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 판 할-뢰브-삼파올리..결국 '감독 놀음'이었다
입력 : 2014.07.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4브라질월드컵을 인물 중심으로 정리하자면 두 가지 특징이 보인다.

첫 번째는 유독 활약상이 빛났던 골키퍼들의 월드컵이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배의 선장격인 감독의 역할과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대회였다는 점이다.

사실 축구 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체에서 감독들의 역할은 상당히 모호할 때가 많다.

특별한 스타일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도 승승장구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많이 알고 또 이를 팀에 접목시키려 노력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은 사람도 있다. 더군다마 리오넬 메시처럼 천재가 한 명 있으면 감독의 역할은 크게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찌됐건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를 떠나 이번 대회를 통해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감독들은 꽤 많았다.

가장 먼저 독일을 24년 만에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 요하임 뢰브 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수석코치를 거쳐 전차군단의 지휘봉을 잡을 때만 해도 뢰브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는 남아공월드컵 4강에 이어 두 번째 참가였던 브라질 대회에서 독일에 우승을 안기며 비로소 명장 반열에 올랐다. 뢰브의 독일은 그야말로 기복이 없었고 누구를 만나든 한결같았다.

뢰브의 지휘 속에 수년간 착실히 전력을 가다듬은 독일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1로 격파한데 이어 결승에서도 남미의 자존심이었던 아르헨티나마저 물리치며 독일 축구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놨다.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 후보는 아니라는 평가 절하 속에 출발했지만 네덜란드를 강호로 탈바꿈시킨 루이스 반 할 감독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는 포백과 스리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5-1로 격파하는 등 오렌지군단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월드컵에서 드러난 지도력은 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차기 감독으로 그를 선임했는지를 알게 해준 대회였다.

코스타리카 축구의 매서움을 보여준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뚝 선 사령탑이다. 남미 클럽과 국가에서 30년째 지휘봉을 잡으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는 코스타리카 특유의 '조직력 축구'를 완성하면서 역대 월드컵 우승팀들이 모인 죽임의 조를 1위로 통과했다.

8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네덜란드에 패했지만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한국 이후 역대 최고 이변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밖에도 망가져가던 멕시코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미구엘 에레라 감독을 비롯해 스리백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칠레 축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 스위스의 미래를 준비하고 떠난 '노장'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 강호들을 벌벌 떨게 한 미국의 위르겐 클린스만 등도 브라질월드컵을 수놓은 감독들이었다.

반면 이들처럼 화려하게 빛난 감독이 있는가 하면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으로 초라하게 브라질을 떠난 이들도 많다.

빈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이 대표적이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티키타카' 전술을 앞세워 월드컵을 정복했던 그는 네덜란드와 칠레에 잇따라 무릎을 꿇으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우승 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32개 출전국 가운데 연봉으로서는 톱이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가장 약한 조였던 H조에서 3위에 그친 그는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사실상 감독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축구종가를 지켜내지 못한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 감독도 세계 수준과 경쟁하기엔 충분치 않았음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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