을 얻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페더러의 인생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까지도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내와 두 딸이 함께하는 덕분에 나는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두 딸의 성장에 발맞춰 나의 선수 경력도 계속되었으면 한다.” 페더러의 이 말은 테니스 역사를 그의 가족과 함께 써내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페더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행운으로 그의 경기를 직접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테니스팬들에게 있어 큰 행복이다. 미르카는 페더러의 화려한 전성기를 열어젖혔고, 딸을 낳음으로써 전성기가 지난 페더러가 지금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테니스팬들은 ‘위대한 여인’ 미르카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