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나달-페더러 빅매치
입력 : 2014.01.2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테니스피플 제휴] 방극용 기자(멜버른)=멜버른파크 국립테니스 코트에는 총 38개의 코트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메인 코트가 로드레이버 아레나이고 그 다음이 하이센스 아레나, 그리고 마가릿 코트다. 이 세 개의 코트는 모두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개폐식 실내코트로 만들어져 있다. 로드레이버 아레나와 그 옆에 붙어 있는 마거릿 코트는 호주 출신의 로드레이버와(1962,1969) 마거릿 코트(1970)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기념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 하였다. 이외 지붕은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제법 규모가 있는 SHOW코트 2개를 포함하여 27개의 실외 하드 코트와 8개의 앙투카 코트가 있다.

세기의 라이벌인 나달과 페더러의 준결승전이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있었다. 사실 테니스뿐만이 아니라 모든 운동에 있어서 라이벌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앤디 머레이를 꺾고 올라온 페더러가 과연 전성기 때에도 항상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라파엘 나달을 이길 수 있을까에 집중하였다.
7시가 조금 넘자 로드레이버 아레나는 둘의 경기를 보기 위한 관중들로 인해 빈자리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꽉 들어 찼다.

7시 30분 경기장 내의 전광판에 로드레이버 아레나 코트에 등장하기 위해 복도를 걷는 페더러의 모습이 비친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페더러가 입구에 들어서자 페더러의 팬들은 “로저!”를 외쳤고 뒤 이어 나달이 등장하자 역시 나달의 팬들은 “라파!”를 외쳤다.

기아 측의 배려로 선수의 등쪽 맨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페더러와 나달이 시합하는 것을 현장에서 내 눈으로 직접 보는구나” 하는 마음에 그저 가슴 벅찬 마음뿐이었다.
체어 엄파이어가 네트 앞에 서고 페더러가 먼저 코트로 들어 섰다. 나달은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먹으면서 시간을 약간 지체하고 있었다. 묵묵히 기다리며 나달을 바라보는 페더러, '연장자보다 먼저 코트에 나가서 기다린다'는 우리나라의 테니스 에티켓에 의하자면 소위 '매너 없는 나달'이었다. 잠깐이 아닌 한 참(?)의 시간이었으니까. 선수들의 기 싸움으로 비쳐진다.

동전이 던져지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둘은 5분의 워밍업을 가졌다. 나달은 워밍업 시작 할 때 항상 베이스라인까지 전력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뛰어간다. “팡 팡”하는 타구 음이 들리자 관중들은 다시 환호하기 시작했다. 로드레이버 아레나의 관중들은 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아직은 셔터를 눌러도 괜찮은 시간이니까…


워밍업이 끝나고 자리에 앉은 둘.
페더러는 고개를 들어 관중들을 둘러본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타임”이라는 체어 엄파이어의 말에 페더러와 나달은 자신의 자리로 간다. 관중들은 다시 “로저와 라파”를 외친다. 그 환호성과 박수는 한 동안 그치지 않았다. 페더러는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기다리는 페더러의 모습을 보고 관중들은 쉬~~”하는 소리와 함께 잠잠해 졌고 페더러는 토스 동작에 들어갔다. “팡” 하는 임팩트 소리와 함께 둘의 대결은 시작됐다.

올해 서른 셋인 페더러와 스물 여덟인 나달은 서로 자신의 게임을 착실히 지켜 나갔다. 샷 하나 하나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페더러의 칩샷을 비롯 멋진 포 핸드, 백핸드에 흥분했고 나달의 종횡무진과 강력한 패싱 샷에 열광했다.

페더러의 샷은 다양했다. 때로는 톱스핀으로, 때로는 플랫성 볼로 라파엘 나달을 향해 볼을 날렸고 라파엘 나달은 네트를 타고 날아와 낮게 깔리는 볼은 슬라이스로, 튕겨 오르는 볼은 헤비 탑스핀으로 받아 넘겼다. 헤비 탑 스핀으로 날아온 나달의 볼은 페더러의 어깨 위까지 튀어 올랐다. 특히 나달의 세컨 서브는 머리 위까지 튀어올라 페더러가 베이스 라인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참을 물러나서 쳐야만 했다.

3-3 페더러의 서브에서는 페더러의 볼이 나달의 라켓에 맞고 기자에게 날아왔다. 볼을 집어 볼키즈에게 던져주면서 “아니…페더러와 나달이 함께 만진 공을 내가 만져보다니…”라는 생각이 나 절로 피식 웃음이 났다.

5-5 상황에서 둘은 함께 네트에 붙어 네트플레이 하게 되었다. 페더러가 드롭샷을 놓았고 나달이 달려가 간신히 받아 넘겼으나 볼의 길목을 잡고 있던 페더러가 어렵지 않게 발리로 처리하여 포인트를 땄다. 이때 나달은 닿지 않을 상황의 볼을 향해 라켓을 휘둘렀다. 분명 나달은 랠리가 될 상황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볼을 향해 라켓을 휘둘러 보는 나달의 모습을 보면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저런 자세에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한 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과연 난 살아오면서 얼마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았는가? 내 능력 밖이라고, 그 일은 불가항력적이었다며 미리 예단하고 미리 포기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난 진정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했는가라고 말이다.

