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구심리분석가의 눈으로 본 이승우, ''마라도나 유형, 개성 키워줘야''
입력 : 2014.09.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분명한 건 한국 축구 풍토에서는 나오기 힘든 유형의 선수란 겁니다. 플레이 스타일이든 성격이든 자꾸 단점을 보고 고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더 키워주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봐요."

16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연일 맹활약하고 있는 이승우(16, 바르셀로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세계에서 날고 긴다 하는 유망주들이 모두 모여 있는 바로셀로나 유스팀에서도 좋은 재능으로 꼽히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천재'라는 말이 자연스런 수식어로 붙게 됐지만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힘들었던 팬들에게 이번 대회에서 그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만큼 지금껏 한국 축구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유형의 선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의 거침없는 성격이나 플레이스타일을 두고 우려 아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골에 대한 욕심도 많고 너무 튀다 보니 지금 당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도 혹시나 미래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 어린 시선이다.

그렇다면 축구심리분석 전문가가 바라보는 이승우는 어떤 모습일까. 10년 넘게 축구 이론을 분석하고 일선 축구 선수들을 만나 심리를 연구해 온 손외태(52) 사커 아카데미 대표는 한 마디로 그런 의문들을 일축했다. 손 대표는 펀드매니저 출신의 축구심리전문가로 중고, 대학,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손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유럽의 축구 교육 환경은 좀 달라요.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팀 플레이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교육이 이루어져요. 물론 그게 다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러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팀'을 주입하다 보면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들도 어느 순간 평범해지게 돼요.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천재가 나와도 그 재능을 100% 키우고 발휘해내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은 조금 달라요. 자기 중심적이에요. 이기적인 것하고는 다른데, 호날두나 메시, 수아레스 등을 보면 웬만해선 자기가 넣겠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요. 또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고요. 이승우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선수가 장단이 있어요. 그러나 이승우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은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키우는 방향이 선택되어져야 한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승우가 리오넬 메시보다는 디에고 마라도나에 가까운 유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직 미완성이고 체격도 더 커져야 하겠지만 이승우의 플레이는 굉장히 화려하고 저돌적이에요. 앞에 뭔가 장애물이 나타나도 이를 어떻게든 뚫고 나가서 해결하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에서 메시보다는 마라도나 유형에 가까워요. 한 가지 더 덧붙이면, 플레이를 할 때, 생각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느낌이에요. 아직 청소년 무대에 있어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대 수비수로서는 굉장히 막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제 공격수로 이승우의 파괴력은 이번 아시아챔피언십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4경기 연속골을 넣는 동안 일본전(8강)에서는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시리아전에서는 감각적인 패스로 동료의 4골을 도왔다.



손 대표는 이승우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팀'의 관점에서 '너무 튄다' '자기 중심적이다'라는 우려들은 지금 이야기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승우는 시리아전에서 혼자 4도움을 기록했어요. 동료들과 함께 하는 플레이까지 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자유를 주는 게 좋아요. 가끔씩 발을 맞추는 대표팀이라도 그렇게 함께 성장해 나가면서 창의성이 이식이 되면 이 세대에서 정말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팀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구단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가 왜 이승우를 인정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왜 그들이 이승우를 인정할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성격적인 면이나 플레이적인 부분이나, 그런 재능에 너무 한국적인 잣대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이승우는 아직 10대에 불과합니다. 장점을 키워주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 마라도나 같은 선수를 가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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