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트루패스] 벵거의 ‘외질 사용법’...측면이냐, 중앙이냐
입력 : 2014.09.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화려한 골 세리모니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러나 득점 장면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 장면 뒤에는 팀 동료의 결정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있었다. 빅 매치의 숨은 1인치와 결정적인 장면을 ‘정지훈의 트루패스(True Pass)’에서 진실하게 풀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격렬한 리그로 손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내에서도 가장 치열한 더비 매치. 바로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다. 런던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맞대결은 매번 치열했고, 역대급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리고 전술적인 움직임 보다는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과 그에 따른 선수들의 승부욕과 격렬함이 두 팀의 승패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치열했다. 총 9장의 경고가 나왔을 정도로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투지를 불태웠고, 선수들의 열정에 팬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답했다. EPL 최고의 소문난 잔치이자, 치열한 라이벌 매치.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를 분석해봤다.

외질vs에릭센, 벵거의 ‘외질 사용법’은 다시 측면이었다
흥미로운 맞대결이었다. 아스널과 토트넘은 플레이메이커인 메수트 외질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왼쪽 측면에 배치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전술의 핵심인 두 선수를 중앙 압박에서 좀 더 자유롭게 만들고, 측면 공격을 강화해 득점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두 팀의 승부수는 너무 유사했고, 서로의 두터운 수비벽을 깨기에는 부족했다. 서로가 너무 조심스러웠다. 아스널은 여전히 중앙에서 패스플레이를 선호했고,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토트넘도 마찬가지였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안정적인 수비가 장점인 존 프레스를 들고 나왔고, 강력한 압박과 역습으로 아스널을 상대했다.



이날 아르센 벵거 감독은 4-1-2-3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웰백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 외질과 체일벌린을 배치해 측면 공격을 강화했다. 중원에는 윌셔, 아르테타, 램지를 배치했지만, 역할을 달랐다. 윌셔와 램지가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고, 아르테타카 포백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포체티노 감독의 승부수는 철저한 포지셔닝에 있었다. 단순했지만 명확했다. 중원을 강화하고 빠른 역습을 펼치는데 중점을 뒀다.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최전방에 아데바요르를 배치했고, 그 뒤를 샤들리가 지원 사격했다. 에릭센과 라멜라는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갔고, 메이슨과 카푸에는 중원에서 경기 조율과 수비적임 임무를 맡았다.

아르테타-램지 부상, 아스널의 흐름이 깨지다
경기 초반부터 세밀한 패스플레이로 경기를 주도하던 아스널에 불운이 찾아왔다. 바로 아르테타와 램지의 부상이다. 이후 벵거 감독은 전반 27분 플라미니를, 전반 45분 카소를라를 투입하며 전반에만 두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했다. 아스널로서는 전술 운용에 큰 차질이 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 토트넘에게는 기회였다. 중원에서 안정감을 보이던 아르테타와 날카로운 드리블과 패싱력을 보이던 램지가 빠졌기에 토트넘은 중원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결국 교체 투입된 플라미니의 치명적인 실수가 토트넘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후반 11분 후방에서 패스를 받은 플라미니가 에릭센의 압박에 공을 빼앗겼고, 이 공은 중앙에 있던 라멜라에 연결됐다. 이후 라멜라는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던 샤들리에게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샤들리가 잡아 쇄도 후 감각적으로 마무리했다.

복합적인 장면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중원 장악과 빠른 역습이 맞아 떨어짐과 동시에 램지와 아르테타가 빠진 아스널 중원의 허술함이 결국 선제골로 이어졌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것은 중원에서 폭넓은 활동량을 가져가던 램지가 빠지자 중원에서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고, 이것을 토트넘은 놓치지 않았다.



외질의 중앙 배치 그리고 웰백의 헛발질, 아스널의 동점골
선제골이 나온 상황에서 양 팀 모두 승부수를 던졌다. 토트넘은 후반 16분 에릭센을 대신해 레논을 투입했고, 아스널은 후반 17분 윌셔를 빼고 산체스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이후 벵거 감독은 산체스를 측면에 배치하고, 외질과 카소를라를 중앙에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었다.

외질의 중앙 배치는 효과적이었다. 측면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던 외질이지만, 중앙으로 옳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후반 27분에는 외질의 정교한 패스가 체임버스의 슈팅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후 외질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많은 찬스를 만들었고, 이날 기록에서도 2번의 키패스를 성공하면서 중앙에서 위협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결국 아스널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카소를라의 빗맞은 슈팅과 경기 내내 위협적이지 못했던 웰백의 헛발질이 행운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29분 카소를라의 빗맞은 슈팅이 외질과 카불을 거쳐 웰백에게 연결됐지만, 헛발질로 공을 흘렸다. 그러나 이 공은 체임벌린으로 향했고 결국 체임벌린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후 아스널은 외질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었지만 추가골을 나오지 않았고, 두 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키 플레이어: 외질vs샤들리, 플레이메이커들의 맞대결
사실 이날 경기의 키포인트는 외질과 에릭센의 왼쪽 측면에서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전반전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에릭센은 이날 단 한 번의 키패스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보였다.

반면, 외질은 후반 들어 자신의 경기력을 찾아갔다. 이날 외질은 92%의 높은 패스성공률과 함께 2번의 키패스, 101번의 볼터치, 4번의 드리블에 성공하면서 나름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외질에게 7.64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이는 이날 최고의 평점을 받은 체임벌린(8.34점)에 이은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반면, 에릭센은 6.35점이라는 낮은 평점을 받았다.

토트넘에는 샤들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귀중한 선제골을 만들었다. 그러나 활약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날 샤들리는 65%의 낮은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아데바요르를 지원하는데 실패했고, 키패스와 드리블 돌파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에 ‘후스코어드닷컴’은 선제골을 기록한 샤들리에게 외질보다 낮은 6.81점을 부여했다.



아르센 벵거(아스널 감독): “우리는 좋은 장면을 만들었고 많은 노력을 했기에 1-1이라는 결과물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0-1로 뒤지고 있을 때 77%라는 높은 점유율과 함께 위대한 정신을 보여줬다. 세트피스에서의 부진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더 많은 유효슈팅을 만들어 내야 한다. 빠르게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 주에도 코너킥 연습을 할 것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감독): “우리에게는 좋은 결과다. 아스널이 경기를 지배했고, 우리보다 공을 더 오래 소유했다. 하지만 우리도 경기를 잘 했다. 우리는 매우 콤팩트했고, 기회를 득점으로 만들었다. 어려운 경기였지만 만족하고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는 승리하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무승부가 공정한 결과라 생각한다.”



글=정지훈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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