팽팽하게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나가고 타이브레이크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더 환호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실 나달 보다는 페더러 팬들의 환호성이 더 컸다. 관중들의 2/3가 페더러 팬이고 그 나머지가 나달의 팬인 듯 싶었다.
타이브레이크. 나달은 여전히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페더러는 매우 공격적으로 나아갔다. 아무래도 나이에 의한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1세트는 꼭 따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일 게다. 그러나 그 공격적인 샷 들은 페더러에게 있어 결코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결국 페더러는 나달에게 1세트를 헌납하듯 6(4)-7로 지고 말았다.

나달의 서브로 2세트가 시작되었다. 나달이 자신의 서브를 끝내고 메디컬 타임을 불렀다. 카메라 맨이 나달에게 다가가고 손을 비췄다. 나달의 왼손바닥이 직경1.5cm정도 벗겨졌다. 나달의 라켓 버킷이 닿는 부위다. 관중들은 화면에 비친 나달의 손을 보고 안타까움의 탄성을 질렀다. “1세트를 나달이 가져갔으니 이제 페더러가 이기기는 글렀군”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나달의 손이 저러니 혹시 팽팽하게 갈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은 어느 누구의 팬이라기 보다 둘의 멋진 경기를 더 오랜 시간 보고 싶은 맘이 더 간절해서다.

1-2 페더러의 서브에서 2세트 첫 브레이크 위기가 왔다. 그러나 다행히 서브가 페더러를 살렸다. 하지만 2-3 다시 브레이크 당할 순간이 왔을 때 페더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페더러의 아내 미르카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다. 눈 빛 까지는 보이지 않아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라이벌에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이 더 가슴 아파 하고 있을 게다. 아들이 테니스 선수인 어머니가 한 말이 있다 “우리 아들에게 볼이 넘어오면 가슴이 철렁 했다가 볼이 다시 상대편 쪽으로 넘어가면 휴~ 하는 마음이 경기 내내 들었어요”라고.

결국 2세트도 나달이 6-3으로 가져갔고 그 기세를 꺾지 못한 페더러는 3세트도 3-6으로 내주고 말았다. 많은 이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던 둘의 게임은 그 기대만큼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채 나달이 3:0(7-6<4> 6-3 6-3)으로 페더러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페더러의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세트 만이라도 페더러가 이기길 바라며 로드레이버가 떠나가도록 응원을 하였다. 체어 엄파이어가 제지할 정도였다. 신체적인 노화는 아직까진 그가 해결할 수 없는…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나 보다.

페더러와 나달은 모두 떠오르는 라이징 볼을 쳤다. 나달은 페더러의 백핸드 쪽으로 지속적으로 공을 보내며 집중공략을 했다. 페더러는 떠오르는 라이징 볼을 치거나 탑볼을 칠 때는 멋진샷으로 응수를 했다. 그러나 정점을 지나 떨어지는 상황에서 친 백핸드 샷은 에러가 속출했다. 페더러가 백핸드 에러한 샷들은 거의 대부분이 떨어지는 볼들을 쳤을 때 였다. 페더러는 스트로크를 친 후 네트 대쉬를 종종 하였고 그럴 때 마다 나달은 강력한 패싱 샷으로 페더러의 기를 눌렀다. 그러나 둘이 네트에 붙어 발리 플레이 할 때는 모두 페더러가 이겼다. 한창때에는 서브앤 발리나 스트로크를 치고 네트 대쉬 할 때 페더러의 승률이 최소 50% 이상은 됐다.

페더러는 나달에 비해 위너가 34:28로 6개가 많다. 그러나 언포스드 에러가 50:25로 두 배나 많다. 물론 나달의 볼이 회전이 많아 매우 까다로운 볼이긴 하지만 페더러가 충분히 칠 수 있는 쉬운 볼에 너무 많은 에러를 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페더러의의 볼은 플랫성 볼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다. 때문에 볼이 네트를 타고 넘어가는 높이가 여타 선수들에 비해 좀 낮다. 확실하게 잡아놓고 치지 않으면 네트에 걸리거나 아웃 될 확률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1세트에 나오지 않던 에러 샷 들이 2세트 들어 나오기 시작했고 3세트 들어서는 라켓 프레임에 맞는 볼이 심심찮게 나오는 등 에러가 속출했다. 어쩌면 페더러의 기술적인 샷은 이제 체력적인 한계에 직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나달에게 있어서만은 말이다. 그러나 페더러가 이대로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페더러는 지금 체력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새로운 코치와 새로운 라켓을 들고 멜버른에 왔고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테니스 선수가 라켓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8평방인치나 키운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일 수도 있다. 그는 새로운 코치와 새로운 라켓에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는 듯 하다.
언제쯤 둘의 대결을 또 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론 윔블던의 결승에 선 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결승에서 나달과 바브링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곳 멜버른에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합은 이 둘의 시합이지 않을까 싶다.

페더러와 나달의 준결승을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함께 본 노원구 중계동에서 오신 장병석 선생님과 기아의 초청으로 온 이인숙, 조경래 국민생활체육전국생활체육연합회 이사의 말을 빌어 소감을 전한다.
“ 내 생애 언제 또 이런 경기를 라이브로 경기장에 앉아 볼 수 있겠는가? 선수들의 숨소리 땀흘리는 모습까지 직접 보니 생동감이 있고 살아 있는 듯 하다. 그저 설레 임이고 환상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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