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김연아 “피겨 전용 링크장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입력 : 2014.02.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김성진 기자= ‘피겨퀸’ 김연아(24)가 생애 마지막 무대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올림픽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모두가 원하던 금메달을 놓쳤지만 은메달도 금메달만큼 값어치가 크다. 그러나 김연아의 은메달을 놓고 말이 많다.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를 밀어주기 위해 김연아가 희생됐다는 것이다.

이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심판 판정 논란은 대회 초반부터 벌어졌다. 러시아 출신 선수에게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가산점이 주어진 반면 김연아 등 다른 선수들에게는 예상을 밑도는 점수가 나온 것이다.

김연아가 1위를 차지한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났다.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하며 74.92점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전문가들은 2~3점 이상은 더 나왔어야 했다고 말한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김연아와 달리 안정적인 연기를 했으나 74.64점으로 김연아에 불과 0.28점 뒤졌을 뿐이다.

그리고 21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지만 144.19점을 얻었고 219.11점을 받았다. 소트니코바의 224.59점에 5.48점 뒤진 점수였다. 김연아는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들은 뒤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연아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내민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의 경쟁자들은 모두 자진의 시즌 최고 성적보다 20점 가량이 높아졌다. 반면 김연아에게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산점과 레벨 산정이 매겨졌다. 김연아가 쇼트, 프리 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했지만 점수를 벌리지 못한 원인이었다.

프리 스케이팅이 끝난 뒤 러시아의 홈 어드밴티지, 심판의 편파 판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충분히 거론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김연아만 판정에서 손해를 봤다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심판들이 무의식적으로 김연아에게 금메달을 쉽게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2연패가 나온 것은 단 2번이다. 소냐 헤니(노르웨이)는 1928, 1932, 193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 뒤를 카타리나 비트(독일)가 1984, 1988년 올림픽 금메달로 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의 2연패 모두 유럽 출신 선수가 이루었다. 김연아는 이미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었다. 피겨 스케이팅이 유럽의 전유물이라는 점을 볼 때 비유럽 출신이 대업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피겨의 불모지’라는 점도 작용했을 듯싶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개최하지만 한국은 겨울 스포츠의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피겨 스케이팅은 더욱 그렇다. 엷은 선수층에 전용 훈련장도 없다. 과거 김연아가 지난 2010년 G20 개최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영상으로 “피겨 전용 링크장 하나만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용 링크장은 없다.

이러한 전후사정이 심판 판정에도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김연아의 최고의 연기를 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를 판정에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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