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트루패스] 세스코+아자르, '런던 더비'를 지배하다
입력 : 2014.10.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화려한 골 세리모니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러나 득점 장면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 장면 뒤에는 팀 동료의 결정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있었다. 빅 매치의 숨은 1인치와 결정적인 장면을 ‘정지훈의 트루패스(True Pass)’에서 진실하게 풀어낸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도 많았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 매치인 첼시와 아스널의 ‘런던 더비’는 왜 축구가 ‘90분의 전쟁’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불화설이 나오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과 아르센 벵거 감독의 충돌부터 친정팀을 만난 세스크 파브레가스까지. 이번 주말 축구 팬들을 뜨겁게 만들었던 ‘런던 더비’를 분석해봤다.

파브레가스vs외질, 아자르vs산체스...흥미로운 매치업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할 매치업이었다. 첫 번째는 월드클래스의 플레이메이커, 파브레가스와 외질의 맞대결이었다. 위치는 약간씩 달랐다. 파브레가스는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고, 외질은 오른쪽 측면에 배치돼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프리롤’을 맡았다. 하지만 양 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선수의 맞대결이었기에, 이날 경기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매치업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크랙’ 아자르와 산체스의 대결이었다. 각각 왼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된 두 선수는 개인기술로 경기의 흐름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양 팀 모두 즐겨 사용하던 포메이션과 함께 베스트11을 가동했다. 먼저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최전방 코스타를 중심으로 2선에 아자르, 오스카, 쉬얼레를 투입해 공격을 이끌었고, 중원은 마티치와 파브레가스로 구성했다. 반면, 벵거 감독은 4-1-2-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웰백을 중심으로 좌우 측면에 산체스와 외질을 배치했고, 중원에서는 윌셔와 카소를라가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플라미니가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전술을 넘어선 ‘크랙’ 아자르, 아스널 무너트리다
아스널의 벵거 감독은 이날 첼시를 맞이해 강력한 중원 압박을 들고 나왔다. 일명 파브레가스 봉쇄법이었다. 윌셔와 카소를라로 하여금 파브레가스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강력한 압박을 펼쳤고, 경기 초반 성공적인 흐름을 가져왔다. 또한, 아스널의 선수들은 이전과 다르게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기선제압을 시도했다.



작전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크랙’ 아자르의 개인기술이었다. 전술 그 이상의 개인기술이었고, 아자르의 환상적인 개인기술이 아스널의 전술을 넘는 순간이었다.

결국 선제골은 아자르의 원맨쇼에서 나왔다.

전반 27분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받은 아자르가 환상적인 개인돌파로 카소를라와 체임버스를 순식간에 따돌리며 문전으로 침투했다. 마지막 상대는 코시엘니. 아자르는 속도를 살려 거침없이 질주했고, 결국 코시엘니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후 주심은 지체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것을 아자르가 눈으로 슈체스니를 속인 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분명, 아스널의 중원은 단단했고,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아자르의 개인기술은 아스널의 전술과 대형을 완벽히 무너트렸고, 오직 혼자의 힘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이것이 ‘크랙’ 아자르의 위력이었다.

파브레가스의 환상 패스, ‘친정’ 아스널 울리다
선제골이 나온 상황에서 양 팀 모두 변화를 시도했다. 아스널은 후반 24분 카소를라를 대신해 체임벌린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고, 첼시는 쉬얼레를 대신해 미켈을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파브레가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렸고, 미켈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반면, 아스널은 외질을 중앙으로 옮기고 체임벌린을 측면으로 배치했다.



파브레가스의 전진 배치는 성공적이었다. 결국 중원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가던 파브레가스가 환상적인 패스로 코스타의 쇄기골을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패스였다. 후반 32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파브레가스가 환상적인 로빙 침투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쇄도하던 코스타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파브레가스의 넒은 시야와 정교한 패싱력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 말고도 파브레가스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애제자였던 파브레가스를 막기 위한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파브레가스를 막지 못했고, 결국 '세스코 라인'이 이날의 승부를 결정했다.

키 플레이어: 파브레가스vs외질, 플레이메이커들의 맞대결



파브레가스와 외질의 ‘월드클래스’ 플레이메이커들의 맞대결. 승자는 파브레가스였다. 이날 파브레가스는 강력한 압박에도 88%의 높은 패스성공률과 1개의 도움을 기록했고 2번의 키패스, 90번의 볼터치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브레가스의 수비 가담이었다. 확실히 진화했다. 이날 파브레가스는 4번의 태클, 1번의 가로채기, 2번의 클리어링, 3번의 공중볼 승리 등을 기록하며 수비에도 공헌했고, 결국 이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물론 외질도 나름 제몫은 다했다. 이날 외질은 82%의 패스성공률과 3번의 키패스, 6번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키며 아스널의 중원을 이끌었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 모두에 능했던 파브레가스와 달리 외질은 꾸준히 지적받아온 수비가담과 탈압박(외질의 턴오버는 4개)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결국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한편, 혼자의 힘으로 선제골을 터트린 아자르는 90%의 높은 패스성공률, 2번의 슈팅, 65번의 볼터치, 5번의 드리블 돌파를 상공시키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무리뉴vs벵거, 두 감독의 설전 그리고 몸싸움



무리뉴 감독과 벵거 감독의 설전과 몸싸움은 이날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준다. 경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던 무리뉴 감독과 벵거 감독은 전반 19분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전반 19분 케이힐이 산체스에 거친 반칙을 가하자 벵거 감독이 그라운드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무리뉴 감독을 밀치며 설전과 함께 신경전을 벌였다. 주심의 제지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이른 시간부터 과열된 양 팀 벤치 분위기에 경기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제 무리뉴(첼시 감독): “벤치는 오로지 나의 영역이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나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선수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라고 주심을 압박하기 위해 벤치로 향하는 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단지 ‘나의 벤치에서 떠나 달라. 그리고 다시는 여기에 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아주 빠른 템포로 경기가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주심과 부심은 좋은 판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스널은 로랑 코시엘니, 칼럼 챔버스, 대니 웰백 등 3명의 선수가 퇴장을 당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도 받아들였다.”

아르센 벵거(아스널 감독):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그라운드에서 있었던 일은 그라운드에서 털어버려야 한다. 나는 부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산체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그런데 누군가(무리뉴 감독) 그 사이에서 나를 멈춰 세웠다. 솔직히 그가 한 말은 듣지 못했다. 앞으로 약 3주간은 언론에서 나에게 질타가 쏟아지겠지만, 후회 없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이겠다.”

글=정지훈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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