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성vs김도혁', 연고전은 이미 시작됐다
입력 : 2016.09.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1년에 단 한 번 있는 대학 축구 최고의 라이벌 매치다.

2014 정기전을 앞두고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 중인 두 선배를 모셨다. 지난해까지 직접 혈투를 벌인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 이하 김)과 이재성(전북 현대, 이하 이)은 그간의 경험을 아낌없이 풀어놨다.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을 넘나들었던 이들에겐 '필승의 의지'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 잘 지냈나. 김도혁은 소속팀 인천이 한숨 돌리는 데 일조했고, 이재성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팀 성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마음 놓기는 이르다. 최하위권과의 승점 차가 별 것 아님을 느껴왔기 때문에 끝까지 가봐야 한다. 어린 선수가 많다 보니 고참 형들이 '더 잘하자'고 계속 잡아준다"

: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의 충돌로 어깨 인대가 좋지 않다. 아직 통증은 있는데,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금요일(10일)에 소속팀 전북으로 복귀한다. 워낙 뛰어난 형들이 많아 내가 뛰지 않아도 선두권 유지에는 문제 없을 것이다"

■ 올해도 어김없이 정기전이 찾아왔다. 심정이 어떤가.
: "인터뷰 그만 하자. 고연전이 아니고 연고전? 많은 사람들이 연고전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은데,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런 실수 절대 안한다. 연고전이라고 하면 나와는 친한 사람이 아니다. 간혹 직접 고쳐주기도 하지만, 이젠 본인들이 찔려 먼저 미안하다고 한다"

: "무슨 인터뷰를 그만하나. 금메달리스트라 역시 다르네. 당연히 연고전 맞는 것 아닌가. 우리 팀에도 고대 나온 형들이 있다. 그앞에서 연고전이라 했다가 순간 움찔한 적은 있다. 곧장 정기전으로 고쳐 말한 적은 있어도, 내가 감당할 또래들끼리 있으면 무조건 연고전이다"

■ 이번 주 신촌에 들렀더니 이미 여기저기 푸른색 현수막이 걸려 있더라.
: "항상 이맘때면 그렇다. 그 느낌을 아니까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가득하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있고. 지켜보는 이들도 많고"

: "두 학교의 축제 아닌가. 일반 학생도, 운동하는 학생도 그렇다. 학교의 모든 초점이 거기에 맞춰 있다. 안암에 가면 온통 빨간 색으로 덮여 있을 것이다"




■ 정기전을 앞둔 이때가 한 해 중 가장 힘든 시기라고 들었다. 종종 곡소리도 들려오는데.
: "가장 큰 경기다. 승리의 환희가 평소와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훈련 강도도 세고, 감독님도 예민해지실 수밖에 없다. 조그만 것도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술 먹고 노는 것 등 모든 생활을 자제한다. 선수들이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자발적으로 준비한다"

: "작년에 연고전 준비로 중국 쿤밍에 갔을 때 정말 짜증 났다. 보통 팀마다 동계 훈련을 하지 않나. 그걸 두 번 세 번하는 느낌으로 했다. 와이파이도 적게는 6명, 많게는 10명까지만 터지더라. 고학년들은 맘껏 들어갈 수 있는데, 저학년들은 선착순이었다. 동생들이 먼저 들어가 있으면 '누구냐'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와이파이 싸움, 고대 애들은 이 고충을 모른다"

■ 동문들의 관심도 엄청나지 않나. 부담감, 사명감, 비장함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 같다.
: "어떻게 부담감이 없겠나. 그래도 감독님 역시 고대 선배고 하니 한배를 탄 느낌으로 믿고 따라간다. 고연전 며칠 전부터 선배들이 회식을 시켜주시는데, '맨날 3-0, 3-1로 이기지 말고, 올해는 100골 차로 이겨라'라고 하실 때도 있다. 막상 축구계 선배들은 부담될까봐 오히려 안 그러신다(웃음)"

: "여기서 연대, 고대의 차이가 난다. 회식시켜주시는 건 당연하고. 우리는 일주일 전에 총장님과 다 같이 밥을 먹는다. 단체로 소고기를 사주신다. '100골 차로 이겨라' 같은 말씀은 안 하시고, '이기든 지든 자기 실력을 다 보여줘라. 후회 없는 경기 정정당당하게 하고 와라'라고 한다. 맞다. 우리도 축구계 선배들은 아무 말 안 한다"

■ 매년 정기전에서 피 튀기며 싸우다가 지난 5월 K리그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만났다(전북vs 인천, 1-1). 그 경기 기억하고 있나.
: "당연하다. 대학교 때 연대랑 하면 특히 도혁이 형이 날 그렇게 괴롭혔다. 프로에 와서도 그때 생각이 나더라. 반갑기도 했지만, 더 견제하면서 치열하게 했다. 고연전 때 워낙 싸우다 보니 오히려 편안하기도 했다"

