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인사이드] 황희찬의 무단 이적, K리그 뒷통수 때렸다
입력 : 2014.12.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포항 스틸러스가 대형 공격수로 키우려 했던 황희찬(18)이 무단으로 유럽 진출했다. 황희찬의 도의를 저버린 행동은 포항은 물론 K리그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아 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19년까지다. 그런데 황희찬은 포항에 우선지명 된 상태다. 포항과 계약하지 않았지만 이미 공시가 됐기에 포항 소속이나 다름 없었다.

황희찬은 오래 전부터 유럽 진출을 원했다. 선수라면 누구든지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꿈을 꾼다. 이를 탓할 수는 없다. 포항도 황희찬의 바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황희찬에게 제의했다. 우선 포항에서 기량을 더 키운 뒤 해외 이적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희찬은 이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여 잘츠부르크 계약서에 사인했다.

▲ 협의 중 무단 이적, 도의 저버린 황희찬
포항은 황선홍 감독까지 나서 황희찬과 계약하려 했다. 우선지명을 한 뒤 수 차례 황희찬 측과 계약 협상을 했다. 그리고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포항에 입단한 뒤 임대 후 이적을 협의했다. 이는 지난해 자유선발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뒤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임대 이적한 류승우의 케이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황희찬 측은 포항의 제안을 거부했다. 포항은 계속 협상을 원했으나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측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는 가운데 황희찬은 잘츠부르크 입단을 확정했다.

포항으로서는 뒷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황희찬이 잘츠부르크와 협상하려는 것은 포항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희찬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추진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계약금, 연봉 등에 이견이 있지만 류승우 케이스처럼 우선 포항과 계약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개정된 연맹 규정에도 어긋난 행동을 했다. 연맹은 우선지명 선수가 다른 팀에 입단할 때는 반드시 원소속팀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신설된 규정이어서 이번 황희찬 사태에 적용 여부는 연맹의 해석에 달렸다. 하지만 현 규정대로라면 분명한 규정 위반이다.



▲ 황희찬 사태, K리그 유스 시스템 흔든다
황희찬의 이번 사태로 K리그 유스 시스템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 포항은 매년 많은 돈을 들여 유소년 선수를 키운다. 포항의 유스 시스템은 K리그를 대표하며 모범 사례다. 타 팀들도 포항의 유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유스 시스템에 관심을 쏟고 투자하는 이유는 우수 선수를 발굴,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간 많은 돈을 들여 공들인 유망주가 뒷통수를 때린 채 해외로 떠난다면 어느 팀이 유스 시스템에 투자를 하겠는가? 황희찬 사태는 K리그에 나쁜 선례가 됐다. 포항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계속 나오면 유스 시스템에 투자하는 동기 부여가 사라진다. 거액을 들여 유스 시스템에 투자할 바에 매년 자유선발로 5~6명 선수를 뽑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한다.

▲ 무분별한 해외 진출, 선수에게 득 될 것 없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린 선수들이 유럽 무대로 떠났다. 그런데 대다수는 실패로 끝났다.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보였고, 수준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K리그에서 기량을 인정 받은 어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실력 차를 절감했을 뿐이다.

석현준(23, CD 나시오나우), 김경중(23, 알 라이얀)은 프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청소년 대표 시절 유럽 무대에 도전했지만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A대표인 윤석영(24, 퀸즈 파크 레인저스)은 오랫동안 경쟁에서 밀리며 위기를 맛봤다. 지금도 지동원(23, 도르트문트), 김보경(25, 카디프 시티)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희찬도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황희찬은 성인 무대를 경험한 적이 없다. 잘츠부르크는 적응을 위해 당분간 2군팀에서 훈련을 시킬 예정이지만, 실력 차를 뼈저리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황희찬은 외국팀에서 수준급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누가 옆에서 돌봐주고 가르쳐주는 이가 없다. 혼자의 노력으로 생존해야 한다. 지금까지 옆에서 도움을 받아온 그가 프로 무대에 제대로 적응할 지 미지수다. 오히려 자신감만 잃은 채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포항 관계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유럽에 일찍 갔지만 실패한 사례도 있다. 황선홍 감독은 황희찬이 대형 공격수가 될 자질이 있지만, 아직 배울 게 많으니 1~2년은 있다 가길 바랐다”고 황희찬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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