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결산] 이대로 평창으로 가기에는 곤란하다
입력 : 2014.02.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한동훈 기자=약 20일간 온 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지만, 그 감동에 젖어 대한 체육회와 빙상 연맹의 무능함까지 잊어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 등 경기단체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국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15개 종목 중 13개 종목에 선수를 파견, 동계올림픽 사상 역대 가장 많은 종목에 참가했다. 선수단 규모 역시 역대 최대로 선수 71명과 임원 49명 총 120명이 소치에 머물렀다. 목표는 메달 종합 순위 10위였지만 대회 결과, 금메달 3, 은메달 3, 동메달 2개로 종합 13위에 올랐다. 3회 연속 TOP10 진입이 목표였지만 실패했다. 남자 쇼트트랙은 메달을 따지 못했고, 빅토르 안(28, 러시아)의 선전으로 빙상 연맹의 부조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는 대회 기간 중 SNS를 남용해, 대회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혈세로 보내준 올림픽, 최소한의 성과는 있어야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올림픽 메달은 개인의 영광이면서 동시에 국민에게도 기쁨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단 선수가 나올 때만큼은 그들과 하나가 된다. 결과에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굳이 그들을 소치에 보내준 세금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수단은 국민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 의무가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쇼트트랙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낸 것은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남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은 빅토르 안은 한국 빙상 연맹이 버린 선수다. ‘없어도 된다’고 생각해 내친 선수는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메달을 땄고, 그를 버린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단 하나의 메달도 걸지 못했다. 이를 TV로 지켜본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오히려 빙상연맹의 파벌과 부조리 때문이 아니라 메달 딸 능력도 없으면서 인재를 내친 무능함일지도 모른다.

선수단 관리

선수단 지도부는 선수 관리에도 소홀했다.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선수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대비를 했어야 했다.

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 선수는 대회 기간 중 자신의 SNS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글을 남겼다. 남자 계주에서 넘어진 이호석 선수를 감싸며 ‘병역 혜택’을 위해 열심히 도와줬다는 부분이 문제였다. 병역 면제를 받으려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멘트였다. 네티즌들은 분노했고, 선수 본인 역시 황급히 해명글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분위기는 만신창이가 된 후였다.

개인의 SNS는 자유지만, 태극 마크를 단 이상 그런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를 방치한 지도부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쇼트트랙 문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의 부진은 국내 쇼트트랙 인프라와 육성 정책, 빙상협회 행정 체제에 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김동성과 아폴로 안톤 오노가 겨우 2살 차이인데 분명 실력으로는 한수 위인 김동성이 2002년 올림픽과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이후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나버린채 연예계도 갔다가 하며 방황하다 2005년에 은퇴한 반면 오노는 2010년까지 메달따며 스케이트 잘 탔다. 빅토르 안의 귀화야 어디까지나 본인의 선택이니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그 지경이 이르도록 방치한 것은 엄연히 빙상연맹의 책임이다.


몇개 종목 제외하고 대부분 꼴찌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치올림픽에서 실격이나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 종목별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횟수를 국가별로 집계해 발표했다.

집계결과 한국은 8개의 종목에서 최하위를 기록 최다 꼴찌 국가가 됐다.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이른바 '메달종목'에만 편중됐던 과거와 달리 스키·스노보드·썰매·컬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아직 이들 종목의 경쟁력이 세계 수준과는 다소 격차가 있어 최다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실 메달을 많이 따기 어려운 나라에서 애국심을 위해 메달따기용 공무원을 육성하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이대로라면 평창 때는 더 심각하다

다음 올림픽은 평창에서 열린다. 평창때는 김연아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사라질 공산이 크다.
김연아는 이미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선언했고, 이상화, 이승훈, 모태범 등의 간판급 선수들도 2018년이면 은퇴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체력문제가 생기는 30대에 들어선다. 간판 종목의 자존심을 되찾아야함은 물론, 제 2의 김연아와 이상화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누가 어느종목에서 어떻게 했냐보다 성과물과 특정 소수에게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메달권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빙상종목에 비해 다른 설상 종목에 투자를 기대하긴 어렵다. 몇몇 비인기 종목이 좋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아예 이번 올림픽이 처음 출전이었던 여자 컬링만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그저 반짝하는 관심밖에는 없다. 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감시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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