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의 트루패스] 판 페르시-드로그바, 클래스는 영원하다
입력 : 2014.10.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화려한 골 세리모니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그러나 득점 장면은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 장면 뒤에는 팀 동료의 결정적인 패스와 움직임이 있었다. 빅 매치의 숨은 1인치와 결정적인 장면을 ‘정지훈의 트루패스(True Pass)’에서 진실하게 풀어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엘 클라시코’가 있었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첼시의 더비 매치가 있었다. 역시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것도 많았다. 루이스 판 할 감독과 주제 무리뉴 감독의 지략대결부터 과거 EPL 득점왕들의 맞대결까지. 축구 팬들에게 행복한 주말을 선물했던 맨유와 첼시의 경기를 분석해봤다.

디 마리아vs아자르-판 페르시vs드로그바, 흥미로운 매치업
흥미로운 매치업이었다. 첫 번째는 '월드클래스 드리블러' 앙헬 디 마리아(맨유)와 에당 아자르(첼시)의 맞대결이었다. 각 팀의 운명을 건 에이스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었다. 디 마리아가 오른쪽 측면에, 아자르가 왼쪽 측면에 배치되면서 직접적인 대결을 펼쳐야했고, 두 선수의 대결이 이날의 승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과거 EPL을 점령했던 득점왕들의 맞대결이었다. 로빈 판 페르시(맨유)와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는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돼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판 페르시는 2011/2012 시즌과 2012/2013시즌 두 번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드로그바는 2006/2007시즌과 2009/2010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EPL 최고의 공격수였다. 이런 이유로 두 공격수의 맞대결은 매우 흥미로웠다.



양 팀 모두 즐겨 사용하던 포메이션과 함께 베스트11을 가동했다. 먼저 판 할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최전방 판 페르시를 중심으로 2선에 야누자이, 마타, 디 마리아를 배치해 공격을 전개했고, 중원은 펠라이니와 블린트가 지켰다. 반면,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드로그바를 중심으로 아자르, 오스카, 윌리안이 공격을 이끌었고, 파브레가스와 마티치가 중원을 지켰다.

’드록신의 강림‘ 드로그바, 맨유를 또 한 번 울리다
판 할 감독은 두 가지 승부수를 들고 나왔다. 하나는 강력한 압박으로 첼시와의 중원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디 마리아, 야누자이를 이용한 측면 공격이었다. 이에 판 할 감독은 중원에 블린트와 펠라이니를 동시에 기용해 파브레가스, 마티치와 중원 싸움을 시도했고, 경기 초반 첼시와 대등한 싸움을 펼쳤다.

분명 맨유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블린트와 펠라이니의 조합은 안정적이었고, 첼시와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또한, 야누자이와 디 마리아는 적극적인 측면 공격을 시도하며 몇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첼시에는 맨유에 유독 강했던 드로그바 그리고 최고의 드리블러 아자르가 있었다. 후반 들어 첼시의 아자르와 드로그바의 공격 라인이 살아났다. 아자르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맨유를 흔들었고, 드로그바는 강력한 피지컬과 침투 능력을 바탕으로 찬스를 노렸다.



시작은 아자르였다. 후반 7분 드로그바와 패스를 주고받은 아자르가 문전으로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았지만 데 헤아의 선방에 막혔고 코너킥이 선언됐다. 조금은 답답하던 첼시의 공격을 아자르와 드로그바가 호흡을 맞추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은 것이다.

드로그바는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 능력과 침투 그리고 골 결정력은 살아있었다. 후반 8분 파브레가스의 코너킥을 드로그바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지면서 날카로운 헤딩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드로그바는 맨유 수비의 약점을 이용(하파엘 미스매치)했고, 결국 선제골을 터트리며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2년 연속 득점왕’ 판 페르시, 판 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다
선제골을 허용한 맨유는 부진했던 마타를 빼고 윌슨을 투입하며 공격의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첼시는 선제골을 지키기 위해 후반 21분 오스카 대신 미켈을, 후반 47분에는 조우마까지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경기를 잘 이끌던 첼시에 변수가 찾아왔다. 후반 추가시간 디 마리아가 돌파하는 과정에서 이바노비치가 반칙을 범했고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변수였다. 결국 이것이 맨유의 극적인 동점골로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디 마리아의 프리킥을 펠라이니가 날카로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쿠르투와의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이 볼은 문전에 있던 판 페르시에 연결됐고, 결국 강력한 슈팅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맨유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최근 판 페르시의 활약은 좋지 못했다. 과거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시절과는 다른 경기력이었고, 팬들은 판 페르시의 부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판 할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판 페르시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믿음을 드러냈고, 결국 판 페르시가 극적인 동점골로 ‘은사’ 판 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키 플레이어: 디 마리아vs아자르의 ‘에이스 전쟁’



