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골잡이 찾기'에 한 해 농사 달려
입력 : 2014.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 같았으면 0점대 실점률이면 지금 1~3위권 정도에는 있는 게 정상인데..."

개막 전부터 염려됐던 전문 골잡이의 부재가 제주 유나이티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23라운드를 마친 현재 제주는 승점 36점으로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권과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는 걸 감안하면 차후 성적에 따라 충분히 대권에도 도전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박경훈 감독의 고민처럼 믿고 세울만한 골잡이가 없다는 점이다.

제주는 0-0으로 비긴 31일 서울전까지 올 시즌 23경기에서 22골을 넣는데 그치고 있다. 상위 6개팀 가운데 한경기 평균 1골이 안 되는 팀은 제주가 유일하다. 22골은 9위 상주(26골)보다 적은 수치로 전체 12팀 중 밑에서 5번째에 해당한다. 최하위권인 부산, 경남(이상 18골)과 비교해도 4골 밖에 더 넣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현재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순전히 탄탄한 중원과 뒷문 덕분이다. 제주는 지금까지 19골만을 내주며 전북, 서울(이상 17)에 이어 최소 실점 공동 3위를 기록 중이다. 무실점 경기만 9차례를 했고, 2골 이상의 멀티골을 내준 건 단 3경기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울산(1-0), 인천(0-0)전에 이어 서울전까지 0-0으로 비기며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이만하면 수비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렇기에 평균에도 못 미치는 무딘 득점력이 더 아쉽게 다가온다. 서울전을 앞두고 박경훈 감독이 "2010년 같았으면 0점대 실점률이면 지금 1~3위권에 있는 게 정상인데..."라며 아쉬워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감독은 제주 부임 첫 해였던 지난 2010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정규리그 28경기에서 25골만을 내주며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우승을 차지한 서울보다도 1골을 덜 내줬다. 실점율만 보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득점력은 경기당 1골에도 못 미치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점은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위 스플릿에서는 순위를 다툴 강팀들과 잇따라 상대해야 되기에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개막 전부터 이런 고민을 안고 있었던 박 감독은 그 동안 21살의 젊은 김현(1골)을 비롯해 미드필더 박수창(2골)과 황일수(3골) 등을 돌려가며 최전방에 배치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셋이서 지금껏 기록한 골은 6골에 불과하다.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진 건 드로겟(6골)이나 송진형, 윤빛가람(이상 3골) 등 2선 자원이었다.

이적시장은 벌써 끝이 났고 더 이상 외부로부터의 전력 보강은 불가하다. 어떻게든 지금 스쿼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딱히 묘안이 없는 박 감독은 서울전을 마치고 계속해서 아쉬움을 곱씹기보다는 "지금 있는 선수들로 끌고 나가야 한다"면서 "이들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하고, 나름대로의 전술을 통해 방도를 찾겠다"며 앞으로의 구상을 밝혔다.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마지막 승부수를 걸겠다는 생각이었다.

K리그 클래식은 33라운드를 끝으로 상하위 스플릿으로 나눠져 마지막 5경기를 더 치른다. 어떻게 보면 지금부터가 한 해 농사를 결정할 진짜 승부의 시작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확히 드러났다. 박경훈 감독이 과연 시즌 내내 발목을 잡고 있는 해결사 부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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