: "아휴, 나는 그 경기 힘들게 했다. 두 팀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있지 않았나. 포지션이 별로 겹치지 않아 많이 부딪힌 건 아니었다. 반갑긴 했는데, 사실 우리가 친해진 건 6월에 대표팀(U-23) 룸메이트를 하면서부터다(웃음)"

■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도 모교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번 나눈 적이 있다.
: "소식을 찾아서라도 듣게 된다. 매번 진다는 얘기가 많아서 따로 주장(김현수)에게 연락도 했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도 보고, 후배들에게 위로도 해줬다"

: "나는 조금 다르다. 아직 졸업을 안 했으니 고려대 학생이다. 그렇기에 선수들과도 똑같은 마음이다. 후배들이 소식 전해주면 나는 또 축하하며 응원해준다"




■ 두 선수 모두 1학년 때부터 정기전을 뛰었다.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의 첫 기분, 어땠나.
: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 축구를 하면서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서볼 수 있을까 싶었다. 앰프를 켜고 응원을 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데서 어떻게 축구를 하느냐 싶기도 했다(웃음). 일단 경기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그냥 소름이다. 11명이 손잡고 외친다. '아카라카! 아라칭 아라쵸 아라칭칭 쵸쵸쵸'"

: "고대에 입학하기 전, 학성고 3학년 신분으로 구경하러 간 기억이 있다. 여기서 뛰는 날이 올까 싶었다. 1학년 때 막상 뛰려고 하니 너무 긴장돼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건 처음이다. 옆에 있는데도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다. 거기서 골을 넣었으니 지금까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 2009년부터 2010, 2011, 2012년까지 4년간 고대의 연승이었다.
: "10학번이다 보니 3연패를 당했다. 저학년 때는 주로 후반전에 들어갔는데, 교체되기도 전에 3-0으로 지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다. '왜 이 정도밖에 못 하나' 화도 났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왜 나를 더 빨리 안 넣어줬느냐며 원망도 했다(웃음)"

: "워낙 연승을 해왔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실제 결과로써 증명도 했다. 형들이 상당히 잘해줬는데, 당시 (정)석화 형(부산 아이파크)이랑 참 잘 맞았다"

■ 지난해에는 연대의 전승이었다. 7월 태백에서 열린 추계연맹전, 9월 잠실에서 열린 정기전을 현장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 "최악의 해였다. 고대답지 않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정말 힘들게 준비한 건데, 허무하게 끝나 많이 힘들고 아쉬웠다. 빨리 경기장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더라. 그 아픔이 있기에 올해 U리그, 시장배, 춘계 등 여러 대회에서 더 잘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우리는 연고전 이기면 그만이다(웃음). 사실 지난해 전국 대회 및 왕중왕전 성적이 안 좋았는데도, 고대를 모두 이겨서 그런지 분위기가 더 좋았다. 감독, 코치 선생님들께서 우리를 더 대우해주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깨달은 계기였다"




■ 지난해 정기전 기억하나. 신재흠 연세대 감독이 아예 김도혁을 이재성의 맨투맨으로 붙여버렸다.
: "1학년 때는 연대가 날 몰라서 그랬는지 편하게 했다. 그런데 2학년이 되니 견제가 생기더라. 정말 계속 따라오는 도혁이 형이 너무 싫었다. 형이랑 대표팀 가서 만나면 고대, 연대 그런 말은 꼭 한 번씩 한다. 서로 '자기가 더 낫다'고. 그럼 내가 '형네 정기전 매일 지면서 무슨 말하냐고. 수비만 하다가 한 골 넣고 버티는 게 뭐냐'고 한다"

: "재성이가 날 싫어했을 거다. 감독님께서 '볼 안 차도 좋으니까 이재성만 맡아라'라고 하였고, 나는 시키는 대로 하나의 전술을 완성했다. 재성이한테는 '그래도 뭐 이겼으니까 우리가 더 낫지. 결론은 너 마지막에 졌잖아'라고 받아친다"

■ 정기전이 끝나자마자 김도혁은 피치에 드러누웠다. 흐느껴 울었던 게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 "그냥 지금까지 졌던 것, 1학년 때부터 함께 있었던 형들이 다 생각나더라. 같이 슬퍼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던 동료들이다.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그게 다 스쳐 가면서 벅차올랐다"

: "마지막 고연전이 되리라는 생각에 그저 아쉬웠다. 연승 행진을 이어가지 못한 책임감이 막중했다. 선배님들께 죄송해 고개를 떨궜다"