역시 승부의 키는 두 팀의 에이스들이 쥐고 있다. 그 주인공은 맨유의 ‘No.7' 디 마리아와 첼시의 ’No.10' 아자르다. 물론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선제골을 넣은 드로그바와 판 페르시였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경기를 이끌었던 것은 디 마리아와 아자르였다. 결국 두 선수의 대결의 결과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았다.

승자는 없었다. 기록으로 보면 무승부다. 아자르는 드로그바의 선제골 장면에서 결정적인 드리블 돌파로 코너킥을 얻어냈고 결국 이것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반면, 디 마리아는 후반 추사시간 이바노비치의 퇴장을 이끌어내며 프리킥을 만들었고 결국 극적인 동점골로 이어졌다.

이날 디 마리아는 82%의 패스 성공률과 함께 62번의 터치, 3번의 드리블 돌파, 4번의 슈팅(유효슈팅1), 5번의 키패스를 성공시키며 맨유의 중심임을 증명했다. 이전 경기보다 약간은 몸이 무거워보였지만 그래도 맨유의 에이스는 디 마리아였다.

조금은 아쉬웠지만 첼시 공격의 중심은 역시 아자르였다. 이날 아자르는 83%의 패스 성공률과 함께 62번의 터치, 7번의 드리블 돌파, 1번의 슈팅(유효슈팅1), 2번의 키패스를 성공시켰다.

드리블에서는 아자르가, 찬스를 만드는 능력은 디 마리아가 더 인상적이었다. 평점도 비슷했다. 이날 유럽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디 마리아에 평점 7.37점을 부여했고, 아자르에게는 7.7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결국 ‘에이스 전쟁’의 승자도 없었고, 결국 이날 경기의 승자도 없었다.

판 할vs무리뉴의 사제대결, 팽팽했다



과거 판 할 감독과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97년 판 할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을 당시 구단 통역사였던 무리뉴를 지도자의 길로 이끌었다. 여전히 관계가 좋았다. 판 할 감독은 “당시 무리뉴를 코치로 선임한 이유는 그가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훌륭한 코치였다”고 전했고, 무리뉴 감독도 “판 할이 아니었다면 스페셜 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지만 대결은 팽팽했다. 판 할 감독은 제자인 무리뉴 감독을 상대로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왔고, 무리뉴 감독은 이것을 깨기 위해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쳤다. 결과적으로는 무승부다. 그러나 두 명장의 지략대결은 축구 팬들에게 축구의 재미를 느끼게 해줬고, 전술 대결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음을 보여줬다.

루이스 판 할(맨유 감독): “우리는 골을 넣을 자격이 있었다. 그 사실은 무리뉴 감독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고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우리는 첼시를 이길 수도 있었다. 거의 같은 말을 매 경기 하지만 이날 경기의 상대팀은 리그 최상위 팀인 첼시였고 우리는 적어도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다. 선수들은 90분 동안 승리를 위해 뛰었다.”

주제 무리뉴(첼시 감독): “드로그바는 첼시의 왕이다. 36세지만 많은 경험이 있다. 그는 더 좋아졌다. 드로그바는 구단의 역사를 만든 인물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팀이 필요할 때 드로그바는 항상 그곳에 있었고, 젊은 선수들에게 환상적인 모델이 되는 선수다.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멋진 경기를 펼쳤고, 맨유 원정은 언제나 부담스럽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수준을 보였고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했다. 다만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내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건(이바노비치의 퇴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글=정지훈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그래픽=SBS 스포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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