■ 지난해 정기전이 끝나고 일주일 뒤 U리그 경기가 있었다. 당시 연세대-경희대(2-2) 경기에 나선 선수들의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뒤풀이를 너무 심하게 한 건 아니었나. 고대는 좀 어땠나.
: "그 정도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매 경기 최상의 몸 상태로 나서야 하는 건 맞지만, 정기전 준비 과정을 알기에 이해는 된다. 우린 신이 날 수가 없었다. 뒤풀이도 몰래 구석에서 했다. 입학하고 나서 당한 첫 패배라 낯설었다. 세 번째 PK골 돌려 보면서 심판 판정에 짜증 내고 그랬다(웃음)"

: "지나간 판정 욕하면 뭐하나. 3년 내내 지다가 이겼으니 우리 응원단은 축제 분위기였고, 고대는 축 처져 있었다. 그게 정말 기분 좋더라. '너희도 이 기분 느껴보니 어떠냐' 싶었다(웃음). 뒤풀이는 3~4학년들끼리 모여 소소하게 했는데, 경희대전에서 저학년 수비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 그때 되게 화가 났다"




■ 지난 5월 비정기전(U리그 5라운드)에서는 고대가 1-0으로 이겼다. 당시 김대의 매탄고 감독, 차두리, 김경중, 이재성 등 고대 출신 선배 여러 명이 현장을 찾았다. 올해 팀 성적도 춘계연맹전 우승, U리그 4권역 우승, 서울시장기 우승 등 고려가 더 화려한 편인데.
: "안암에는 가보질 못했다. 거리가 먼 것도 있었고, 일정도 안 맞았고. 당시엔 우리 인천 성적이 더 급했다(웃음). 연대에서 가끔 우스갯소리로 '한 자리가 빈다. 준비해라. 교체 선수 등록해놓겠다'고 그러더라. 성적? 그거 모르는 거다. 연고전은 당일에 가봐야 알 수 있다. 4학년 애들에게는 '너희가 더 잘해야 저학년들이 따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저학년에게는 '너희도 언젠가는 고학년이 되니까 말 잘 듣고 열심히 따라가라'고 조언했다"

: "친구들, 후배들, 감독 및 코치 선생님들이 다 그대로다. 내가 먼저 프로로 나왔기 때문에 미안한 감도 컸다. 그런데 마침 고대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5월에 모교를 찾아 고연전 승리를 봤을 때 참 묘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같이 뛰었는데, 이젠 바깥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었으니까. 전북에서 고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그건 아니다. 내가 가면 더 안 될 것 같다(웃음)"

■ 승부는 어디에서 갈릴까. 라이벌전에서는 전술, 전략, 전력의 차이가 모든 걸 결정하지는 않는다.
: "개인적으로는 세트피스를 눈여겨보고 싶다. 잠실종합운동장의 잔디 특성상(평소 잔디 관리는 물론, 럭비 경기 직후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일정상의 문제도 있다) 패스 플레이 그런 거 안 된다. 누가 공중볼을 잘 따내느냐,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기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작년 송수영의 첫 번째 골도 바운드가 굴절돼 들어가지 않았나.​"

: "전력상으로는 고대가 많이 앞선다고 생각한다. (김)건희나 (임)승겸이가 U-19 대표팀에 차출되기는 했지만, 팀 자체가 강하다. 한 경기라는 큰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집중력, 컨디션, 정신력 등이 정말 중요하다. 1학년들이 현장에서 긴장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더 절실하게 뛰는 면도 있다. 나 역시 신나게 뛰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

■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응원 메시지 전해달라.
: "형도 연고전을 뛰어봤기 때문에 그 심정 잘 안다. 항상 동문 선배들이 말하는 것처럼 부담 갖지 말고. 감독 선생님과 지금까지 연습해 온 거 그날 경기에 나올 수 있도록 준비 잘하고. 내가 항상 강조했던 거 기억하지? 승패 상관없이 매 경기마다 후회 없는 경기 하자고 했던 것. 누구 한 명이 실수해서 그 친구 때문에 졌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졌으면 다 같이 진 거다. 지난해 정기전 승리 후 응원단 앞 단상에서 느꼈던 그 기쁨, 올해도 꼭 누리길 바란다"

: "친구들, 후배들. 한 경기 위해 한 달 넘도록 너무나 고생한 거 잘 알아. 긴장하지 말고, 준비한 거 꼭 펼치면서 좋은 소식 전해줬으면 좋겠어. 가서 직접 응원하고는 싶지만, 여건이 안 돼 중계로라도 꼭 챙겨 볼 테니 화이팅하자. 지고 오면 연락 안 받고, 아는 척도 안 할 테니까 꼭 이겨. 주장 (김)원균이는 1학년 때부터 우리 또래 중에 통솔하는 걸 참 잘해왔는데. 그만큼 믿고 있으니 경기장에서도 1학년들 잘 이끌어주길 응원할게"


2014 정기 연고전은 11일(토) 오후 1시 30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사진=전북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 스포츠 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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